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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흡연구역, 그 참을 수 없는 애매함

야! 담배냄새 좀! 안 나게 해라!

“사회과학관 건물 1층만 들어서면 담배냄새가 진동을 해 서 짜증 나요”

“법학관과 본관 사이는 너구리 굴이죠.”

“교개원 지나 인문관 들어서는 게 고역이에요. 엘리베이 터 공사로 흡연구역이 좁아진 이후엔 더 심해졌고.”

 한국외대의 모든 건물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에 의거, 모든 건물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국민의 건강 증진 및 간접흡연 폐해를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이와 같은 간접흡연 피해 방 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물 안팎에서 담배 연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우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과 지나치게 가까운 흡연구역이 문제
 

 문제의 이유는 간단했다. 지정된 흡연구역이 건물 입구와 너무 가깝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건물 안에서 흡연한 게 아니니 문제없는 것 아 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많은 지자체에서는 ‘교사 인접 10m 이 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자체는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가는 관할 구역 안의 일정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외대의 많은 흡연구역은 입구로부터 2,3m도 떨어져 있지 않 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교 부지가 작아서 모든 건 물 입구로부터 10m 떨어진 곳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학교 부지가 작은 탓에, 한 건물 입구로부터 10m 떨어진 곳을 찾는다면 다른 건물 입구 근처가 된다. 따라서 적당한 흡연구역을 만들 수가 없다 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흡연구역, 누군가에게는 간접흡연구역

 현재 가장 많은 학생들이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법학관과 본관 사이 공간은 사실상 흡연구역으로 적절하지 않은 곳이다. 두 건물 입구와 지나치게 가깝기 때문이다. 사회과학관 옆 흡연구역과 인문관과 교수학습개발원 흡연구역도 같은 의미에서 적 절하지 않은 흡연구역이다. 
캠퍼스 내 간접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존재할까?
 

해결방법 1: 금연 캠퍼스?

 

 최근 많은 공동생활구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는 추 세다. 건물뿐만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한다. 한국외대는 ‘작은 학교 부지’라는 극복 불 가능한 제약 때문에 많은 학우가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한 다. 그렇다고  캠퍼스 내부를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흡연자가 가지는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우다.


 실제로 2019년 금연구역은 27만 3203곳이었지만 서 울 시내 거리 흡연시설은 15개 자치구 63곳에 불과했다. (2018. 서울시) 이에 많은 흡연자가 고충을 겪고 있다.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해결책은 진정한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해결방법 2: 흡연부스?

 흡연부스는 간접흡연 문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흡연부스를 설치하면 흡연자들은 마음 편히 흡연하고, 비흡연자들은 쾌적하게 캠퍼스를 누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흡연부스가 실질적 효과를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흡연부스가 설치된 한국 외대 글로벌캠퍼스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흡연부스를 이용하지 않고 흡연부스 바로 옆에서 흡연한다”라고 밝혔다. 흡연부스를 이용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환풍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온 몸에 냄새가 베어 들어 오히려 다른 학우에게 민폐가 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여 설치했지만 제 값을 하지 못하는 흡연부스는 좋은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해결방법 3: 인식개선
  캠퍼스를 둘러보면 흡연구역 이외의 공간에서 흡연을 일삼는 흡연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학교 측은 흡연구역이 아니지만 흡연이 빈번히 일어나는 공간에 금연 표지판을 설치 하는 등 다양한 금연 캠페인을 펼쳤다. 하지만 이러한 캠페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처벌은 오직 ‘금연구역에 서 흡연 중인 흡연자를 해당과 공무원이 현장에서 적발’할 때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숙사 뒤편 등 금연구역에서 도 당당히 흡연하는 흡연자가 다수 존재한다.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지정된 흡연구역에서 흡연하는 것만으로 도 간접흡연 분쟁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 다. 이와 더불어 ‘비흡연자를 배려하는 흡연자의 태도 개선’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정된 흡연구역에서 이루어지는 흡연만으로도 많은 학우들이 간접흡연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흡연 자들의 인식 개선’이라는 대책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대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흡연할 권리와 흡연을 피할 권리는 오랜 기간 상충해왔다.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흡연권과 혐연권의 우열을 다룬 전례 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혐연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다.’라는 근거를 들며,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헌재 2004. 8. 26. 2003 헌마 457)


 그렇다면 한국외국어대학교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흡연구역은 실현 불가능한 걸까?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따 로 있다. 과연 지금 우리 학교 흡연구역이 캠퍼스 환경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학우들의 의사가 반영된 흡연구역인가? 지금이야말로 학 우들의 의사를 반영한 새로운 흡연구역 재지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흡연구역 문제와 관련해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새로운 흡연구역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현재 흡연구역은 (이전) 학생회와 조율하여 지정한 공간”이라며 “만약 현재 흡연구역에 불만 을 가진 학우들이 다수 존재한다면, 학생 여론을 반영한 흡연구역 재조정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더 나은 캠퍼스로 한걸음을 내 딛을 발판이 마련됐다.

 

정지우 기자 (star_dust_j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