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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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같이가치청춘] 경제근육을 키우는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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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는 학비를 충당하려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힘들게 취업에 성공해도 결혼하고 집 마련할 돈이 부족해 또 대출을 받는다.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대부분 겪는 대출 스토리이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청년층(19∼35세) 대출자의 1인당 평균 빚은 4000만 원이다. 4년 전 2800만원이었던데 비해 청년층 빚은 45.2% 불어나 ‘청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심화되는 청년부채 문제에 색다른 ‘경제적 관점’을 가지고 협동조합 형태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이하 청지트)다. 청지트의 대표 한영섭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만들어진 역사

2005년까지 한영섭 센터장은 평범한 대기업 회사원이었다. 월급이 보장되는 대기업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매번 돈에 대해 걱정했다. 그런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이후 재무 설계를 공부하게 됐고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근무했다. 당시 상담을 찾는 이들의 높은 연령층을 보며 ‘청년들도 상담이 필요할 텐데 왜 청년들은 오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런 문제의식에 ‘청년연대은행 토닥’을 만들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청년들의 금융 문제 해결을 위한 관계 금융이다. 토닥에서는 대출만 제공하지 않고 경제·금융 상담, 교육도 병행했다. 그 교육의 중요성을 느껴 2013년도 하반기, 부설로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이하 청지트)를 만들었다. 청지트에는 한 센터장의 10여년 간의 고민이 담겨있는 셈이다.


청지트가 말하는 ‘다원적 경제모델’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의 경제·금융 교육은 개인의 관점에서, ‘개인이 어떻게 잘할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청지트의 교육은 조금 다르다. 청지트의 교육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 우선 이 협동조합이 이야기하는 ‘다원적 경제모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개인이 저축으로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요?” 
한영섭 센터장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고 말한다. 개인이 부담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 정책들을 이용해 조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을 산다던가, 교육을 받고 싶다던가 하는 모두의 공통된 욕구는 공공재원을 활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 결국 ‘돈을 잘 다룬다’ 는 말은 내 통장을 잘 다루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공공재원을 잘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지트는 청년들이 ‘다원적 경제모델’을 이해하도록 돕고, 덧붙여 개인 차원의 경제 교육도 진행한다. 내가 돈을 잘 쓴다는 것은 내 욕구대로 소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욕구를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의 욕구 중 어떤 욕구는 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발생한 욕구일 수도 있다. 혹은 소비 마케팅에 의해서 사실 내 욕구가 아닌데 내 욕구처럼 착각했을 수도 있다. 청년들은 청지트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파악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존재를 배운다.


돈이 없어 꿈을 포기했던 청년들을 위한 ‘꿈꾸는 가계부’

청지트에서 개발한 ‘꿈꾸는 가계부’는 청년들이 욕구 기반 소비를 하도록 돕는다. 기존 가계부가 수입, 지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꿈꾸는 가계부에는 ‘꿈 지도 그리기’ 페이지가 있다. 수입, 지출만 적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개인의 욕구에 따라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쓸지 의사결정 하도록 돕는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꿈은 자기계발에서 이야기하는 꿈과 달라요.” 한 센터장은 이렇게 강조한다. 청지트가 말하는 ‘꿈’은 직업 중심이 아닌 가족, 건강, 여가, 일, 공동체 등 조화롭게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로 구성된다. 

청년들이 꿈 지도에 그리는 꿈 중에는 돈이 들어가는 게 있고 안 들어가는 게 있다. 보통의 재무설계나 재테크는 ‘돈 중심 사고’를 하게 만들어서 청년들이 꿈을 안 꾸게 하기도 한다. “모든 것에 돈이 들어간다는 생각에 꿈꾸기가 두려워지죠.” 한 센터장은 먼저 욕구를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조달할지 계획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자가 ‘돈이 안 드는 목표에 무엇이 있는지’ 묻자, 자신의 계획을 예로 들었다. 3년 뒤에 유학을 가고 싶은데 유학자금을 자기 돈으로 마련하고 싶지 않은 경우,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활동을 열심히 해서 사회적 후원을 받을 수 있다.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면 돈이 모이게 돼요.”

