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의 이름이 되어주고 싶어요”, 서울과기대 큐민 인터뷰

  • 등록 2025.09.22 17:46:36
크게보기

트랜스젠더의 딜레마: 성별 규범 코르셋과 페미니즘 탈코르셋
퀴어 커뮤니티의 높은 교차성, 더 넓은 연대 가능하게 해
퀴어성과 소수자성, ‘배제의 경험’과 ‘차별의 감각’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지난 6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과기대) 향학로 부근에 걸린 문구다. 퀴어 동아리 ‘큐민’의 홍보 현수막이었다. 우리가 매일 거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퀴어는 과연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큐민의 구성원 유고, 서기, 리타(가명)를 만나 퀴어의 삶과 고민,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미래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큐민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유고 : 큐민은 과기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퀴어 동아리입니다. ‘퀴어(Queer)’의 ‘큐(Q)’와 ‘백성 민, 사람 민(民)’을 합쳐서 ‘큐민’이라고 지었어요. “퀴어인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 중앙동아리는 아니고 비공식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성소수자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현재 20명 조금 넘는 인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Q. 큐민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유고 : 과기대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에브리타임 성소수자 게시판에 올라왔어요. 리타가 “없으면 내가 만들겠다”라고 올린 글을 보고, 제가 연락해 동아리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성소수자 동아리 ‘큰따옴표’가 있었지만, 2023년도 말에 공식적으로 활동을 종료했어요. (큰따옴표가 어떻게 사라지게 됐는지 궁금해요.) 학칙상 각 중앙동아리의 일정 인원이 공식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데, 동아리 특성상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그 자리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회의 불참으로 인한 벌점 누적 등의 이유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Q. 올해 5월에 진행한 인권영화제, 그리고 6월에 게시한 홍보 포스터와 현수막 활동에 대한 학내 반응은 어땠나요?
 

유고 : 5월에 열린 인권영화제는 학생인권위원회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인권 관련 영화를 상영하고 해설을 덧붙이는 등 운동적 맥락을 강화하려 노력한 경험이라 의미 있었어요. 6월에 진행한 포스터와 현수막 활동은 반응이 꽤 뜨거웠습니다. 포스터를 본 지인들이 직접 연락해 주기도 했고, 부원 모집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학내에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이 외에도 내부적으로 정기 모임을 자주 가지고 있고, MT에서 퀴즈나 디제잉 같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조인트(다른 학교들과의 모임)’를 통해 퀴어 커뮤니티를 과기대에서 다른 곳으로 확장하기도 했어요.
 

 

Q: 특히 포스터에 담긴 재치 있는 문구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유고 : 무엇보다 과기대라는 장소가 지니는 맥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시설이나 공간적 의미와 결합한 문구로 “우리가 과기대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곧 2학기 모집 포스터를 게시할 예정이고, 내년 6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에도 또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Q. 과거에 존재했던 퀴어 동아리 ‘큰따옴표’, 페미니즘 학술동아리 ‘라이츠’, 교지편집위원회 ‘러비’ 등이 사라진 지금, 큐민이 학내에서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기구로서 외롭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유고 : 큐민이 소수자를 대표하는 ‘유일한 기구’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워요. 학생인권위원회나 공립대 지원 사업으로 운영되는 스타라이트 같은 인권 단체도 있으니까요. 사실 저희는 커뮤니티 안에서 즐거운 것이 1순위에요. 항상 저희 자신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기관들과 인권적 맥락이 일치하지 않아도 아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두 단체가 있어 필요할 때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있는 셈이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앞으로 큐민이 공식적인 위치를 갖추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유고 : 현재 가동아리 등록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전에 ‘큰따옴표’라는 공식 동아리가 있었던 만큼, 저희도 다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서기 : 급하게 진행하기보단 현재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굳힌 다음에 자리 잡으려고 해요. 아직 동아리가 구성된 지 한 학기 반밖에 되지 않아 동아리 체제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요.

 

 

Q. 현재 서울과기대 학내의 젠더·인권 감수성은 어떤 수준이라고 느끼시나요?

 

