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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간다는 것: 결코 쉽지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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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여러분들은 언제 화장실에 가시나요? 식사 전에? 식사 후에? 혹은 급할 때? 아니면 가기가 귀찮아 참았다가 단 번에 모든 필요를 해결할 수 있을 때 가시나요? 어느 선택지가 되었든, 자기가 가고 싶을 때 주체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를 할 것 같습니다. 본래, 화장실이란 개인적인 ‘필요’ 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니까요. 그러나 과연 모두가 그런 ‘권리’를 누리고 있을까요? 분뇨감이 느껴질 때, 개인적인 용무와 필요를 위해 화장실에 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권리, 혹은 누구나가 다 누리고 있는 당연한 권리로 생각되는 것이 아마 통상적인 인식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주변에요. 일용직 노동자, 서비스직과 판매직, 이동 노동자, 건설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형마트에 장보러 갈 때,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에 갈 때, 백화점과 중·소형 상점을 갈 때 우리를 따듯한 웃음으로 맞이해주는 ‘그녀들’을 우린 늘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들에게 ‘화장실’이란 공간은 우리들의 ‘화장실’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녀들에게 화장실이란 비효율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먼 거리에 배치되어 있는 화장실을 가기위해 여러 가지 ‘의례’를 통과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 및 직장 상사의 눈치, 업무의 효율성과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타이트하게 짜여진 업무 시간 준수, 너무나도 멀리 배치되어 있거나 부족한 화장실 ‘찾아 가기’ 등등 그녀들이 화장실에 가기위해 넘어야 하는 ‘허들’은 아주 많습니다. 이것뿐 만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이동하면서 노동행위를 지속해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화장실을 찾는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입니다. 많지도 않은 공공화장실을,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찾아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은, 차라리 그녀들이 ‘가지 않고 참도록’ 만들죠.

 

​ 출처: ⓒ서울시NPO지원센터

 

이런 열악한 여성 노동현장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가 있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현재 여성 사회의 안전과 좀 더 질 좋은 일터 만들기를 위해 전 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NPO지원센터는 이러한 단체의 ‘활동의제’를 콘텐츠화 하여 사회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NPO기획전시 지원사업>을 통해 전시 운영을 지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의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전시 공간에서 어떤 콘텐츠들이 배치되어 있을까요?

전시에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준비하고 기획한 주제에 대한 콘텐츠들이 주제별로 배치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콘텐츠들의 배열 중 첫 번째 주제는 화장실의 비효율적 배치와 공간의 부족, 화장실을 가기 위해 견뎌야 하는 여러 가지 ‘의례’ 등 여성노동자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실제 백화점 면세노동자들이나 서비스직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업무 공간의 공간 배치도를 인터뷰와 함께 전시해 놓은걸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화장실이라 불리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너무나 열악한 화장실 환경과 공간의 결함들을 보여줍니다. 현장에 대한 인터뷰와 구체적인 화장실 사진들을 전시하여 그 현장을 직접 경험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주제는 "화장실, 여성노동자 권리의 확장으로 변화는 가능하다"였습니다. 그동안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진행한 현장지도나 연구, 교육사업 등을 통해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현장의 화장실 문제를 ‘문제화’하여 실제로 바뀐 현장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바뀌기 전과 후의 사진을 함께 전시하여 실천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문제제기에서 실천으로, 그리고 실제로 변화한 환경으로 이어지는 전시 기획의 스토리텔링 구조는 관람의 깊이와 생각의 폭을 더욱 넓히게 해주고 있었고, 더 나아가 직접적으로 문제의식이 경험되도록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출처: ⓒ서울시NPO지원센터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넘쳤던 전시 공간이었는데요. 이 시점에서 실제로 현장 전시를 기획하고 담당하신, 그리고 관리하고 계시는 현장의 상임활동가분을 만나 전시에 대해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한 ‘이야기’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나래님. 단체소개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나래입니다. 저희 단체는 IMF 경제위기 이후 대규모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인되었던 실업문제와 함께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미치는 고통에 주목해 왔습니다. 근골격계 질환, 어깨 통증, 허리 통증 등등 신체적인 질병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노동강도의 심각함 같은 것들이요. 이후에 경제위기에서 비롯된 노동자들의 생존문제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이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국에서 문제제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노동조합 활동가, 의료인, 법률인, 정치단체 등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모여 단체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수원, 부산 세 지역에서 활동 중이고 8명의 상임활동가가 휴게시간 확대요구, 작업중지권에 대한 요구, 과로죽음, 과로사, 일터 괴롭힘, 정신건강 문제, 여성노동 문제, 청소년 문제 등등을 주요 의제로 삼고 현장연구, 교육, 기획 사업, 연대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서울시NPO지원센터

