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 안녕하세요. ‘노동자’ 나이팅게일입니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하나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2학년이 되어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했습니다. 부모님, 교수님, 동기 앞에 서서 나이팅게일 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백의(白衣) 천사’ 간호사를 꿈꾸며 간호학과에 입학하긴 했지만 막막한 현실이 먼저 눈앞을 가립니다. 과연 희생정신, 사명감 그리고 헌신만으로 버텨 낼 수 있는 직업인지 모르겠습니다. 희생이기 이전에 나의 생계를 위한 직업이라는 현실 앞에 나이팅게일 선언문은 막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 선언문으로써 우리의 불합리한 노동이 고급스럽게 합법화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랜시간 병원에서 실습을 하며 쉴새 없이 움직이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오늘도 한 평 남짓 되는 좁은…
“저는 평범하게 살아왔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시민입니다. 그러나 왜 참사가 벌어졌고 왜 책임자와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없는지 밝혀지지 않는다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생존자 김성묵 씨의 호소가 청와대 앞에 울려 퍼졌다. 무기한 단식 투쟁을 진행한 지 꼭 열흘째 되는 상황, 김 씨는 남은 힘을 끌어모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다. 오늘(1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당사자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단식투쟁단’ 기자회견이 열렸다. 피해 생존자인 김성묵 씨와 그를 돕는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들을 만나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힐 것을 주장하는 한편, 세월호 참사 관련 ‘직권남용 및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소시효 내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단식투쟁단은 먼저 세월호 참사 관련 진상규명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의 한계를 지적했다. 2018년 3월부터 활동 중인 사참위는 사고 당시 현장의 문제점을 알리는 등 진실규명을 위해 활동해왔다. 그러나 당시 사고와 관련해 국가정보원, 기무사, 해군,…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라서다. 그가 8년간 아버지를 돌본 이유다. 8년간의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출판했다. 아빠가 쓰러지기 전까지 각자의 생계는 각자가 책임졌다. 1인분의 몫을 해내면 됐다. 아빠가 쓰러지고 감당해야 할 몫은 2인분으로 늘었다. 어려웠다. 버거운 날들이 계속됐다. 아빠는 증상이 심해졌다. 외출하면 길을 잃었다. 수도꼭지 트는 방향을 헷갈렸다. 양복 입은 남자가 자기를 감시한다며 집 밖을 뛰쳐나간 때도 있었다. 어떻게든 아빠의 일상을 보존하려 했다. 잘되지 않았다. 지급해야 할 간호비와 수술비의 규모도 늘어갔다. 제도의 도움을 받기위해 방법을 알아보지만 잘 안됐다. 제도는 조기현 씨의 근로능력을 2인분의 몫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부양의무자인 동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신청이 거부되는 때도 있었다. 아빠를 돌보면서 자기 삶을 꾸리고 싶었다.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국가는 포기를 종용했다. 제도는 아빠를 돌보는 일이 가족인 당신의 최우선이라고 규정했다. 동시에 가난을 무능으로 치부했다.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가 아니라 복지제도의 수혜자라는 취급이었다. 이런 환경이면 꿈을 꾸는 것조차 포기해야
“가족”이 대체 뭔데 인간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소중히 대해 주는 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내가 사회 안에 머물고 있으며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는 감각(정체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테다)은 “나를 필요로 하고 소중히 대해 주는 이”에게서 얻는다. 일차적으로 개인은 가족에게서 그런 감각을 받는다. 가족이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원천이라고 정의된다. 그런데 가족의 본질은 뽑기다. 어떤 가족에게서 자랄 건지 내가 선택할 수 없다. 태어날 때 배당되는 것이 가족인데 우리는 이를 천륜처럼 받아들인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원천이어서지만, 그렇다고 필연으로 생각해 지나치게 의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거시적으로 바라보자. 가족이란 개념의 토대는 근대에서부터 출발했다. 미성년 자녀를 기르는 부부집단이 “가족”이라고 정의됐다.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일은 국가의 국민을 재생산하는 일과 같다. 자녀는 성인이 돼 국가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주체로 성장하고 그래서 가족은 국가와 개인을 매개하는 셈이다. 개인은 가족을 통해 국가에 편입된다. 김민정 교수(강원대 문화인류학과)는 “애당초 국가는 근대 때부터 가족을…
