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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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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강의실로 향하는 길, 카페에 들러 잠을 깨울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는 것은 대학생에겐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다. 마저 비우지 않은 음료를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혹은 이를 목격한 적이 있는가? 한림알리는 무심코 행한 누군가의 행동으로 골머리를 앓는 학생생활관 환경미화원 총 12명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한림대학교 학생생활관 담당 최복자 미화원

 

사생들의 공공의식 이대로 괜찮은가?

학생생활관 담당 미화원으로 재직한 지 올해 10년 차인 최복자 미화원과 각 관의 담당 미화원들은 학생들의 공공의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미화원들이 입을 모아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바로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였다. 음료를 마신 뒤 컵에 든 얼음과 같은 내용물을 비우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면 수거 시 내용물이 흘러나와 골치 아픈 상황이 발생한다. 미화원 들은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경우 분류표가 각 관에 부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란껍질이나 티백과 같은 일반 쓰레기를 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미화원 A 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류하지 않고 내놓으면 수거하시는 분들이 절대 가져가지 않아 일반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우리가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서 내 놓는다”며 분류 작업 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화원들의 골칫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교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타)을 통해 알려진 일명 ‘5관 샤워실 토사물 사건’은 사건 당사자의 심각하게 결여된 공공의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건 발생 직후 생활관 방송을 통해 해당 학생의 자발적인 뒤처리를 요구했으나, 이를 바로 처리하지 않고 며칠 동안이나 토사물을 그대로 방치해 공동 샤워실을 이용하는 사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을 뒤덮었다. 결국 뒤처리의 몫은 5관을 담당하는 미화원에게 돌아갔다. 해당 미화원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천장까지 튀긴 토사물을 모두 치우는데 1시간 20여분이 걸렸다”며 “돌아오는 축제 기간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라면 국물을 정수기에 흘려보내거나 변기에 과도하게 휴지를 버려 다음 사람의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을 주고, 사용한 생리대를 화장실 선반에 그대로 펼쳐 올려놓는 등의 일도 비일비재했다. 미화원 다수는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공간은 맞으나 자신들과 같이 학내 환경에 힘쓰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최소한의 에티켓만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화원 B씨는“학생들을 위해 학생생활관을 쾌적하게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업무지만 과도하게 결여된 공공의식의 현장을 보면 이곳이 정말 지성인을 배출하는 대학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학교에 바라는 거요? 인원충당이 제일 절실해요"

미화원들은 최근 인상된 최저임금이 학내 미화인력 삭감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전체적으로는 62명의 중에 13명이 인원감축 대상이 됐고, 학생생활관 담당 인원은 15명에서 12명으로 총 3명이 학교를 떠났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비교적 수용 인원수가 많은 1관과 8관에는 3명의 미화원이 배치되지만, 이를 제외한 2관, 3관, 4관, 5관 그리고 6관의 경우 “관마다 한 명의 인원만 배치되는 상황”이라며 “7관은 아예 전담 배치원이 없다”고 밝혔다. 미화원 C씨는 “많은 양의 쓰레기들을 다 옮겨야 할 때가 제일 막막하다”며 “혼자 하는 건 더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일 어마어마한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미화원들은 ‘인원충당’이 학교에 바라는 가장 절실한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 미화원들이 기자에게 수고했다며 건넨 바나나

 

그래도 우리의 ‘일’, 고마운 순간도 있었다

이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10여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처럼 힘든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며 감사 인사를 전하던 학생들과 매번 마주칠 때마다 밝게 인사하는 학생들을 떠올리면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며 미소 띤 얼굴로 각자의 추억을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미화원 일동은 “우리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은 큰 게 아니다”라며 “기본적인 공공시설 에티켓만이라도 지켜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고 작은 바람이 담긴 목소리를 전했다. 사생들의 쾌적한 하루를 위해 이른 아침을 깨우는 미화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먼저 따뜻한 인사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뷰가 끝날 무렵, 한 명의 미화원이 말했다. “어떨 때는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우리의 일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을 때는 정말 힘이 쭉 빠져요”.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완벽한 공공의식’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론 귀찮음이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된다면 의도를 품은 ‘잘못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순간의 게으름이 누군가에겐 사회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미화원들이 바라는 ‘기본적인 것’. 과연 지키기 어려운 일일까?

 

인터뷰/취재/글 = 황서영 기자(hwangseoyoung0213@gmail.com)

사진= 조한솔 기자(whgksthf9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