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릴리전] "동학농민운동을 아시나요?...그게 저희 천도교입니다" 천도교를 하는 대학생의 이야기

  • 등록 2025.07.16 17: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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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타자에 대한 사랑과 애정, 존중의 태도가 중요해”

[편집자의 말] ‘캠퍼스 릴리전’는 사이비 종교의 대학가 포교가 증가한 만큼 피해를 막고자 올바른 종교에 대해 알리는 코너입니다. 신학 전공인 기자와 대학생 종교인의 만남을 통해 올바른 종교와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대학생의 종교 참여 비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2022년 11월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발표한 <2022년 대학생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중 종교인의 비율은 개신교, 불교, 천주교를 합쳐 평균 8.6%로 나타났다.


자세히 보면 개신교 14.5%, 불교 6.6%, 천주교 4.9%로 나타났으며 무종교인 숫자는 2017년 67.7%에서 2022년 73.7%로 대학생의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종교를 아예 포기하고 싶다”라는 질문에는 2017년 7.8%에서 2022년 13.7%로 약 6%로 증가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종교에 관해 대학생 사이에 부정적 이미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구교형 목사는 “젊은 세대들이 떠나간다는 것이 종교인이 되기 싫은 것이지 신앙과 영성을 버린 것은 아니다”라며 “종교인들이 젊은 세대들이 나누고 싶어 하는 주제와 그들이 생각하는 신앙과 종교를 찾아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종교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소통과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며 “비슷한 사람끼리 대화하고 신앙하는 종교는 지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생의 종교 참여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신앙을 지켜 나가고 있는 대학생이 우리 사회에 분포돼 있다. 이들의 신앙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이 추구하는 종교의 미래 지향성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코너의 첫 번째 종교는 ‘천도교’다. 천도교를 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듣고자 천도교 대학생단 소속 박현서, 이예나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천도교를 어떤 계기로 믿게 되었나요?


박현서: 저는 어릴 때부터 천도교를 접했지만, 깊게 관심을 가지고 믿게 된 것은 대학생이 된 후 ‘어린이 시일학교’에 교사로 참여하게 됐을 때입니다. 어린이들에게 경전의 내용을 알기 쉽게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경전공부와 교리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천도교의 사상을 내면화 하게 되었고, 지금은 대학생단 모임이나 교구 활동에도 참여하며 더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예나: 흔히 모태신앙이라고 합니다. 저는 저희 어머님은 물론, 할아버지때부터 천도교를 믿어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태어난 뒤 천도교를 접하고 믿게 되었습니다.


천도교의 인내천 사상과 후천개벽 사상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박현서: 저는 ‘사람이 곧 한울이다’를 뜻하는 인내천 사상을 통해, 자신과 타자에 대한 사랑과 애정, 존중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 그리고 다른 생명체들이 한울님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하나하나를 모두 소중히 여기게 되고,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됩니다. 이를 ‘사인여천’, 즉 사람을 한울님과 같이 모신다고 말합니다.


이런 인내천, 사인여천의 삶의 태도는 후천개벽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천개벽 사상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워지고 나아지도록 노력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나와 사회, 나와 타자에 관한 관심을 갖게 합니다.


결국 인내천과 후천개벽은 저에게 일상에서의 ‘세상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일상에서 사람과 생명,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항상 신중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예나: 인내천, 즉 ‘사람이 곧 한울이다’라는 사상은 일상에서 문득 떠올라 저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할 지향점을 제공하고는 합니다. 어떤 사람으로 인해 기분이 상해 그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지 못할 거 같을 때, 속으로 ‘그래, 모든 사람이 한울님이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고는 합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종교적인 가치관이나 이념이 충돌한 적이 있으신가요?


박현서: 사학과 학생으로서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시각으로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민족종교인 ‘동학’이나 ‘천도교’에 대한 부정적인 방향의 해석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해석을 들으며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천도교의 철학이 축소되어 다뤄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지만, 천도교와 역사 공부를 이어 나가며 이제는 이 역시 동학과 천도교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그 자체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으며, 각자마다 다양한 가치관과 이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역사학과 동학을 동시에 공부하면서, 저 나름의 신앙 철학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예나: 저는 과거 천도교가 소유해서 운영하던 ‘동덕여자대학교’에 다닙니다. 지금은 천도교의 틀에서 벗어나, 천도교와 큰 관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 학교의 태도 등을 보며 정녕 이게 과거 천도교의 이름 아래 있던, ‘동덕’의 정신이 맞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제가 아는 동학은 그 시대 약자의 편에 섰던 종교인데, 학교가 약자에게 오히려 등을 돌리려고 할 때는 더더욱 느낍니다.


천도교를 믿는다고 지인에게 밝혔을 때 들었던 오해나 편견이 있었나요?


