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람에게 건대는 약속 취소 사유'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천에서 건대입구나 대학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환승과 이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 감각은 요즘 유행하는 숏폼 브이로그에도 반영돼, 서울 약속을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는 일상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과 서울이 지하철로 연결된 하나의 생활권처럼 보여도, 실제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수도권 학생들에게 '통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서울 대학'이란 용어 자체가 사회의 경쟁 및 진로 목표로 자리잡으며, 지방 및 경기권 대학보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열망이 커졌다.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많은 대학생들은 오늘도 새벽에 지친 몸을 일으키며 몇 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향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청년들의 하루는 길 위에서 시작해 길 위에서 끝이 난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경기도에서 통학하는데 왕복 네 시간이 걸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는 푸념이 잇따른다. 일부 학생들은 통학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강의를 하루에 몰아 듣거나, 수강 신청 실패 시 학기 계획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국민대학교 등 지하철 역과 거리가 먼 대학의 학생들은 지하철에서 환승한 뒤 버스를 또 이용해야만 학교에 올 수 있다. 출근길 직장인 못지않은 '지옥의 통학길'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주요 대학과 수도권 주요 지역 간의 이동시간과 거리를 예로 들면, 김포가 본가인 학생이 건국대학교를 통학하려면 환승 3회에 왕복 3시간에서 3시간 반이 걸린다. 또한 안산에 거주하는 학생이 국민대학교를 다니려면 환승 3회에 왕복 약 4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왜 수도권 청년들은 긴 통학의 부담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서울 소재 대학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거주 지역이나 통학 거리 등 입지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 진학하기가 어려운 실정인데다, 대학 '기숙사 수용률'의 한계와 '서울 대학가의 높은 월세'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2025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전국 평균 22% 수준에 불과하고, 서울 주요 대학은 대부분 20% 안팎으로 낮아 수도권 학생들의 주거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은 '원거리 학생 우선 선발'을 원칙으로 두고 있어, '지방'으로 분류되지 않은 경기도권은 기숙사 선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현실에,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가 주변 원룸을 구해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서울 원룸의 임대료는 약 10% 이상 상승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월세는 평균 60만 ~70만 원대로, 관리비를 포함하면 월평균 78만 원 수준이다. 대학생 평균 생활비가 약 67만 원인데, 이는 생활비 전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 지원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대학생이 전체의 약 60%인데, 높은 월세 부담은 결국 공부 활동시간을 줄이고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몰리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억대까지 치솟은 보증금까지 고려하면 대출 접근이 제한적인 대학생들이 감당할 만한 원룸을 찾기조차 쉽지 않게 된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선 월 최대 2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급하는 '청년 월세제도' (서울 기준)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수혜자는 청년 인구의 약 2~3% 수준이다. 또한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월 10~14만 원 수준의 공공형 주택 공급인 '희망하우징'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체 대학생의 1% 내외만 입주 가능하다.
결국 이 문제의 근본에는 '서울 집중화'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과 일자리, 문화가 서울로 몰리면서 수도권 외 지역 학생들은 물론,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오늘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서울을 향해 아침부터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김민주 기자(mubinzu82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