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4 (일)

대학알리

가톨릭대학교

무지개 다리너머

빵실님의 ‘꼬기’에 대한 편지

우리 꼬기 안녕!

그곳에서는 맘껏 숨 쉬면서 잘 살고 있지? 너가 숨을 못 쉬어가며 죽어갈 때 정말 나도 맘이 아팠어. 사람들은 금붕어를 반려동물로 안 쳐주고, 멍청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꼬기 덕분에 정말 위로를 많이 받고 기뻤어!

나 하교할 때만 신기하게 뻐끔뻐끔 꺼리는 게, 아직도 그립 다.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다가도, 나중에는 나한테 인사를 해준다 생각했어ㄱㅋㅋㅋ 꼬기 살짝 퉁 튀어나온 머리가 정 말 귀엽고 좋았는데! 꼬기 느낌도 다 좋았지! 꼬기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단 생각에 그 이후로는 반려동 물을 기르지 않아!

이사하느라 정신없어서 몇 시간 소홀한 사이, 너를 더 아끼는 마음에 따로 차 태워서 이사를 갔는데 그게 오히려, 꼬기를 힘들게 해서 죽게 했단 죄책감이 들어.

더 오래 좋은 집에서, 꼬기는 더 큰 어항에서 수초와 함께 지냈으면 좋았을 걸, 많은 아쉬움이 들어 많이 미안하고 보고 싶어. 정말 난 그래. 나의 투영체까지 돼버린 걸.

아직도 널 그리워해.

 

예수의 죽음이든, 한 고양이의 죽음이든,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 같은 고통을 안겨 주며,

적어도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같은 고뇌이다.

- 깃털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中

 

촘님의 ‘뭉탱이’ 이야기

뭉탱아 네가 떠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살아있는 동안 뭉탱이가 종종 사고 친 일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집에 올 때 뭉탱이를 보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항상 언제 집에 와도 꼬리 치고, 과하게 반겨주던 네가 없어 많이 허전하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살아있을 때 많이많이 산책하고 맛있는 간식도 더 챙겨주는 건데. 물론 뭉탱이가 수명이 다 되어 자연스럽게 떠났지만, 늘상 당연했던 것이 사라지니 상실감이 매우 컸었고. 요즘도 종종 생각날 때가 있다. 아무쪼록 그곳에서는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며 평온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아롱아롱님의 ‘아롱’이 이야기

나와 같이 자랐고 먼저 떠난 내 소중한 아롱아. 넌 내 학창시절 전부였어. 내 초, 중, 고, 대학교 생활을 모두 옆에서 봐줬지. 나는 너랑 같이 자라왔다 생각했는데, 너는 그게 아니라 늙어가고 있었던 거였나 봐. 이제 내가 내 힘으로 돌볼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네가 너무 급히 떠나가 버렸네. 사실 네가 떠나갈 걸 예상 못한 건 아냐. 너 나이가 한두 살도 아니었고, 오랜 기간 병을 앓고 있었으니. 옛날에는 먹을 거면 헐레벌떡 달려와 먹고, 의사 쌤한테 맨날 제발 살 빼야 된다는 소리 들었던 네가, 어느 순간부터 밥을 안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솔직히 두려웠어. 하지만 먼 미래라고 생각하고 싶었나 봐. 그리고 네가 한우만 골라 먹길래, 얘가 아직 말짱하구나 싶기도 했고 ㅋㅋㅋ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병원에 갔을 때, 1.9kg까지 내려간 네 몸무게를 보며 숨이 턱 막히더라. 이제 너랑 함께 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그리고 며칠을 안 가 넌 떠나버렸지. 죽기 바로 전날 새벽에 같이, 평소처럼 같이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날따라 네가 나를 빤히 쳐다봐주더라. 평소면 코골며 잤을텐데. 그때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제발 내가 수발이란 수발 다 들테니, 일 년만이라도 더 살아달라고, 만약 꼭 떠나야하면 자다가 떠나달라고, 아프지 말고. 넌 그런 내 부탁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 엄청 힘겨워하며 무지개다리를 건넜지. 내 부탁을 안 들어줬다고 원망하지 않아. 그냥 네가 그렇게 힘겨워하며 건넌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네가 행복하길 바라.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1년이 지났지만, 난 여전히 네가 그립고 좋아. 넌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야.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거야. 나와 14년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귀중한 관계를 잃고 느끼는 슬픔을

다른 이들의 충고에 따라 억누르는 대신,

그 감정을 소중히 간직하고 신뢰하며

어려운 시간을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온전히 받아들여 치료의 길을 밝히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점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中 -

 

하리보님의 ‘나별이’ 이야기

억장이 무너진다, 라는 말. 너를 떠나보내기 전에는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 수조차 없었어. 네가 들어간 화장기에 켜진 '화장 중' 을 본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꽉 찬 12년 동안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자랑, 나의 삶 그 자체가 되어준 너. 이제는 진짜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별' 이 되어버린 너. 이제부터라도 아프지 말고, 꼭 다시 만나자.

 

 

 

이 세상의 어딘가에 강아지라면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강아지 나라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놀러 갈 수 있는 나라

세상을 떠난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놀러 갈 수 있는 나라

당신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도 분명...

그곳에 있거나 갈 거예요

- 강아지 나라에서 온 편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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