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피니언] 해병의 목숨은 깃털보다 가볍다

  • 등록 2025.07.19 01: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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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순직 2주기: 우리는 '무능한 권력'이 아니라, '채해병'을 기억해야 한다

 

*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해병의 목숨은 깃털보다 가볍다.” 고(故) 채수근 상병이 해병대에 훈련병으로 입대하며 들었을 이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의 목숨을 깃털보다 가벼이 여긴 선배 해병들의 희생 정신을 가슴에 품고, 그는 그 말처럼 끝내 목숨을 바쳤다.

 

그가 순직한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지금 우리는 채해병을 어떻게 기억할까?

 

▲2023년 7월 19일 동료 해병들이 경북 예천군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실종된 채해병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민간인 수색작전에 동원된 채해병이 실종됐다. 앞서 해병대는 예천군 석관천에 병력을 동원해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이었다.

 

당시 현장은 수심이 2.5~3 미터에 달하고, 바닥은 모래펄 지형으로 매우 불안정했으며, 수색 당시에는 유속도 상당히 빨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장에는 구명조끼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고, 진입 전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현장 판단도 부족했다.

 

작전은 계속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채 상병은 입수 후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고, 약 14시간 뒤 내성천 하류 400 미터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전 사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으나,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군 지휘체계와 책임 구조, 군사 사법기관의 독립성,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여부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은 평탄지 않았다. 당시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국방부 지휘부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증언했으며, 상부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보직해임 처분에 대해 약 2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채해병이 왜 죽었는지, 누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누가 그를 위험으로 내몰았는지, 누가 죽음을 은폐하려 했는지, 누구의 외압이 정의를 가로막았는지를 특검을 통해 철저히 규명하고 단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채수근 상병의 이름은 언론과 정치의 언어 속에서 ‘특검’, ‘수사외압’, ‘구명로비’ 같은 단어들과 함께 언급되고 있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종종, 비극을 통해 드러난 권력의 민낯에만 주목해왔다. 그것은 당연하면서도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망각일 수 있다. 진실을 향한 분노가 어느 순간, 죽음을 감수한 사람의 헌신마저 잊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을 수색하라는 명령을 받은 채해병은 주저하지 않았다. 위에서 내린 명령이 무리하다는 것을 직감했더라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진실은 그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한 명의 20살 청년이 바친 헌신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채수근 상병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무능한 권력의 ‘피해자’로만 기억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해병’으로 기억할 것인가.

 

그의 이름이 다시 불릴 때, 우리는 비겁한 권력보다 그의 고요한 용기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 그것이 채해병을 진정으로 기억하는 길이다.

 

채수근 상병의 헌신과 희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재원 기자(leejaewon1041@gmail.com)

이재원 기자 leejaewon104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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