 

다양한 방식의 ‘생활경제’ 교육과 마음을 다독이는 상담

꿈꾸는 가계부 외에 ‘내 지갑 워크샵’을 개최하기도 한다. 기존 금융 회사에서 제공하는 금융 교육들은 ‘어떤 금융 상품에 가입하면 수익률이 좋은지’ 장점을 중심적으로 얘기하는 반면, 청지트는 ‘금융 소비자로서 금융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볼지’ 교육한다. 전반적인 목표는 ‘생활경제’를 교육하는 것이다. 

‘생활경제상담사’라고 불리는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사회연대 은행과 협력하여 ‘청년 생활경제상담사 양성과정’을 진행했고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상담사가 청지트의 1:1 컨설팅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기준 약 250명의 청년들이 청지트 1:1 상담의 도움을 받았다. 상담은 오직 컨설팅 중심으로 작업하는 보통의 재무 설계와 달리 컨설팅, 카운슬링, 코치, 트레이닝을 함께 진행한다. 그 이유를 묻자 한 센터장은 “대부분 많은 분들이 돈에 지쳐있어요. 그걸 해소해 주려고 해요.”라고 대답했다. 기계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맞춰내는 컨설팅은 두 번째 이야기고, 우선 돈에 의해 상처 입은 부분을 카운슬링을 통해 다독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함께 준 다음, 소모임을 개최해 그 솔루션을 청년들이 함께 실천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교육, 상담, 소모임을 패키지로 묶은 ‘내지갑 트레이닝 코스’가 있다. 

“상담했던 청년들 중 예술가 청년이 기억에 남아요.” 예술가들은 종종 기성세대의 ‘돈 중심 관점’에 의해 돈 벌지 않는, 따라서 가치 없는 사람으로 불린다. 그러나 청지트가 말하는 경제적 관점에 의하면 예술가야 말로 누구보다 삶이 질이 높고 부유한 사람이다. 이런 관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예술가 청년은 청지트 상담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활동이 지지받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겠다’는 청년들의 소감에 한 센터장은 뿌듯해졌다.


청지트의 현재와 미래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힘든 점은 없을까? “수평적 리더십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고민 중이에요.” 청지트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지 어연 4년 째. 조직의 특성상 성장하는 과정마다 어려움이 존재해왔다. 현재는 조직이 커지는 상황에서 리더로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묶어내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 수평적 구조 속에서 사무국은 수직적 이익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은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면 더 이상은 그렇게 끌고 갈 수 없어요.” 

점점 더 성장하는 청지트의 올해 목표는 온라인 기반 플랫폼을 제작하는 것이다. 전국의 청년들을 다 만나서 상담하고 교육하는 데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생활경제역량을 강화시키는 플랫폼을 제작해 온라인에서도 교육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중장기적 목표는 대학 내에 생활경제상담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일부 대학에는 경제상담센터가 존재한다. 흔히들 돈을 벌어야 경제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용돈 받는 것도 돈 버는 것의 일종이고 대학생들도 소비를 하고 있다. 경제 교육을 일찍 받으면 돈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고, 돈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 일에 대한 관점도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돈을 많이 주는 직업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 주식을 가르치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돈 중심 사고를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한 센터장은 ‘무엇보다도 시민 교육 차원에서 경제 교육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대학 내 상담센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상담센터와 교육 기관을 확대하는 것도 청지트의 장기적 목표이다.


한국의 청년들이 힘든 현실 속에서도 ‘질 좋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힘을 불어 넣어주는 청지트.  더 크게 성장하여 전국 곳곳에서 청지트를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 ‘같이가치청춘’은 획일화된 삶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협동조합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이 콘텐츠는 <같이가치 with kakao>,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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