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4월 30일,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개최를 위해 대관 합의를 완료했던 아트하우스 모모(이화여자대학교 ECC 내)로부터 대관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극장 측은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 상영은 학교 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학교 당국의 입장을 전하며 더 이상 대관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올해 3월 10일부터 극장 측과 대관 일정 협의를 시작했고, 3월 25일에는 대관 견적서를 수신한 뒤, 계약금과 잔금 등 납부 일정을 포함해 대관 계약의 모든 협의를 마쳤다. 4월 28일, 극장 측은 최종 계약서를 조직위로 발송했고, 계약서 서명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에 반복적으로 제기된 민원과 “이화의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극장 운영에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극장은 돌연 대관 합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조직위에 대관 불가를 통보했다.
현재도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영화제가 대학 공간에서 열려선 안 된다”는 주장이 서명운동과 온라인 여론화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동성애를 홍보하지 말라’와 같은 메시지에 대해 조직위는 “성소수자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혐오 언어이며, 시대착오적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직위는 “아트하우스 모모는 교육기관 내에 위치해 있더라도 시민에게 개방된 문화 예술 공간으로서, 공공적 기능과 책임을 지닌 장소”라며 “외부 민원과 압력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이던 절차를 중단하고, 특정 정체성을 이유로 상영을 거부한 이번 결정은 이 공간이 마땅히 지녀야 할 공공성과 예술적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졸업생 홍다은 씨는 “퀴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내모는 폭력은 기독교 정신도, 이화의 정신도 아니다”라며 “일부 동문의 민원에 편승해 부당한 결정을 내린 학교 당국에도 깊은 유감과 실망을 표한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손희정 학술연구교수는 “‘퀴어영화’조차 상영하지 못하는 공간이 어떻게 수많은 퀴어 학생들을 품을 수 있으며, 다양하고 풍부하고 새로운 사유를 낳을 수 있을까”라며 “이화여자대학교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대학이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그 역할을 다해, 스스로의 존엄과 사명을 지키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5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번 대관 불허 사태에 대한 진정을 공식 접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보공개 청구, 언론 대응, 시민사회 연대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원지현 기자(krchloe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