유고 : 학교 홍보 영상 중에 남학생 간의 로맨스를 연출한 영상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재밌다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저희는 퀴어가 아닌 사람들이 퀴어적 요소를 셀링 포인트로 삼는 ‘퀴어베이팅’을 부정적으로 봐요. 과기대가 인권 의식이 강조된 학교라고 생각하지 않긴 했지만, 그런 영상으로 학교를 홍보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죠. 물론 그 영상이 과기대 학생 전체의 인식을 대표하진 않겠지만, 퀴어적 요소를 다루면서도 관련 기관에 자문할 수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리타 : 과기대가 공대 위주 학교이다 보니 인문학적 지식이나 젠더·인권 감수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 홍보 포스터나 인권영화제 포스터가 훼손된 경우도 있었고요. 다른 포스터들에 비해 심하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걸 보면 악의가 담겨있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교내 다른 인권 단체들이 있으니, 앞으로 발전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Q. 일상에서, 혹은 대학에서의 ‘퀴어의 삶’에 대해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유고 : 저는 시스젠더(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게이예요. 사회 인식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정체성을 밝혔을 때 혐오 발언을 듣거나 지인들이 거리를 두는 경우가 있어요. 겉으로는 남성 이성애자로 ‘패싱’될 여지가 있어 나름 편하게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지만, 완전히 드러내고 살기엔 여전히 어렵습니다.

 

리타 : 저는 트랜스젠더로서의 입장을 말씀드릴게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이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 자신이 깎여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화장실 문제도 있고요. 아직 성 중립 화장실이 갖춰진 대학이 많지 않아서, 고민하게 될 때가 많아요.

 

서기 :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깎여나가는 게 가장 크게 느껴져요. 기성세대의 젠더 감수성이나 퀴어에 대한 인식이 폭넓지 않으니까, 부모님과의 갈등이 가장 크죠. 또 사실 남들은 내색을 잘 안 하지만, 가까운 친구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인간관계가 깨지는 건 감수해야 해요.

 

리타 : 우리 사회에 성별 규범이 아직 많이 남아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트랜스젠더는 성별 규범을 따르라는 요구와 동시에 ‘페미니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도덕적 코르셋을 부여받기도 해요. 코르셋을 요구받으면서도, 탈코르셋을 요구받기도 하는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개인의 행동이나 꾸밈에 대해 검열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Q. 가족과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유고 : 어머니는 제 정체성을 알고 계시는데, 자식을 낳지 않는다는 사실에 내심 서운해하시는 것 같아요. 그럴 땐 가부장적 제도가 저희를 옥죄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친구 관계도 힘들지만, 아무래도 가족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누구보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면서도 선택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리타 :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했지만,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제 잘못이 아닌데도 부모님께 불행을 안겨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죄책감에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도 배타적인 바운더리가 생기곤 해요.

 

Q. 퀴어로서의 삶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을까요?

 

유고 : 퀴어 커뮤니티요. 퀴어이기 때문에 알게 된 사람들이 많고, 그분들이 정말 소중해요. 인생에서 손해 보는 것이 많지만, 이 사람들을 만난 건 작은 축복처럼 느껴져요. 전공과 나이가 다양한 사람들이 퀴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해질 수 있잖아요. 서로 존중하면서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삶의 힘든 점을 공유하면서 커뮤니티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 같아요.

 

서기 : 사실 퀴어라고 해서 다른 커뮤니티랑 다를 건 없어요. 만약 제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저 혼자만 알고 있으면 외롭겠죠. 그런데 이 게임에 대한 커뮤니티가 있다면 사람들과 게임 이야기는 물론이고, 다른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잖아요. 게임은 그저 그 사람들을 모이게 해준 매개체 역할을 한 거예요. 퀴어도 마찬가지죠.

 

리타 : 퀴어 커뮤니티는 다른 집단에 비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더 많은 교차성을 가져요. 최근 계엄 상황에서 광장에 나갔을 때도 퀴어뿐만 아니라 노동·장애인 인권 단체들과 연대할 수 있었어요. 제가 퀴어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회적 문제들에 이만큼 관심을 가지고 연대할 수 있었을까요? 퀴어 커뮤니티의 존재가 제 삶에 주는 가장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해요.

 

