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대학알리

이화여자대학교

Unsafe House, UnsafE-House - 불안한 신축기숙사

유난히 뜨거운 여름의 막바지였던 지난 8월 말, 북아현 숲 깊숙이 이화여대의 신축 기숙사가 완공되었다. 완공된 흔적을 채 지우기도 전에 학교 본부는 서둘러 2학기 사생을 모집했고, 이어 학생들은 개강에 맞춰 입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설과 유닛 시스템1에 대한 부푼 기대도 잠시, 완공된 지 약 3개월이 되어가는 신축 기숙사 E-House는 계속되어 발생하는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축 기숙사에 대한 각종 문제 소식들을 접한 알리 기자들은, 혹시 빠른 완공을 위해 시공 기간을 의도적으로 단축해 공사상 결함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타 대학 신축 기숙사들의 현황 및 시공 기간을 조사해 비교해보니, 별첨 표에서 보다시피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의 연면적은 약 6만 제곱미터로 타 대학 기숙사들의 연면적 보다 많게는 약 두 배까지도 크다. 그러나 시공 기간은 약 2년 1개월로 타 대학들의 시공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규모에 비한 시공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이기 때문에 시공 기간상의 문제가 의심되었다. 이에 더욱 정확한 문제 제기를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규모의 시공 기간은 예외 상황이 없는 한 대개 2년 정도가 일반적이라 한다. 여기에서 시공 기간은 공사 중단 기간을 제외한 순 공사 진행 기간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축 기숙사의 건축 과정상 중단 여부를 알아보았으나, 이화여대 재무처 시설팀 강성기 대리는 ‘몇 시간 정도 지연된 적은 종종 있으나 일, 주, 월 단위 등의 일정 기간에 공사를 중단한 적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시공 기간상’의 문제점은 지적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잦은 민원으로 인해 공사 진행 속도가 꽤 더디어졌다는 사실을 통해, 느린 속도의 공사가 과연 2년만으로 충분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게 된다. 더불어 뒤에 언급될 두 문제점은 학생들로 하여금 신축 기숙사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을 더더욱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우선,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가 완공되기까지의 과정을 타임라인을 통해 살펴보자.

 

* 별첨: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vs 타 대학 기숙사 전격 비교표

(표)연면적: 건축물에서의 모든 바닥면적의 합계로, 지상뿐만 아니라 지하의 바닥면적까지 모두 포함하는 면적의 개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숙사 공사, 그 진행 과정에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타임라인으로 시각화해보았다. 갈등의 주된 양상은 <이화여대 측, 서울시청 vs 주변 주민들>로 보인다. 이 갈등에 산림청, 감사원, 법원 총 세 곳의 국가기관이 관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제기했던 대부분 문제에 국가기관들은 이화여대와 서울시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다만 서울시청이 해당 부지를 산지로 판단하지 않아 산지전용허가절차를 밟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지적하며 조치를 요구했다.

건축 과정부터 시끄러웠던 신축기숙사 E-House. 여러 사람이 고생한 만큼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새 보금자리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한’ 장소에 불과했다.

 

 

학생들의 불안한 보금자리 E-House

 

1. 잦은 보수 공사

신축기숙사 E-House는 4~10명이 거실을 공유하는 유닛형으로 설계된 이화여대의 새로운 기숙사로, 학생들의 큰 기대를 받으며 지난 9월 오픈했다. 하지만 준비과정의 조급함 탓인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시설과 내부적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먼저 9월 1일 오픈 예정이었던 201동의 학생식당 같은 경우엔 공사지연으로 인해 5일로 미뤄졌지만 19일로 한 차례 더 미뤄졌다. 따라서 학생들은 19일까지 301동의 학생식당만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학생식당 문제 외에도 9월 입사 후에도 군데군데 공사가 덜 끝나 공사 먼지와 소음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이 많았다. 특히 내리막길 공사는 미끄럼 문제로 수차례 보수공사를 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래는 최근 학생들이 기숙사로부터 받은 보수공사 안내 문자다. 보수공사가 일상이 되어버린 불안한 기숙사 상황을 아주 잘 보여준다. (출처 = 201동 사생 ㄱ모 학생)

 

2. 어디선가 자꾸 새는 물

출처 = 201동 사생 ㄱ모 학생학생들이 가장 많이 불편을 호소한 부분은 누수 문제인데, 상업시설에도 물이 샜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방에도 누수 문제가 빈번히 발생했다. 201동 사생 ㄱ 학생은 지난 10월 28일 발생한 화장실 누수 사건으로 건물 안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유닛 학생들은 사고 발생 며칠 전부터 샤워실 쪽에서 물이 한두 방울 떨어졌지만, 극소량이라 어디에서 떨어지고 있는 건지 찾지 못했다. 하지만 10월 28일 새벽 5시경, 샤워장 전구 쪽에서 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물이 멈추지 않자 해당 방 학생들이 사무실에 신고해 긴급한 상황은 마무리 지었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전구를 새로 달아주지 않고 방치한 상태다. 또한, 사고가 일어난 이유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다.