고함이 나서 이어폰을 뺐다. 아빠와 할아버지가 싸우는 소리였다. 문을 열었다. 내가 있는 줄 모르는 모양이었다. 싸우는 게 아니었다. 아빠는 혼나고 있었다. 핸드폰 요금이 10만 원 넘게 나왔다는 이유였다. 그는 울고 있었다. 절박했는지 무릎을 꿇었다. 모멸의 언어가 아빠에게 달라붙었다. 고성과 모욕이 몇 번 더 오갔다. 마흔 넘은 아빠는 일흔 넘은 할아버지에게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라는 문장을 되뇌었다. 그걸 주문처럼 외웠다. 모멸이 격발되는 건 잠깐뿐이라고 스스로 되새기는 것처럼 보였다. 핸드폰 요금이 명시된 고지서를 봤다. 핸드폰 요금이 10만 원 넘게 지출된 건 교통비 때문이었다. 그때 아빠는 교통비를 낼 형편도 못돼서 핸드폰 요금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했다. 고지서는 아빠가 끊임없이 이동했다는 증명이었다. 모욕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딘가 자기 가치를 알아줄 곳에서 노동하기 위해서였다. 몇 평의 방에서만 삶의 궤도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빠는 그걸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아빠가 정말 무능한 인간인지, 뭘 했고, 뭘 하고 싶은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알고 싶지 않았다. 아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Ep.01 브렉시트,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1. 아직도 브렉시트...? 2. 난리났다. 영국 의회! 좌충우돌 브렉시트 합의 과정 이야기(feat. EU) 3.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는? 영국에서 온 편지….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아니고 여-하!(여러분 하이라는 뜻) 내 이름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야! 내가 총리 되기 전부터 꼭 하고 싶은게 있었거든? 바로 브렉시트 완수! 내가 올해 10월 31일까지는 무조건! 노딜 브렉시트라도 하려 했는데… 하원 애들이 못하게 법을 만들어 버렸네? 내가 그거 못하게 할려고 엘리자베스 여왕도 다음달 14일에 부르기로 했는데…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 총리만 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 ㅁ..뭐 무슨 브렉시트? 여왕은 또 왜 불러? 뭔 소리야 너? ###잠시만여, 브렉시트 정리 한번하고 가실게요!! 인사가 늦었네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팀의 정갑분, 이흥선, 제리입니다! 요즘 영국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죠? 지금 영국은 ‘브렉시트 정국’이라고 할 수 있을…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발표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에 ‘번아웃현상’이 포함되었다. 보건기구가 발표한 번아웃 현상의 정의는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증후군’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는 번아웃의 특징을 세가지로 정의하였다. 첫번째는 에너지 고갈 또는 피로. 두번째는 직업과 정신적 괴리 증가 또는 직업과관련된 부정적이거나냉소적인 감정. 세번째는 업무 효율 저하다. 이와 같은 소식에 많은 언론들이 번아웃이 질병으로 규정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직업적인 현상으로 정의되었고 직업 생활 외의 상황에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보건기구의 의견이다. 보건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번아웃은 직장인들에게만 적용되는, 직업생활과 관련된 상황에 한정된 증상이다.보건기구가 질병으로 분류한 현상은 회원국들에게 치료 대상으로서 권고되며 이것이 미치는 영향이 세계단위로 막대하기에 보건기구의 조심스러운 정의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번아웃이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지칠대로 지쳐있던 현대인들에게 생겨난 부작용들이 축적되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인 만큼,우리에게 와닿는 의미의 범위는 더 넓은 듯하다. 현대사회를…
[4월의 노란물결] #3. 단원고4.16기억교실을 다녀오다 5년 전 그 날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기억하고 싶어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단원고4.16기억교실을 찾아갔다. 지하철을 타고 1호선 온수역에서 4호선 고잔역까지 가는데 1시간, 지하철에서 내려 단원고4.16기억교실까지 걸어가는 데 10분이 걸렸다. 단원고4.16기억교실은 단원고등학교의 교실이 부족해져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건물로 옮겨졌다. 단원고 교실을 그대로 복원했기 때문에 희생자들이 지냈던 교실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건물 1층에서는 방명록을 작성하고 짐을 보관할 수 있었으며,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노란 리본 스티커와 팔찌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복원된 교실과 교무실을 둘러보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조심스럽게 들어간 교실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서른 개가 넘는 책걸상, 칠판지우개 자국이 하얗게 남아있는 칠판과 그 옆 게시판에 붙어 있는 각종 안내문까지. 여느 교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 평범한 교실에는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었다. 교실에 있어야 되었던 학생들이 없었고, 교과서와 필기구도 없었다. 빈자리에는 없어야 했던 물건들과 문구들이 가득했
[4월의 노란물결] #2. 안산이 노란 물결로 물든 날 사진=김영건 기자 4월 16일, 안산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행진과 기억식이 진행되었다. 행사에는 희생자 유가족들과 생존자, 정치인과 시민 등 5천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강누리 기자 기억을 걷는 시간 오후 1시, 기억식에 앞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행진이 진행되었다. 행진은 고잔역을 시작으로 단원고4·16기억교실, 안산 단원고등학고, 4·16생명안전공원 부지를 거쳐 기억식이 진행될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까지 이어졌다. 단원고등학교에는 희생자들을 위해 편지를 쓰는 자리와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진=강누리 기자 이후 행진 참석자들은 4·16생명안전공원 부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기리고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하며 부지에 노란 바람개비를 꽂고 모종을 심었다. 오르막길을 오르기도 했고, 흙길을 걷기도 했고, 모종삽으로 땅을 파기도 했던 긴 여정이었지만 힘든 내색을 보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묵묵히 2014년 4월 16일을 걸으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김영건 기자 올해도 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