박현서: 주변 지인들은 천도교를 잘 모르거나, 알아도 ‘역사 속의 종교’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제가 천도교를 믿는다고 밝히면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천도교는 한국 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며, 인문학적인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현대, 인류 새 시대에 그 가치가 빛나는 멋진 종교라는 것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예나: ‘동학농민운동’으로 인해 ‘동학’은 알아도 ‘천도교’는 잘 모르다 보니 처음에는 이상한 종교단체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도 동학이라고 얘기하면 다수가 알아듣고 또한 아직도 동학이 남아있냐며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대학생으로서 천도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현서: 저는 앞으로 천도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불문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청년회, 대학생단, 어린이 시일학교 등의 젊은 세대들의 의견을 천도교회의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었으면 합니다. 시대의 변화가 빠른 만큼, 그 변화에 발맞추어 모두가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 나갔으면 합니다.


이예나: 천도교의 여러 정책 결정과 의사소통이 젊은 세대와 함께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세대가 달라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조금 더 젊은 학생들을 믿고, 맡기고,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신에게 ‘한울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박현서: 저에게 한울님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 전체 속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감을 일깨워주고, 그 속에서 나를 사랑하고 신뢰하게 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조용히 심호흡하며 한울님을 떠올립니다. 내게 부모님이 계시듯, 나와 부모님, 그리고 우리들과 우주 전체를 통틀어 모두를 낳고 살리는 존재가 한울님이고, 그 한울님이 내 안에도 모셔져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소중한 존재다’라는 것을 다시금 깊이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힘들 때마다 한울님을 생각하면 나에 대한 사랑과 동시에 노력의 결실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게 됩니다. ‘지금 방황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한울님도 나를 이끌어 주실 테니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울님은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내 안에 함께 있으며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예나: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잊을 때도 있지만, 절대 사라지지는 않는 존재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 저는 모태신앙이라 저의 탄생 전부터 현재까지 많은 한울님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를 이룬 수많은 한울님과 나라는 한울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쁜 삶으로 인해 까먹고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결코 완전히 잊거나 한울님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침체기인 종교가 어떻게 변해야 젊은 세대의 종교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박현서: 현재 젊은 세대의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종교를 ‘신을 믿는 것’, 그리고 ‘신을 믿기를 강요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교의 이러한 맹목주의적, 권위주의적 특성으로 인해 개성과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한 젊은 세대가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젊은 세대 대부분은 과학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므로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비과학적인 종교 교리’에 거부감이나 회의를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젊은 세대도 종교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수양과 철학적 성찰에는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오늘날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사회적 경쟁이나 갈등이 심화되며, 그로 인한 스트레스나 정신적 공황 상태가 일상화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의 본래 모습을 찾고, 정신적 안정감과 자존감을 강화하며, 나아가 가치관을 굳건하게 하는 데 기본적인 힘을 제공하는 영성에 대한 갈급함은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종교가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고, 기존의 모습을 반성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종교가 전통적 권위의 상징이나 윤리적 규범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했다면, 지금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잘 맺도록 돕는’ 자기 수양이라는 종교 본연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종교가 다시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존의 권위주의적 종교 문화를 타파하고 젊은 세대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존중하며, 미래 세대인 그들에게 그들 스스로가 참여하고 책임질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교단 운영에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불교 박람회’에서 보여준 사례처럼 다소 파격적으로 젊은 세대(MZ세대)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 또한 젊은 세대의 종교로의 관심 유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종교는 믿음을 강요하고 합리화하는 것을 넘어, 삶의 방식을 성찰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예나: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방식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금 더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종교를 믿지 않는 대학생들에게 ‘천도교는 이런 종교야!’라고 설명한다면?


박현서: 천도교는 특정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닙니다. ‘나’를 믿는 종교입니다. 자기 수양을 통해 ‘참된 나’는 내 주변의 사람과 자연과 더 나아가 만물에 연결된 존재라는 진리를 발견하게 해주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일러주는 종교입니다.

 

천도교는 종교적인 면모보다는, 삶의 자세에 관해 이야기해 주는 철학적인 면모의 비중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 ‘내 안의 한울님’을 통해 스스로 내면을 다스리고, 사회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불신을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조금씩 신뢰와 희망을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천도교를 한마디로 정의해보자면, “바쁜 생활 속에서 잠깐 마음속의 한울님을 돌아보며 쉴 수 있는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예나: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네가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천도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천도교는 너에게 우리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믿지 않아도 천도교는 너를 하나의 한울님으로서 소중히 대할 거야. 그거면 된 거야. 너라는 한울님을 알게 된 거로 충분해. 절대로, 강요하지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김동현 기자 (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
 

김동현 기자 mvp24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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