28일 새벽 발생한 화장실 누수 사진. (출처 = 201동 사생 ㄱ모 학생) 동영상 캡쳐본이라 잘 사진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 상단 전구가 있는 곳에서 물이 폭포처럼 떨어졌다. 기숙사 측은 응급조치만 한 후 전구는 새로 달아주지 않았다.

 

3. 불안한 갈라짐

벽이 갈라지며 생기는 크랙 또한 학생들에게 불안함을 조성하고 있다. 302동 사생 ㄴ 학생은 몇 주 전부터 천장부터 크랙이 생기더니 벽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며 불안함을 표했다. 기숙사 사무실에 신고하자, 관계자는 “건물이 처음 지어진 후 자리 잡는 3년 동안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며 다가오는 겨울 방학에 한꺼번에 보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4. 허술한 보안체계

마지막으로는 세콤(출입관리 시스템) 가동 및 외부인 통제에 관한 문제다. 학생들의 입사 및 생활은 9월부터 시작됐지만 가장 중요한 안전요소인 세콤은 11월 15일에서야 가동됐다. 실제로 외부인 통제가 허술해 각 유닛 방문에는 외부음식 전단이 붙었고, 학생들이 밤늦게 사생이 아닌 다른 친구들을 데려와 같이 자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학생들의 안전이 우선시돼야 할 기숙사에 세콤 가동이 늦어졌다는 점에 의아함을 느낀 기자는 기숙사 측에 서면으로 그 이유를 물었지만 ‘세콤 가동이 11월 15일에서야 시작된 것’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기숙사 측은 “기숙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전입니다. CCTV, 세콤, 스피드게이트, 경비선생님들의 순찰 등을 통해 기숙사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안전문제 외에도 기숙사비 차등에 대한 보상, 계속되는 난방 문제,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 제한적인 행정실 운영 시간 등으로 학생들의 불만은 끊이질 않고 있다. 9월 입사 후 채 3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도 불편사항이 폭주하자, 지난 11월 9일 익명의 학생은 엘리베이터에 불편사항을 담은 대자보를 부착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서명운동 마감일인 11월 21에 기숙사 측은 자체적으로 대자보를 수거하며 “게시물을 11월 30일까지 사무실에서 찾아가지 않을 경우 폐기할 것”이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서명운동 자보 옆에는 마찬가지로 21일에 자체수거를 하겠다는 동아리의 홍보물이 부착돼 있었지만, 기숙사 측이 서명운동 게시글만 수거한 것에 대해 학생들은 “굳이 왜 철거?”, “옆에 동아리 게시물도 11월 21일 자체 수거인데 찔리세요?” 등의 문구를 기숙사 측의 안내 게시물에 적으며 반감을 드러냈다.

 

 

지진과 함께 흔들리는 안전

 

지난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강도 5.8 지진 이후로 많은 사람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또다시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한국은 더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잦은 지진을 겪는 일본의 경우에는 건물 내진설계(건물의 내구성을 튼튼히 해서 강한 지진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와 지진 발생 시 안전수칙 교육을 통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을 준비하고 있다.

신축기숙사 건물들은 지진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설계되었을까? 다행히도 A동부터 E동, 그리고 부속 동까지 모두 2014년 07월 15일에 건축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2009년에 제정된 건축구조기준(KBC2009, 대한건축학회)이 적용되어 내진설계 되었다.

그러나 안전수칙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생들은 매 학기 화재대피훈련은 받는 반면 지진대피훈련은 받지 못하고 있다. 기숙사 행정실에 전화해 ‘기숙사생을 위한 지진대피훈련은 없는가?’라고 물어보자 ‘지진대피훈련이라고 따로 명시된 바는 없지만, 어차피 대피훈련이라고 하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건 (화재대피훈련과) 같은 것이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또한 기숙사 홈페이지나 생활 안내문에도 지진 발생 시 대처 요령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기자가E-house information center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김 모 씨에게 ‘지진 발생 시 행동 지침이 있냐.’고 묻자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훈련의 궁극적 목표는 사고가 났을 때 자동반응(reactionary)하도록 몸에 입력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미국 선장·선원단체(MM&P)에서 선원 훈

련 교관으로 일하는 짐 스테이플스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누구나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훈련의 ‘체화’이다. 실제로 2011년 1000여 명이 사망한 일본 가마이시 지진에서 반복 대피 훈련을 했던 지역 학생들은 99.8%가 생존했던 ‘가마이시의 기적’ 사례가 있다.

