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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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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불편한 진실

(출처 -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다음 카페)

 

 

 

"n번방 공론화, 그래서 그 다음은?"

 

 

 올해 겨울, 한 사건이 터졌다

 

  2019 2월에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노예’라고 부르며 성 착취 사진을 올리고 신상정보까지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이 있다는 사실이 디시인사이드의 야구 갤러리 및 수능 갤러리, 일간베스트(일베) 등의 커뮤니티에 알려졌다.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한 N번방은 20대 여성들, 심지어는 미성년자인 중학생까지 성 착취 대상으로 삼고 노예를 부리듯 그들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아오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n번방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큰 충격은 곧 큰 분노로 바뀌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인스타 스토리 태그와 페이스북 공유 등과 같은 공론화 과정이 활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의 분노는 n번방의 가해자들을 하나둘 법 앞에 데려다 놓았다

 

  여기까지는 n번방 사건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다 알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조주빈 검거, 그 후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은 코로나 19와 같은 일들로 인해 그 전보다 많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n번방 사건에 관련된 기사들이 매일 수십 개씩 쏟아지고 있지만 파편화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공론화 이후의 상황에 대해 알기 쉽게,  n번방이 수면 위로 떠 오른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을 간략히 사건 중심으로 나열해보았다

 

 

<N번방 등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진행 일지>

 

2019. 2  n번방(문형욱 - 활동명 '갓갓') 개설

 

2019.9  박사방(조주빈) 개설

 

2019.9  와치맨(고담방) 전 모 구속 3년 6개월 구형.  n번방과의 연관성이 드러나 (2020.4.6) 변론 재개. 이후 다가오는 22일 재판이 열릴 예정

 

2019.9  켈리(n번방) 신 모 징역 1년형 확정 후, (2020.6.5) 검찰이 n번방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추가 기소

 

2019.11.10  텔레그램 비밀방 불법 성착취 영상 한겨레 최초 보도

 

2019.11.11  경찰청 조사 착수

 

2019.11  로리대장태범 배 모(10대) 체포, (2020.5.28) 지난 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소년법 상 유기징역형의 최고형인 장기 10년, 단기 5년 형을 구형 받음. 같은 날 공범인 류씨(20)와 20대 김모씨는 8년 형을 구형 받음.

 

2020.2  n번방 사건 공론화

 

2020.2.9  n번방 모방범, 아동 성착취물 유통 및 소지자 67명 검거

 

2020.3.17  조주빈(박사방 운영자) 검거 및 신상 공개. 법조계는 조주빈에 대해 최소 징역 15년부터 최대 무기징역까지 구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견 제시

 

2020.3.26  태평양 이 모(10대) 구속 송치

 

2020.4.3  이원호(이기야) 체포. (4.28) 신상 공개 

 

2020.4.7  강훈(부따) 검거. (4.17) 신상 공개

 

2020.5.12  문형욱(갓갓-n번방 최초 개설자) 체포 및 구속. (5.18) 신상 공개(6.7) 검찰은 송치 당시 9개 혐의가 있던 문씨를 강제추행, 특수상해, 아청법 위반 등의 죄목을 추가해 총 12개 죄명으로 구속 기소

 

2020.6.3  경찰이 가담정도가 커 범죄단체가입 혐의가 적용돼 구속된 유료회원 2명을 신상정보 공개심의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 결과적으로 N번방 유료회원 26만명이 신상공개를 면할 것으로 보임

 

2020.6.8~6.12  조주빈과 공범인 강모씨(24), 태평양 이모군(16)에 대한 1심 첫 공판 진행

 

 

n번방 관련 법안 개정, 그리고 생겨난 한계점”

 

 

