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왜 학생의 손에 학교의 안전을 맡기십니까?

 

▶ 우리 학교는 ‘언제쯤’ 안전해질 수 있을까?

 

지난 2017년 10월 외대생들과 중고생들 간 마찰이 벌어졌던 LD학부 면학실 앞(사진 - 외대알리)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이하 한국외대 서울캠) 내에서는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 ‘콜라 테러’부터 ‘예수의 재림’, 그리고 ‘중고등학생들과의 마찰’까지.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학교 안전에 대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학교 치안에 대한 불신은 학내 전반에 퍼져 있는 듯하다. ‘학교 치안과 학내 구성원 안전’을 주제로 외대알리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교가 안전하다고 답한 사람은 약 19%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절반 이상이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캠퍼스가 어둡고, 외부인이 지나치게 자유로이 돌아다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 해 11월, 부총장과의 대화에서 부총장은 “학생 안전에 대한 문제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24시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고 CCTV와 조명을 개선하는 것, 외대 지킴이와 외대 사랑 순찰대를 만드는 등”이라며 그간의 활동을 설명했다. 또한 “학교의 경비 인력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 하며 학교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호소했다. 그러나 학교가 제공하는 안전시설 및 제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만족하지 못하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외사순 외에 안전을 보장하는 시설이나 제도가 있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24시간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CCTV와 조명을 개선했다고 해도 이는 예방에 그칠 뿐,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의 해결 방안이 되지는 못한다. 특히 학생들로 구성된 외대사랑순찰대(이하 외사순)HUFS Police(이하 훕스 폴리스)가 위급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한국외대 학부생이 순찰대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특별한 위력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일반 학우들 사이에서도 외사순의 존재가 의미가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외대사랑순찰대와 HUFS Police에 초점을 두고 한국외대 치안과 학내 구성원 안전을 다루고자 한다.

 

 

▶ 외대사랑순찰대, HUFS Police?

 

(출처 - 한국외국어대학교 공식 블로그)

 

외대사랑순찰대

  2000년대 초반, 서울캠퍼스는 서울시의 ‘담 허물기 운동’에 동참하여 외벽을 허물었다. 담이 사라지자 외부인이 학교 안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학교와 주민이 소통하고, 담을 허문 자리에 녹지 공원이 조성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그에 따른 피해도 발생했다. 별도의 제재가 없기 때문에 캠퍼스 안으로 취객이 난입하거나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들어와 비행 행위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에 학교 본부는 ‘담 허물기 운동’의 부정적 결과가 면학 분위기 및 학내 구성원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 동대문 경찰서와 협력해 2015학년도 2학기에 ‘외대사랑순찰대’를 출범했다. 외사순은 30명 내외의 서울캠퍼스 재학생이 주간(09:00~17:00) 및 야간(19:00~23:00)에 순찰을 도는 방범대이다. 외사순은 각 건물의 후미진 곳을 포함해 서울캠퍼스 내부 전체를 순찰하면서 쓰레기를 줍거나, 파손된 구조물을 담당 부서에 알린다.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내외부인을 계도하기도 한다. 캠퍼스 순찰을 우선으로 하고, 외대 구성원의 주된 거주 지역인 정문부터 외대앞역 까지, 후문부터 한예종 까지도 돌아본다. 이렇게 한 학기 동안의 활동을 마친 학생은 주간 활동 부분에 대해서는 활동 장학금을, 야간 활동 부분에 대해서는 동대문 경찰서에서 인정하는 지원봉사활동시간을 받는다.

 

HUFS Police

  HUFS Police는 글로벌캠퍼스와 학교 주변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총학생회의 산하기구이다. 훕스 폴리스 단원은 총 24명의 글로벌캠퍼스 재학생으로 구성된다. 2014년도 총학생회가 기획하여 2015년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훕스 폴리스는 야간(22:00~00:00) 시간에 인문경상관부터 외대사거리까지 순찰을 진행한다. 2018학년도 1학기에는 순찰 뿐 아니라 비대위에서 주관하는 성범죄 예방캠페인에 협업하여 단순한 치안 유지보다 넓은 차원의 안전을 유지하고자 한다. 한 학기 동안 훕스 폴리스 단원으로 활동한 학생은 근로 장학금을 수령한다.

 

 

▶ 그들이 과연 학교를 지킬 수 있을까?