지난 4월 16일에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의 리쓰메이칸 아시아 태평양 대학(APU)은 닛케이비지니스 신문을 통해 그날 지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밝혔다. 우선 산 위에 위치한 기숙사 사생들을 직원과 선배들의 안내로 기숙사 주차장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기숙사에 없는 학생들까지 신원 확인을 확실히 했다. 한편 구마모토와 가까운 부산 동의대 학생들도 당시 지진을 느꼈다. 기숙사 건물이 흔들리자 수백 명의 사생이 비상구로 향했지만, 그곳은 잠겨있었다. 기숙사 관리자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공포에 떠는 학생들을 방으로 돌아가게 시켰다. 물론 무조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흔들림이 심할 때는 오히려 이동하다가 머리에 떨어지는 물체를 맞는 등 다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학생들을 기숙사 안에 머무르게 하든, 밖으로 대피시키든 안심하고 따를 수 있는 기숙사 측의 확실한 대피 요령 매뉴얼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긴급 상황 시 컨트롤 타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보았다. 신축 기숙사에도 지진 발생 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기숙사에 있는 동안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탁자 아래로 들어가 몸을 보호한다. 흔들림이 멈추면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밖으로 나간다. 나갈 때는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여 떨어지는 물건에 대비한다. 또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이때 대피 장소는 운동장, 공터 같은 넓은 곳이 좋다. 대피 장소를 어디로 할 것인지 학교 측에서 미리 훈련을 통해, 또는 공지를 통해 알려주어야 한다. 만약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벽 모서리나 화장실, 목욕탕이 비교적 안전하다.

 

 

가장 중요한 토끼 – 안전을 놓치다.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는 완공되기 전부터 RC 제도 도입, 서울권 학생들의 입주, ROTC 기숙사 등 학교가 제시했던 여러 정책에 대한 근거 및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 대학생 주거난 해소라는 명분과 더불어 이러한 정책들로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정작 가장 중요한 ‘학생 주거 안전’이라는 의무를 간과하고 있으며, 오히려 문제를 묵인하려는 태도로 학생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 묵인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추후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안전 보장이라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시정하려는 학교의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많은 학생들의 증언으로 신축 기숙사의 안전 문제는 더 이상 의심이 아닌 사실이 되었다. 학교 측은 안전 문제에 심각성을 두지 않는 ‘위험 불감증’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한 불거진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실효성 있는 개선을 통해 학생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타임라인> 참고자료: 정부기관에 정보공개된 문건들

(감사원) ○○대 기숙사 건립 관련 감사청구_공개문, ○○대 기숙사 신축 관련 산지전용협의 업무 부적정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_2015구합69591_판결서

(서울시) 제13차_도시계획위원회_심의결과

<별첨 표> 참고 자료 :

(중앙대) 이데일리 기사 <중앙대 수용규모 1432명 신축 기숙사 완공> (2015.2.24)

(한국외대) 한국외대 홈페이지 HUFS TODAY <글로벌캠퍼스(용인) 제2기숙사 준공식 개최> (2011.8.22)

(홍익대) 조선비즈 기사 <홍익대, 초고층 최첨단 제2기숙사 준공> (2016.1.21)

(숭실대) 숭실대 홈페이지 숭실 홍보-주요뉴스 <숭실대 기숙사 '레지던스홀' 준공> (2010.04.06)

<지진과 함께 흔들리는 안전> 참고자료 :

중앙일보 <"구명조끼 입고 선실 머물면 안 돼, 뱃사람이면 아는 기초 상식인데 …”>

노컷뉴스 <"비상구는 잠겨있었다" 대학생 기숙사 '공포의 시간’>

리츠메이칸 APU 한국사무소-공지사항 http://ritsapu-kr.com/bbs/

bbsView.php?id=260&page=2&code=news

지진 대처 방법 : 국민안전처

 

 

 


1   여러 명이 거실을 공유하고, 방을 나눠 쓰는 새로운 형태의 기숙사.

 

기사 = 고서연(rhtjdus8@naver.com), 김진주(seapearl0902@gmail.com), 김채현(cogus1221@gmail.com), 최유리(yuuuuuri1939@gmail.com) 기자

온라인 편집 = 임영진(yjlim530@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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