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수)

대학알리

이화여자대학교

함께 살아가면 안되냐옹?

 

‘종과 냥이들’의 존재를 들어보았는가? 종합과학관 근처에서 살아가는 세 마리의 고양이들을 우리 벗들이 ‘검댕이’,‘빼꼼이’,‘노랭이’라고 이름 붙이 고 ‘종과 냥이들’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종과 고양이들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종합과학관 근처를 터전 삼아 살았고 이 고양이들을 몇몇 벗들이 개인 적으로 밥을 챙겨주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벗들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종과 고양이들은 ‘개냥이’라 불릴 정도로 애교 섞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우리 함께 살아가볼까?

그러던 중 종합과학관 C동 지하 동물실에서 종과 고양이들의 집을 만들어주었고 12학번 불문학과 한 학생(이하 불문벗)이 졸업 후에 도 자신이 종합과학관에 머물게 되었다며 급식소를 만들어 운영하 기 시작했다. 급식소와 집을 만든 벗들(이하 운영벗) 외에도 고양 이들을 귀여워하던 많은 벗이 오며 가며 사료나 습식 캔 등을 급식 소에 챙겨두었다. 종과 고양이들이 먹이만큼은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벗들의 마음이 십시일반으로 모이고 있었다.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냥벼락?

그런데 지난 3월 23일경 총무처 총무팀은 종합과학관 고양이 집 과 급식소를 3월 25일까지 자체적으로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학생들이 처리하지 않을 시 총무팀에서 철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총무팀은 ‘캠퍼스 내 공공장소에 고양이 집을 설치할 수 없고,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25일이 아닌 24일 오후 운영벗들이 처리하기도 전에 총무팀에서 철거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다른 학생들이 총무팀에 전화로 문의했고 불문벗 은 총무팀에 다른 학교의 사례를 첨부하고 동물보호법의 내용을 들어 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급식소와 집 철거 이 후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종과 고양이들이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4월 16일경, 커뮤니티에 노랭이 밥을 주러 갔다가 검댕이가 죽었 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글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샀다.

 

왜 같이 살아가면 안되냐옹?

종과 고양이 급식소와 집 철거 이후 과정을 지켜보던 기자는 총무 팀에 급식소와 집 철거 결정과 관련해 4월 27일 문의 메일을 보냈다. 1주일 정도 기다렸지만, 답변이 없어 5월 3일 철거를 담당 한 총무팀 장지현 차장과 통화 후 서면으로 문의사항에 대한 답변을 얻었다.

Q. 종합과학관 고양이 관련해서 이전에 어떤 민원들이 들어 왔었는지?

A. 민원이 들어온 지는 오래되었다. 유기견과 고양이 등의 출현으로 인한 보행 불편, 실험용 쥐 관리에 끼치는 영향 등 다양한 교내 구성원으로부터 민원이 접수되었다. 또한, 고양이 먹이를 야생 쥐 가 섭취하여 쥐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

Q. 국민대는 학교 총무팀과 합의를 끝낸 후 학내 고양이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교내에 이런 모임이 생길 경우 총무팀은 논의할 의향이 있으신지?

A. 캠퍼스 내 고양이 포함 각종 동물 양육에 대해서는 교내 구성원 의 부정적 의견이 많고, 일관적인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총무팀 의 관리 방침을 고려할 때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할 계획은 아 직은 구체화하기 어려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국민대, 서강대 고양이 부럽다옹.

다른 학교는 사정이 어떨까? 기자는 ‘다른 학교는 고양이들이 귀염 받고 지내던데.’라는 한 학생의 말을 듣고 다른 학교의 사례를 찾아보았다. 그중 비교적 잘 알려진 국민대와 서강대의 고양이 모임 과 연락이 닿았다. 두 모임은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는데, 페이지를 통해 이 두 학교의 고양이들이 학교의 마스코트처럼 여 겨지며 학생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강 고양이 모임

‘서강 고양이 모임’(이하 서고모)은 현재 약 20마리 정도의 고양이 들을 돌보고 있으며 급식소 운영, 겨울 집 만들기, 구조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서고모’는 늦가을이면 겨울 동안 고양이들이 지낼 집을 만들어 인적이 드물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둔다. 봄이 되면 ‘서고 모’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거둔다. 봄이 되면 겨울 집이 바람에 날리 며 쓰레기가 되는데 미관을 방해한다는 학교 측의 민원을 받지 않기 위함이다. 활동에 관련해 학교 측 제재는 없었냐는 기자의 물음 에 서강대 고양이 모임 조우철 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직 학교 측의 제재를 받지는 않았어요. 학교 측이 저희 모임을 알고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저희 모임이 2년이 넘었고 이미 교내 학보사와 방송국에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학교 측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아직 다행스럽게도 공식적인 제재는 없었어요. 어떤 분이 서강대가 고양이 복지가 좋은 학교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작년 11월, 국민대에서는 새끼 고양이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 다. 이 사고에서 살아남은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시작한 것이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추어오’는 현재 급식소 운 영, TNR(중성화수술) 등의 활동을 하고 있고 준동아리로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자는 ‘추어오‘가 학교 측과 마찰은 없었는지, 잘 유지될 수 있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처음에 저희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양이뿐 아니라 교내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했어요. 저희는 단순한 ‘고양이 애호 집단’이 아니에요. 사람과 고양이, 양쪽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저희의 존재 이유입니다. 학교 측과는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급식소 설치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던 학교 측에서 급식소를 철거했던 일) ‘공생프로젝트’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학교 측에 급식소의 위치와 활동들을 알려드렸고, 학교 측에서 단순한 학생자치로 인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에요. 무분별한 개체 수 증가, 고양이 건물출입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셨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교내 모든 고양이에게 최대한 빠르게 TNR을 실시하였고, ‘건물 내 고양이 내보내기’ 같은 자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공존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지내기 위해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양쪽의 입장을 다 고려해야만 진정한 공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학교의 고양이들은 매일같이 자신들을 챙기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라도 하듯 멀리서부터 마중을 나오고 밥을 먹는 동안 곁을 내어주곤 한다. 이 두 학교에서는 고양이들과 사람 사이에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

 

이화가 공생의 터전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종합과학관 외에도 우리 학교의 곳곳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학교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있다. 이 고양이들이 다른 곳이 아닌 이화에서 지내는 만큼 따뜻한 이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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