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독립언론 프랜차이즈로, 성공회대, 세종대, 이화여대, 한국외대에 둥지를 틀고 각 학교 학생들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매체이다. 이번에 우리 4개의 '알리’는 학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공동기획 기사를 준비했는데, 이번 학기 알리들이 있는 4개 대학에서 단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학내 성폭력은 너무나 보편적이고 만연한 문제이기에, 4개의 알리는 머리를 맞대고 성폭력 없는 학내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 성폭력 해결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최근 세종알리에 제보된 두 개의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 보자. 첫 번째 제보는 3월호에 실린 정홍택 교수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학교는 성폭력 관련 제도를 통해 사건 조사를 한 후, 교수에 대한 징계절차가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갑작스러운 정홍택 교수의 사직으로, 성폭력 사건은 학교의 어떤 조사도 없이 흐지부지되었다. 두 번째 제보는 4월호에 실린 모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 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학교의 제도를 통해 성폭력 사건을 접수하려 했지만, 교수의 소속을 이유로 학칙으로 처
알리는 각 학교들의 학칙을 참고하여 학내 성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일반적 처리과정을 알아보고, 현재 학교에서 제시하는 처리과정의 문제점과 처리과정을 밞을 때의 주의사항을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제시해보고자 한다. 조사한 기관은 ‘여성 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 한국성폭력상담소’ 세 기관이다. 학칙에 따르면 성희롱 및 성폭력의 피해를 당했을 경우 ‘양성평등센터’ 혹은 ‘성문화 상담소’와 같은 학내 센터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대리인)가 센터를 통해 조사 위원회의 회부를 통한 처리를 요청한다면 다른 의결 과정 없이 바로 위원회 회의를 소집한다.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미리 신청인, 피신청인 및 기타 이해관계인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한다. 조사가 끝나면 가해자에 적절한 징계 및 조치를 징계권자에게 요구하고, 사건 당사자에게 사건처리 결과 사항이 통지됨으로써 종료된다. 피해자는 조사위원회 회부 외에도 센터를 통한 당사자 간 중재를 요청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공생의 조건 토론회 자료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뿐만 아니라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가해자의 변명, 성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 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피해자의 잘못이라 비난하는 시선에도 고통 받아야 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 중심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원칙을 ‘피해자중심주의’라고 한다. 실제 사례를 통해 피해자중심주의를 자세히 이해해보자. 2013년 3월, 성균관대학교 ROTC 합격자인 가해자는 같은 학과인 피해자를 성추행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가해자는 도리어 “피해자가 나를 먼저 유혹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피해 사실을 호도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압박하는 행동이 바로 ‘2차가해’다. 2015년 여름, 피해자는 문과대학 여학생위원회(이하 여학생위원회)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다, 여학생위원회는 대책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학군단과 사건 대응을 논의했다. 성폭력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때는 사건을 가해자나 제삼자의 입장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과 경험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피해
대학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헌팅 그라운드>의 한 장면 ⓒNetflix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가 대자보, 페이스북, 혹은 OO대학교 대나무숲으로 이 사실을 공개했다. 가해자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놈은 나쁜 놈이다. 삼삼오오 수군거리며 욕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피해자가 '주작질'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 학교는 뭘 하고 있는지 몇 달 뒤에야 가해자 놈을 징계했단다.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 될까? 피해자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다 잘된 일일까? 가해자가 벌을 받았으니 우리 학교는 다시 성폭력에 서 안전한 곳이 됐을까? 피해자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가해자를 쫓아내기만 하면 학교 안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더는 신경 쓸 필요가 없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성폭력 사건은 단순히 가해자가 '나쁜 놈'이라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성폭력 사건과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동안의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교수가, 선배가, 후배가, 동기가, 남자가, 여자가, 수업 시간에, MT에서, 술자리에서… 구성원에게 허용 되는 행동과 강요되는 행동은 모두 대
학내 성폭력, 정말 남의 학교 이야기일까? 이화여자대학교는 ‘여자’대학교이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사람만 입학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이성애자 학생들은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남성이 없어 학교생활하며 성차별도, 성폭력 걱정도 없는 학교’라는 사실에 ‘이부심’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여자’ 대학교이기 때문에, 정말 성폭력-free한 학교일까?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 명제는 틀렸다. 첫째, 학교에 남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여자’학교라고 해서 여성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내에는 남학생만 없다뿐이지 교직원, 경비노동자, 교통정리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학내에는 상당수의 남성이 상주하고 있다. (물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로 시작하지만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둘째, 성폭력에 성별은 절대적 요소가 아니다. 성폭력은 ‘성별’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