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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언론인이여, 중립! 중립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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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⑦>

 

• 우리 대학, 총장 선출 방식 변경 추진 두고 논란 점화

• 학생들 대부분은 ‘간선제 전환’에 부정적.. “학생들도 총장 선거권 가져야”

• 우리 대학은 1994년도부터 ‘총장 직선제’ 고수.. 30년 가까이 유지

• 관련 사안 두고 내부 구성원끼리 입장 엇갈려.. 양 측 모두 이견 팽팽

• ‘이런 갈등 속에서 대학 언론인은 무조건 중립을 지켜야 하나?’ 고민

 

“규민군 통화 가능하면 전화 주세요” 우리 대학 교수회 의장의 문자였다. 작년 12월, 우리 학보사가 신문 지면을 발행할 때쯤 신임 의장이 선출되었고, 이 때문에 나는 이 분을 대상으로 직격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취재원들이 나에게 취재를 요청하거나, 제보하는 연락을 종종 받기는 하나, 교수회 의장이 직접 기자에게 전화를 달라고 하다니!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네, 교수님 김규민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교수회 의장이 나에게 전화, 문자를 통해 전달해준 내용은 우리 대학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현행 총장 선출 방식인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보도 내용이었다. 의장은 나에게 교수회 성명서 원본을 보내주며 자신들의 입장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알렸다. 아무리 자신들이 주장해도 학내에 알릴 창구가 마땅치 않은데, 우리 학보사가 이러한 자신들의 상황을 알릴 적합한 기관으로 판단한 듯하였다.

 

 

그리하여 7월 3일부터 총장 선출 방식 변경과 관련된 학내 보도가 줄줄이 보도되었다. 관련 사안에 대한 첫 취재 기사인 [영광학원, 총장 선출 방식 '간선제' 추진... 우리 대학 교수회 반발]을 통해 교수회 성명서를 포함하여 교수 사회의 입장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가 보도되자 학생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 학생이 남긴 재단의 간선제 추진에 대해 우려하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기도 했다. 이 기세를 몰아 우리 학보사는 2년 만에 ‘총장 선거 학생 참여에 대한 학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우리 대학은 1994년도부터 총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 형식으로 채택하여 선출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참여는 보장되어있지 않고, 사실상 교수들의 투표로 선거가 진행되는 형식(직원들도 투표에 참여하기는 하나, 반영 비율이 20% 채 안된다)이기에 학생들 사이에서 총장 선거 학생 참여 여부는 늘 관심사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의 89%가 “총장 투표에 학생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교수 이외 또 다른 총장 선거 투표권자인 학교 직원을 대상으로도 관련 사안을 취재했다. 사실상 투표권을 전면으로 쥐고 있는 교수 사회 입장에선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권한 행사가 가능한 현행 총장 선출 방식 변경을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취재 과정서 만난 직원 노조 측은 교수 사회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직원 노조 내부 설문 조사 결과 수치는 비등하긴 했으나, 오히려 현행 선출 방식을 전환하는데 찬성하는 수가 더 많은 결과가 많았다. 우리 대학 학교 법인 영광학원 이사장은 나와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총장 인사추천제도(간선제)가 학생들을 추천 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기에 현행 방식보다 더 민주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총학생회는 공식적인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학내 구성원들끼리 입장이 엇갈리거나, 각자 이견이 팽팽한 것이다.

 

지난 7월 동안 관련 사안을 두고 우리 대학 내부 상황은 숨 가빴다. 우리 대학 교수회가 간선제 전환 저지 내용을 담은 연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회-직원노조-총학생회’가 현행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짚고, 향후 새로운 선출 방식을 모색하는 3자 협의체인 공동 연구위원회 출범이 합의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놓치지 않고, 여러 학교 관계자를 쫓아가며 취재해온 나와 편집국 기자들도 바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후 변동 사항은 또 취재를 하여 보도할 것이고,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총장 선출 방식 변경에 대해 학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 많은 학생들도 우리의 보도를 통해 이러한 사실들을 접했을 것이고, 이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상황들을 단순한 학내 사건사고로 접하는 학우들은 아무도 없다. 사안의 엄중함과 무게감을 각자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 언론인인 나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과연 우리 대학 언론인은 어떤 자세로 취재에 임해야 하고, 보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특히, 이번 건 같은 경우는 많은 기사들이 빠른 시일 내 보도됐다. 구성원들의 입장도 그 어떠한 사안보다 복잡했고, 제각각이었다. 학생들의 관심도도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우리에게 많은 피드백도 쏟아졌다. 일부 취재원은 우리에게 이번 일에 대해 단순히 사실만을 보도하지 말고, 학생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즉, 받아쓰기 보도와 언론의 기계적 중립을 하지 말라는 지적이었다. 또 직선제는 민주성이 담보되기에 좋은 제도이고, 간선제는 비민주적이라는 식의 인식에 갇혀 보도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다. 한쪽 의견에 치우치지 말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관련 보도를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보도를 우선시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학내 소식은 사안의 무게감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기성 언론에 보도되었다. 학생들에게 정보를 알릴 창구가 우리 학보사 말고는 실질적으로 전무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의견들에 무거운 책무감이 들기도 하고, 취재 및 보도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항상 대학 언론 생활을 하며 들은 말이 있다. 언론은 중립을 지켜야 하고, 절대 치우쳐져선 안된다는 간섭 아닌 간섭이다. 특히, 이러한 간섭은 비판적인 내용을 기사화할 때마다 취재원들이 항상 나에게 말하던 당부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학의 민주성 후퇴가 예상된다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실종될 수 있다는 걱정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그저 정보 제공, 취재원 입장 전달, 절대적 중립 지키기가 과연 대학 언론인의 책무가 맞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학생 언론은 그 누구보다 대학 권력에 책임을 묻거나 비판해야 하고, 학교 행정의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학내에 알려야 하는 대학 민주주의의 꽃이다. 어찌 보면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대학 언론인들이 독립적인 편집권을 주장하는 것이고, 그들의 권한이 침해당하면 독자들과의 약속을 어겨가며 백지 발행을 불사하는 이유이다.

 

총장 선거에 학생들이 직접 투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생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미 학생들이 총장 선거에 참여하도록 선거제도가 개혁된 사례도 있다. 우리 대학은 일부 구성원만이 참여했지만 어찌 되었든 30년 가까이 직선제를 고수하고 있고, 나름 지역 대표 민주 사학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학내 구성원도 있다. 그렇기에 일부 추천 인사들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재단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직선제는 유지되어야 하고, 학생들의 선거 참여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교 관계자가 나에게 털어놓은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 같은 말 조차도 “학생 언론은 중립이나 지켜라”라는 말에 주저하여 기사화하지 못하는가. 자칫 나의 글 하나로 인해 많은 독자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과 그저 대학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용기 없는 태도를 스스로 묵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김규민 (대구대신문사  편집국장)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 바로가기

① “학보사? 그게 뭐고” 선배가 물었다

②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은 그만두고 싶다

③ “그러게. 왜 지방대 학보사가 중요할까?”

④ “지면이 없어진다고요?” … 학보사의 온라인화

⑤ “선배님 죄송합니다. 신문사를 더 이상…”

 바쁜 ‘대학 언론인’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