 

  기자는 2018학년도 1학기 외대사랑순찰대에 선발되어 한 학기 동안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를 순찰했다. 1학기 동안 순찰대원으로 활동하고 나서 외사순은 학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사순은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행동 지침을 숙지한다. 학교 측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외대사랑순찰대는 학생 신분이기에 무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순찰대원이 무력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급한 상황을 ‘말’로 제지할 수 있는가를 지적하고자 한다. 경찰이나 전문 경비 인력이 아니기에 학생 신분으로 위험한 상황을 곧바로 처리하기 힘들다. 위험 상황이 벌어지면 순찰대원은 말로써 제지를 하고, 그 상황을 인근 경찰서 혹은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급박한 시간 속에서 단순히 그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외사순 순찰의 특성 상 위험한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 외사순은 1회에 2시간 동안 학교를 순찰한다. 2시간을 세세하게 나눠보면 50분을 순찰하고, 10분 간 정문 옆 경비실에서 쉬고, 다시 50분을 순찰한다. 50분 동안 보통 걸음으로 2번이나 3번 정도 학교 캠퍼스를 돌 수 있다. 꼼꼼히 순찰할 경우에는 2번, 빠르게 순찰할 경우에는 3번을 순회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장소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적어도 20분이 걸린다. 외사순이 자리를 비운 20분은 위급 상황이 벌어지기에 충분하다. 

 

  설상가상으로 순찰대원은 순찰 도중에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대부분 휴대폰을 소지하고 순찰을 돌지만 휴대폰을 자주 보지 않는다. 보행 중 휴대폰 사용이 위험하기도 하고, 순찰 중 휴대폰 사용이 외사순의 이미지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찰 중 10분에 한 번 정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만 휴대폰을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실시간 대응이 어려운 점도 있다. 실제로도 실시간으로 공유되어야 하는 내용을 제시간에 전달받기가 어려웠다.

 

 

※ 외사순, 훕스 폴리스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들

 

외대사랑순찰대 A학우

  외대사랑순찰대로 활동했던 A학우 역시 “학생들이 순찰대원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실제로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처리하기 힘들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조끼를 입고 순찰봉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행동을 제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문 경호업체도 아니고 상해의 위험도 있어 (외사순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HUFS Police B학우

  글로벌캠퍼스의 학생자율방범대인 훕스 폴리스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훕스 폴리스 대원이었던 B학우도 “남자라서 여성분들에 비해 치안을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훕스 폴리스가) 치안 유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훕스 폴리스가 특별한 지위를 가지지 않는 만큼 지금처럼 치안 유지 역할만 했으면 하는 희망을 드러냈다.

 

학생지원팀 김재우 대리

  반면 외사순과 HUFS Police를 총괄하는 담당자의 의견은 달랐다. 현재 외사순 담당자인 학생지원팀 김재우 대리는 “치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학생들이 교내 순찰을 하면서 학교 내에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담당자가 알고, 담당 부서에 협조 요청을 해 실제적으로 개선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에서는 2015년 2학기부터 장학금으로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2학기 모집을 하고 있다. 이를 봤을 때 학교 당국에서는 교내 치안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통해서 학교의 입장도 엿볼 수 있었다. 외대사랑 순찰대와 협력하고 있는 동대문경찰서 생활안전과 역시 발대식에서 외사순이 학내 절도범죄율을 낮추는 것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캠퍼스 비상대책위 이선혜 소통문화국 차장

  HUFS Police를 담당하는 글로벌캠퍼스 제39대 비상대책위원회 이선혜 정책소통국 차장도 훕스 폴리스가 학교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선혜 차장은 “순찰 도는 것 자체가 범죄를 예방하고, 어려움에 처한 학우를 순찰 중 도운 사례가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 왜 학생의 손에 학교의 안전을 맡기는가?

 

 

 학교는 왜 한국외대 구성원의 안전을 학생의 손에 맡기는 것인가

 