   과거에는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관대한 처벌이 내려졌다. 술을 마시면 심신미약자로 간주해 감형을 해주는 주취감형이 있었기 때문인데, 끔찍한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던 조두순이 고작 12년 형을 받는데 그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솜방망이 처벌에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사회적인 폐단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기 시작한 최근에야 술로 인한 범죄에 감형을 해주지 않는 추세다. 하지만 성폭력에는 여전히 관대하다. 성폭력 범죄 역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치권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회는 지난 4 29 ‘n번방 사건 재발방지법’ 중 하나인 형법과 성폭력처벌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 시청한 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게 개정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이 담겼다. n번방 사건처럼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물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본인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처벌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고 형량도 높였다. 또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협박하거나 강요한 자에게는 각각 1년 이상,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불법 영상물 촬영·제작에 대한 법정형은 대폭 상향했다. 형법 개정안에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 연령 기준*을 만 13살에서 만 16살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강간·유사강간을 계획한 사람에 대해서도 역시 예비·음모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에는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피해자’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뿐 아니라 단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신상 공개 대상으로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 : 형법 제305조에 의거, 기준 연령 이하의 아동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 아동이 동의했다 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음을 의미.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할 의무를 지우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법사위가 이날 처리한 n번방 방지법은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이렇게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 관련 법안들이 찬성 174표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보여주기식 법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텔레그램과 같이 해외 플랫폼 서비스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행위를 실질적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당 개정안 적용 범위를공개된 온라인 공간’으로 한정하면서 오히려 범죄자들이 더 추적이 힘든 해외 서비스로 숨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4월에는 해외 채팅 앱인 디스코드에서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채널 운영자 10명이 검거됐는데, 이 중에는 만 12세 청소년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실제로 해외 기업에는 제대로 적용하지 못할 규제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n번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어왔다."

 

 

 n번방 사건은 사실 올해 초가 시작이 아니다. n번방은 소라넷이라는 사이트가 폐쇄되면서부터 생겨났다. 소라넷은 회원 수가 중복 포함 100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소라넷의 운영진 6명 중 3명이 검거되어 최대 6년형을 받았다. 중복 포함 100만명의 인원 중 겨우 3명만이 처벌을 받은 것이다. 여전히 소라넷 사이트에서 성매매, 강간을 저질렀던 가해자들은 자신이 처벌 받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n번방으로 넘어가거나, 다른 야동 사이트를 전전하며 우리 사회에 섞여 아주 멀쩡히 살아가고 있다. 이미 예전부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사건들은 차고 넘쳤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형을 사는 대신 돈을 지불하고 외국으로 나가거나, 아예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단순히 n번방 사건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유사 n번방에 주목해야 한다. 문형욱(갓갓)이 검거된 후로 n번방의 주범들은 다 검거된 셈이다. 그러나 n번방에 참여하고 여성을 노예 취급하며 성착취를 하던 최대 20만명의 가해자들은 아직 사회에 남아 또 다른 n번방의 탄생을 기다릴 것이다. 야동은 n번방이 아닌가? ‘화장실 몰카’ 라는 제목을 걸어 놓고 여성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영상들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영상들은 지금도 야동 사이트에선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주제이다. 그렇다면 카톡 단체방에서 일어나는 여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들과 품평들은 n번방이 아닌가? 지나가는 여성의 몸매와 얼굴을 보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n번방이 아닌가

 

 사회는, 법은 지금부터 n번방의 모든 가해자에 관해 한 번도 그래 본 적 없는 것처럼 수사하고 다 처벌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온라인상 성범죄에 관해 엄중히 처벌을 내린 적이 없다. 조주빈을 비롯한 주범들은 당연히 무거운 형에 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방에 가입했던 회원들을모두 확실히처벌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유사 n번방 예방의 시작이다. 처벌하지 않으면 그들은 모른다. 자신의 행동이 과연 어떤 행동인지, 또 얼마나 악한 짓을 하고 있는지 죽기 직전까지 모르거나안다고 해도 계속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지금부터 다시 n번방을 공론화하고 수면위로 끌어올려 똑같은 일이 또 다시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n번방, 유사 n번방 가해자들을 향한 지속적인 비난과 이번 사건에 대한 끊임 없는 관심은 결국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모든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성범죄 관련 가해자들에게 확실한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지난 6 3일 검거된 유료회원들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n번방 가해자들의 전원 신상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신상 공개와 맞먹을만한 처벌이 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이번 n번방 사건조차 모든 가해자가 확실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소라넷이 n번방으로 바뀌었듯이 n번방은2 n번방’을, ‘3 n번방’으로 바뀌며 계속 우리 주변에 남아 살아 숨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