Q. 대학 사회에서 ‘퀴어성’, 혹은 더 넓게 ‘소수자성’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유고 : 퀴어성은 “받아들여지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지니는 특성이라고 봐요. 퀴어가 ‘이상하다’라는 뜻을 가지잖아요. 각자 자신의 ‘이상함’을 안고 살아가는 거죠. 소수자성은 “차별받고 있다는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 자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이걸 피해의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차별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명확한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우울감에 빠지거나 폭력적으로 감정을 발산하지 않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소수자성을 발현하기도 하는 거죠. 결국 퀴어성이나 소수자성은 받아들여지지 못한 감각과 차별받은 경험을 담아두면서도, 서로 공감하고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리타 : 퀴어성이나 소수자성은 정상성 사회를 횡단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닌 소수자성이 대학이라는 경직된 사회에서 굳어진 것들을 깰 수 있도록 기능하면 좋겠어요. 퀴어 집단은 교차성이 많아서 인권 문제를 비롯한 여러 담론이 형성되기에 좋은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Q. 최근 새로 임명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고 : 정말 감사하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다고 해서 바로 적용되는 건 아니니까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에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잘 발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기 : 긍정적 입장은 좋지만, 의심도 가는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 키워드가 정치권에서 이용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항상 입장만 표명하고 실제 발의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법안 발의가 되기 전까진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리타 : 차별금지법이 노무현 정권 때 이미 발의됐지만, 너무 길고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곧 통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별금지’라는 어감이 강해서 그렇지, 사실 강력한 법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한 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기대해요. 단순히 진보 진영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명분으로만 활용되지 않고 유의미한 성과를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합법화로 가는 중간 단계로 거론되곤 하는데, 큐민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유고 : 사실 무성애자 입장에서 생활동반자법과 동성혼 합법화는 아예 다른 개념의 법안이에요. 그분들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생활 동반자가 필요하거든요.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합법화로 가는 중간 단계라기보다는 따로 떼어놓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동성애자들에게 생활동반자법은 ‘꿩 대신 닭’ 같은 느낌이고, 그 자체로 1순위는 아니에요.


리타 :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합법화의 중간 단계라는 건 반대 진영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그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예요. 물론 생활동반자법에 퀴어적 맥락이 없는 건 아니죠. 퀴어는 혈연 가족으로부터 내쳐지는 상황이 많아서 대안 가족을 형성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동성혼 법제화 전에 생활동반자법이 만들어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희 이거 해줬잖아”로 이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 하지만 생활 동반자와 결혼은 전혀 다르니까, 여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큐민이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유고 : 꾸준한 정기 모임과 다양한 콘텐츠로 퀴어 커뮤니티를 더 견고하게 하고 싶어요. 성소수자 가시화나 인권 자문 등을 통해 성소수자로서 과기대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파티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서, 들어오시면 재밌는 활동들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리타 : 단순 친목을 넘어서 퀴어 음악이나 퀴어 미디어 관련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요. 큐민을 처음 만들 때, “이 동아리가 퀴어들에게 어떤 이름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퀴어 퍼레이드에 부스를 내거나, 학교 밖에도 저희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대외적인 활동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퀴어로서 대학과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리타 : 시민교육의 필요성을 느껴요. 사회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배려와 도덕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적 차원의 시민교육이 퀴어들이 사회 안전망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차별금지법처럼 제도적·법률적 사회 안전망이 보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유고 : 성소수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야 어린 나이에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없앨 순 없으니,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성소수자 인권 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서기 : 실제로 퀴어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놀라는 친구들이 반 이상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퀴어 가시성이 굉장히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지인이 퀴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가능성을 생각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리 학교에서 교육해야 점차 퀴어 가시성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리타 : 공교육에서의 퀴어 인식 제고는 그 현장에 존재하는 퀴어 청소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제 주변에도 학교를 떠나온 퀴어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대학의 경우, 젠더학 교양 수업과 같이 소수자 인권이나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강의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유고 : 주변 트랜스젠더들을 보면 다들 화장실 가는 걸 힘들어해서 성 중립 화장실은 시범운영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사회에 바라는 점이라면, 성별 정정과 개명 신청의 허들이 낮아지고, 의료적 지원이나 복지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리타 : 트랜스젠더는 유흥업소에서 일할 것이라는 편견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적 구석으로 내몰리게 되는 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제도적 보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안전망을 비롯해 제도적 지원이 확충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기 : 군 복무와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별 진단 자체가 제약되어 여군으로도 못 들어가요. FTM(Female to Male)은 전시근로역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고요. 성별 정정을 해도 여전히 제약이 많은 거예요. 특히 비수술 정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요. 저는 이 문제가 교육과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더 많은 정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리타 : 저 자신을 정체화하면서 어릴 때의 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요. 소수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기 위해 보편적인 생애 주기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제도권 안에서 원하는 삶을 꿈꾸기가 어렵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삶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현실적인 문제들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것이 제 삶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무언가가 되었으면 해요. 어떤 정체성에만 얽매이지 않고, 한 사람으로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든 퀴어들의 행복을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큐민과의 인터뷰는 대학 사회, 나아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분명히 보여준다. 교육과 제도, 시민 의식의 확장이 뒷받침될 때, 퀴어는 더 이상 ‘특별히 설명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이미 곁에 살아가는 ‘당연한 우리’가 된다. 그때까지 그들은 계속해서 존재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리타의 말처럼 큐민이 퀴어의 이름이 되어주길, 마침내 그 이름이 더 많은 이들에게 불리길 바란다.

 


박서연 기자(syeone319@gmail.com)

박서연 기자 syeone319@gmail.com
<저작권자 ⓒ 대학알리 (http://www.univall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