  한국외대 학부생은 한 학기에 한 번씩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지불한다. 등록금은 단순히 수업료 뿐 아니라 각종 시설 이용, 복지 혜택 그리고 치안 유지 및 안전을 위한 비용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학교는 등록금을 내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과 학교의 안전을 지키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장학금을 받는 모순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 본부는 이 제도를 통해서 학교 전체가 안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김재우 대리는 “세콤이나 전문 경비 업체를 학교가 섭외해서 제복을 입은 젊은 경비 인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진행되지 못했던 이유는 예산적인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며 “학교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을 투입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는 하나의 방법이 외사순이 되지 않겠느냐 해서 운영을 결정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결국 ‘가성비’ 때문에 외사순을 운영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외사순을 운영한다는 점은 사실이다. 한 해에 약 8,000만원으로 총 60명의 순찰 대원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적인 경비원의 연봉은 약 1,800만원에서 2,400만원이기 때문에 많아야 4명의 경비원 밖에 고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외사순이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낸다고 볼 수는 없다. 범죄 혹은 그와 유사한 상황을 사전에 예방할 수는 있어도 위험 상황이 이미 벌어진 상태에서 외사순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무력을 통해 제압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위해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도 지급되지 않는다. 위험 상황 시, 이문 파출소에 직접 연락을 해 경찰관을 불러야 하는데 이문 파출소에서 학교까지 자동차로 약 5~10 분이 걸린다. 그 시간동안 순찰대원은 무방비 상태로 경찰관을 기다려야 한다. 글로벌캠퍼스의 경우 모현파출소까지 자동차로 약 3~5분 정도로 그나마 시간이 짧지만, 경찰관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외대사랑순찰대와 HUFS Police는 학교 치안 유지와 학내 구성원 안전을 위한 보조적인 기구에 그쳐야 한다. 학생자율방범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유니폼을 입고 일정한 시간대에 캠퍼스 내부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노상방뇨,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목줄을 채우지 않은 애견 산책, 청소년의 탈선과 같이 작은 사건부터 취객의 횡포, 폭행 등 위험한 사건의 발생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치안 유지를 위한 순찰대가 다니는 상황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이 저질러졌을 때이다.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신속하게 학생자율방범대와 외대 구성원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럴 경우 112에도 신고를 해야겠지만 학교 내부에 외대 구성원을 보호해줄 수 있는 공간, 인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설사 있다 해도 그런 제도를 사용하기 위해서 어디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또한 글로벌캠퍼스는 말할 것도 없고 자정을 넘긴 시각의 서울캠퍼스는 생각보다 많이 어둡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도서관에서 정문으로 넘어가는 길목, 도서관 뒤편, 본관에서 국제학사로 가는 뒷길 등 어두운 장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국제학사와 사회과학관은 과방과 동아리방 때문에 일부 층이 24시간 개방되어 있다. 그러나 출입의 증명이 필요하지 않아서 누구나 자유롭게 건물을 드나들 수 있다.

 

  따라서 캠퍼스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즉시 반응할 수 있는 안전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24시간 신고 제도가 실재한다면 효과적으로 홍보를 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없다면 24시간 신고 제도를 학교 자체적으로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 또한 어두운 곳에서의 범죄발생률이 높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해 가로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후미진 지역에도 CCTV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

 

  현재 학교는 과방, 동아리방 등의 공간을 24시간 개방하여 생기는 위험을 야간시간 동안 공간을 폐쇄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이보다는 무인경비시스템 혹은 통합방범시스템처럼 효과적인 방안을 새로이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건물 문 앞에서 학생증, 사원증으로 신원을 전자 확인해야 들어갈 수 있는 관리 체계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건국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 여러 학교가 이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학교 안전을 위해 가성비를 따져 외사순과 훕스 폴리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학교 예산이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이 적다는 이유로 학내 구성원, 특히 학생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외대 재학생은 한 해 평균 7,120,700원의 등록금을 학교에 납부하고 있다. 2017년도 한국외대의 등록금은 전국 249개 사립대학 중 94번째로 많다*. 그러나 학생 1인당 수혜 장학금은 전국 259개 사립대학 중 34번째로 적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 한 캠퍼스 당 8,000만원으로 한 해의 치안을 유지하고, 안전을 보장하고자 한다. (*대학알리미, 2018.09.03 검색 기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고 주장한다면 학생 스스로 안전 기구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단 그 말은 학교 당국이 치안 유지 및 안전 보장 시설과 제도를 제대로 제공했을 경우에만 유효하다. 학교가 노력했음에도 사소한 부분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긴다면 학생들도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 방범대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학교 치안과 학내 구성원 안전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 설상 어떤 일이 벌어지지 않아도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학교 주변의 치안이 좋지 않아서 캠퍼스 내 치안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일차적으로 학교 당국이 확실하게 안전한 치안을 위한 시설과 제도를 제공해야 한다. 이후에 작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학생자율방범대가 운영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장희지 기자(boa52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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