 

이번 전시에 참가하게 된 의도와 기획에 담겨져 있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무엇인가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건설현장 현장연구를 나갔을 때, 건설회사 원청직원들이 일용직 전용 화장실을 안내해 주지 않고, 멀리 떨어진 원청직원 화장실로 가라고 했었습니다. 그때 이 사람들이 일용직 전용 화장실을 보여주기를 꺼려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일용직 전용 화장실이 열악하기도 했구요. 그래서 너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년도에 김승섭 교수의 연구 프로젝트에서도 백화점 면세 판매노동자들의 화장실 이용 빈도에 대해 문제점을 느껴왔는데, 이것을 넘어서서 화장실 문제와 연관된 정신건강 상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서울시NPO센터의 <NPO기획전시 지원사업>의 공모가 중이었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터 화장실 문제는 더 이상 개별 일터의 복지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에,

이것을 문제화하여 전시 기획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출처: ⓒ서울시NPO지원센터

 

전시 기획하는 과정과 준비 기간, 진행 과정 동안 어떤 희노애락이 있었나요?

저희가 전시 전문 단체가 아니라서 이런 경험이 많지않아 전반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문제의식을 담은 콘텐츠를 일정한 공간에 배치한다는 것, 그리고 핵심적인 메시지가 희석되지 않게,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이미지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또 한편으로는 여성 노동자들의 화장실 문제라고 했을 때 기존의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선정적이고 일회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자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저희로서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기도 하거든요. 이번 전시 기회를 통해 현장에서 이런 문제의식들을 어떻게 공유하고 어떤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가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출처: ⓒ서울시NPO지원센터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어떤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하셨나요?

 

"여성 노동자들의 화장실 문제와

변화된 사례들을 알릴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문제에 관심 가졌던 분들이 전시에 방문하셔서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호기심에 오셨던 분들이 일터나 공동체로 돌아가 이런 문제를 이야기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선 순환하는 계기가 된다고 봐요. 또 이런 전시를 통해 일상적인 노동의 경험을 여성들이 겪었을 때 어떻게 다르게 이야기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생산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서울시NPO지원센터

 

이후 진행하게 될 부대행사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일단은 22일 금요일 저녁 7시에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한 토크행사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LG케어 방문노동자, 금속노조 부위원장, 여성학 연구자 분이 참여해서 전시에 대한 토크와 인터뷰 영상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NPO기획 전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소감과 하고 싶으신 말씀 해주세요.

일단 저희 단체가 품고 있었던 문제의식과 사회적인 의제를 마음 것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하구요. 사회에 대해서는, 요즘 노동자의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일정 수준의 복지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안전사고가 반복되면서 그것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사후대응은 피해자들에게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고, 사람이 죽고 다쳤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문제가 은폐되어 있다는 소리기 때문에 예민하고 피곤해도 우리가 좀 더 그것에 대해 연대하고 목소릴 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서울시NPO지원센터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마음껏 나눈 인터뷰였는데요. 이와 같이 NPO 전시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보여준 ‘이야기’들은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품다’(서울 중구 남대문로9길 39 부림빌딩 1,2층)에서 2021년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단체의 부대행사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튜브 채널에서 22일 19시에 토크행사가 이루어집니다.

 

 이야기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공간. 새로운 문제의식과 확장된 사회적 이해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NPO 전시 기획 공간에 참여하여 해당 콘텐츠를 관람하시길 권장합니다.

 

프로필 사진
임인호 기자

다양한 '폭력'이 미래를 규정하지 않는, 그런 가능성을 위해 글을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