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뷰] 당당하게 무임승차하기
'리뷰를 알리다, 알리뷰'는 다양한 필진의 리뷰를 통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회대알리의 기획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들에 휩쓸려 나의 취향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이 표류 속에서 우리는 가끔 타인의 취향에 기대야 합니다.
25년 가을,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세 글을 [헤아리다] 시리즈로 묶었습니다.
저기 멀리서 누가 걸어온다. 어디서 봤는데, 누구더라. 낯은 익지만 신원을 정확히 알 수 없어 탄식했다. 그때 번뜩 스치는 올해 9월의 퀴어문화축제. 저분, 내 부스에 들렀다. 내 책갈피를 엄청 샀던 사람이다. 정체를 알아챈 순간 쭈뼛쭈뼛 고민이 시작됐다. ‘인사를 해야 하겠지? 하지만 저분은 나를 모를 것 같아... 아니 근데, 나를 알 수도 있잖아.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기와 아는 사람에게 인사 안 하기 중에서는 전자가 낫지 않을까…? 아무래도 해야 하겠지… 그래, 결심했어. 역시 인사하는 게 도리야... 용기를 내자…’ 대대적인 결정을 내린 순간. 그 사람은 저 멀리 걸어갔고, 이미 그 뒤통수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인사성 없는 책지기가 되어버렸다. 저기요, 잠시만요. 가지 마세요. 저 아직 인사를 못 드렸다고요! 이렇게 나는 인사하는 것조차 고민스러운 일로 만든다. 아침마다 커피와 캐모마일 티를 양손에 들고 저울질한다. 아침 샤워와 밤 샤워 사이에서 우왕좌왕한다. 인생 대소사의 수많은 선택지가 나를 마구 흔든다. 하나라도 뚜렷하면 얼마나 좋을까? 습관이 된 불확실함과 너무 오래 고민하는 성정 탓에, 나는 가끔 대학 안의 나를 소시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