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특히 일각에서는 15억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한 10.15 대책을 두고 '청년들의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청년들이 더 좋은 주택을 살 기회를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청년들이 과연 누구인가.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 중 자기들의 힘으로 15억 원짜리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출 규제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주장은, 애초에 부모의 도움으로 그 사다리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소수 상위층의 이야기다. 아직까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금융 규제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적어도 고가 주택의 투기성 투자를 막겠다는 의지만큼은 도리어 청년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다.
어떤 이들에게 부동산은 자산 투자지만, 대다수 청년들에게 부동산은 ‘주거 안정’ 그 자체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온 수많은 전국의 청년들이 하는 말은 ‘이토록 집이 많은데, 왜 내가 살 집은 없는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의 주택 수는 늘어도 소유율은 역비례해 줄어들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수십억 원 상당의 집을 보유해도, 집값이 오르는 속도에 비해 세금은 턱없이 적게 내는 구조 때문이다. 자산 격차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세제 개편 등 최소한의 교정 노력도 없이 문제를 방치하고, 되려 악화시켜 불평등을 더 심화시켜 온 것이 바로 ‘사다리 걷어차기’의 실체다.
청년들이 지금 이재명 정부에 묻고 있는 것은 "과연 대출 규제만으로 주택 시장이 안정화될까"이다. 이미 갑작스러운 정권 교체를 경험한 청년들에게 현 정부는 이전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다른 사회를 만들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보유세 정상화’를 논의해야 할 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남 지역구를 공략하려는 정치인들은 "보유세는 어설픈 대책“이라며 눈치를 보고 있지만, 전체의 민심을 잃으면 그런 공략도 다 소용이 없다. 최근 발표된 NBS 여론조사에 따르면 52%의 국민 과반 이상이 보유세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그 국민들 중에 청년들이 있다.
부동산 문제만 나오면 정치권의 온갖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것이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안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3+3+3 법’이라 부르는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법은 임대인의 재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의무, 임차인의 대항력 확대 등 보증금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전세사기, 깡통사기를 막기 위한 여러 조치들과 함께, 전세갱신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1회에서 2회까지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부동산 사회주의"니, "위헌"이니 하는 극단적 프레임까지 씌우고 있다.
만약 이런 법이 진작부터 있어 좋은 전세가 많아졌다면, 전세를 지렛대로 한 투기 시장이 이렇게까지 비대해지지도,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집권여당과 거대야당은 자신들의 세입자 보호법과 전세사기 예방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안 없는 공세는 결국 전세 제도가 여전히 레버리지로 활용되는 현실을 방치할 뿐이다. 전월세를 전전하며 2년에 거주지를 옮겨다녀야 하는 청년들 입장에서 이처럼 무책임해 보이는 태도가 또 있을까.
정유라의 ‘부모도 실력이다’라는 말에 촛불로 맞섰던 청년들이 두 번째 탄핵 이후의 정부와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은 ‘사다리 걷어차기’니, ‘부동산 사회주의’니 하는 낡은 프레임으로 청년들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말고, 이제라도 부동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대로 논의해 가기를 바란다.
송성준 사회민주당 청년위원회 준비위원장(sjsong327@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