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자치에 대한 무너진 신뢰, 정치개혁으로 복원하자

  • 등록 2025.12.04 14: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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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민 사회민주당 청년위원회(준) 운영위원

 

지난 11월 20일 울산시의회는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1월에 일본 니가타시의회와 교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출장을 준비한 게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울산공업축제 기간 시를 찾아준 자매도시를 방문하는 답방 형식이라고는 했지만, 출장 근거도 없어 관련 조례를 급히 만드는가 하면, 초청 공문을 보여달라는 언론사의 질의에 구두 초청을 받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시에서 만든 공무 국외출장조례를 보면 선거를 시행하는 해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출장을 제한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사실상 외유성 출장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지방의회의 이러한 행태는 비단 울산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외유성 출장 문제는 지역을 막론하고 항상 지적된 문제이고, 이외에도 지자체 의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가 자치단체의 사업을 따내는가 하면, 공직자가 각종 비리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지방자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곤 한다. 오죽하면 지방의회를 폐지하자는 ‘지방의회 무용론’마저 나오는 현실이다.

 

사실 지방의회가 처음부터 지금 같은 불신으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1995년 6월 27일, 국민의 손으로 직접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처음 시행됐을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은 이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5곳 중 5곳을 겨우 얻었으며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은 야당 민주당에 밀리며 민심의 쓴맛을 제대로 맛보게 되었다. 첫 선거부터 민심을 제대로 보여준 지방선거는 이후 30년 동안 지금까지 8차례가 열리며 당대 민심의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방의회가 오늘날 시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결국 단 두 당만 합의하면 어떤 일이든 가능한 양당제에 있다. 지난 8회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3,860석의 지방의원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90퍼센트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기초의원의 94퍼센트가 양당의 소속이며, 광역의원으로 올라가면 무려 97퍼센트로 사실상 제3당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세력의 균형이 무너지고, 오직 단 두 개의 집단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 그마저도 특히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영호남이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1당 체제로 귀결되며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 기능마저 무너지게 된다. 많은 시민단체와 풀뿌리 조직이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여럿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한 결선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보면, 중대선거구제는 양당의 지역구 쪼개기로 대다수가 2인 선거구로 바뀌어 일부 기초의원 선거에서 시행되는 데 그치고 있으며, 비례대표제는 그 수가 충분하지 못해 제3당의 진출이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목소리의 충분치 못한 반영은 입후보자들의 세대별로도 차이가 크게 난다. 8회 지선을 보면 당선자 4,125명 중 청년으로 분류되는 39세 이하 당선자는 416명으로 전체의 10퍼센트를 겨우 넘겼는데, 유권자 중 해당 나이대의 비율이 3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데 비교하면 대표성이 적다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단체장은 청년 당선자가 전무해서 아직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있다.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출마 후보와 선거 전략은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더 많은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개혁’은 관심 밖의 일로 여긴다. 그러나 제도 자체의 신뢰를 복원하지 않고, 이를 외면하는 정치세력은 결국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마련이다. 제 정당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이제부터라도 더 많은 시민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 마련으로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을 시작하길 바란다.

 

 

채영민 사회민주당 청년위원회(준) 운영위원(cut7643@naver.com)

대학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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