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사전 승인 규정 즉각 철회하라"

  • 등록 2026.03.31 22: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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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재학생·시민사회, 대자보 탄압 규탄 기자회견… 학교 측 "대자보 사전 승인 없이 게시 가능"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인천대를 규탄한다!"
"인천대는 지금 당장 정치적 기본권 보장하라!"

 

31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대학본부 앞이 시민과 학생의 분노 어린 구호로 가득 찼다. 학교 당국이 학내 대자보 부착을 통제하고 사전 승인을 요구해 온 것에 항의하기 위해 재학생뿐만 아니라 인천 지역 시민 사회까지 하나로 뭉친 것이다.

 

"일 커지니 발 빼는 무책임한 대학… 완전한 규정 개정 필요해"

 

피해 당사자인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 강수민 씨는 2024년 9월 딥페이크 성폭력 2차 가해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미승인을 이유로 12시간 만에 철거당한 일과 이후 학생들의 대자보 철거 행위를 '착한 지식 사회공헌'이라며 포상한 학교의 행태를 폭로했다.

 

강수민 씨는 "구성원 개인으로서 항의하였을 때는 '승인과 철거의 권한이 학교 측에 있다'는 주장을 고수하다가, 일이 커지니 '학교는 사전 승인 절차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라며 "학교가 반성 없이 무책임하게 유불리에 따라 얼마든지 방침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반민주적인 대학 본부에 의하여 검열되고 탄압받고 관리와 철거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형국이 지속되는 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이어갈 것"이라며 "대자보 사전 승인 불필요 규정을 학칙에 명문화하라"라고 요구했다.

 

 

"자본이 노동자 입 막는 방식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쿠팡 해고노동자이자 노동당 인천시의원 출마 예정자인 최효 씨는 "인천대가 학내 표현의 자유를 막는 방식은 자본이 노동자의 입을 막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승인되지 않은 게시물을 철거하는 행위를 '착한 지식', '사회공헌'이라고 부르는 순간, 학교는 이미 비판과 저항의 언어를 지우고 권력에 순응하는 태도를 미덕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며 "인천대는 권력에 순응하는 모범생을 길러내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의 윤승현 대표는 서울예술대학교 노학연대 모임 불나비에서 활동하는 김지현 씨의 대독을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 속 취업사관학교가 된 캠퍼스에서 고소고발을 동원한 학교 당국의 적극적인 탄압이 지난 10년간 전국 대학 곳곳에서 관찰됐다"라며 "인천대에서 있었던 딥페이크 성폭력과 사이버불링 등 2차 가해도 그러한 맥락에서 벌어졌다"라고 전했다.

 

윤 대표는 "대자보를 통해서 절박한 목소리를 내어야 했던 이에게 학칙은 현실에서 폭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라며 "진정으로 학교를 아름다운 공동체로 가꾸어 나가는 방법에 대해 먼저 고민하라"라고 촉구했다

 

"학문과 교양 가다듬는 곳인 줄 알았더니… 억압을 주입 교육"

 

인해 인천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불태우게 된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대자보를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건 사상에 대한 폭력이고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말했다.

 

인천대 16학번인 이지혜(활동명 '광고판') 씨는 "학문과 교양을 가다듬는 공간인 줄 알았던 학교가 이제는 억압을 주입 교육한다"라며 "꼬리 자르고 둘러대면 그만인가, 인천대가 자교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도전 정신과 주체성인가 아니면 포기와 눈치 보기인가"라고 외쳤다.

 

 

 

"부정과 불의엔 침묵하면서 외관만 꾸미는 건 은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과 2025년에 걸쳐 대자보 사전 승인 요구 규정이 명백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거듭 권고했는데도, 학교 측이 이를 무시하고 권한 밖의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2024년 하반기 딥페이크 성폭력이 이슈화되고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가해와 사이버불링이 지속되고 있을 때 학교는 무엇을 했나"라고 말했다. 그는 "학내에서 벌어지는 부정과 불의에 대한 학교 측의 침묵은 방관을 넘어선 조직적 가해이자 폭력"이라며 "내부가 부패할 대로 부패한 상황에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꾸며내는 것은 은폐에 해당한다"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 직후, 강수민 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대학 본부로 들어가 학교 본부 측에 100명의 개인과 7개 단체가 이름을 올린 연서명과 요구안을 전달했다. 인천대 관계자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총장이 일주일 내로 회신할 예정"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대 총무과 "사전 승인 요구 안 해"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천대는 지난 20일 피해 당사자 강수민 씨에게 이메일로 공식 답변을 전달한 바 있다.

 

해당 답변에서 총무과 관계자는 "인천대는 대학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민주적인 토론 문화를 존중한다"라며 "논란이 된 '홍보물 관리 지침'은 무분별한 상업 광고로부터 캠퍼스 환경을 보호하고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적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학내 검열 논란과 관련하여 "학교는 해당 지침을 근거로 학생, 교직원 등 교내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제작한 인쇄물에 대해서는 사전 승인 절차 이행을 요구하거나 부착을 제한하지 않는다"라며 "특히 대자보와 같은 구성원의 의견이 담긴 게시물은 사전 승인 없이 게시가 가능하며, 학교 차원에서 이를 임의로 제거하지 않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또 "현재 인천대는 총 46개의 옥외 게시판을 비롯해 이동식, 건물 내 벽면 게시판 등 다양한 종류의 게시판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라며 "교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해당 게시판에 각종 홍보물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차종관 자문위원 chajonggwan.me@gmail.com

차종관 chajonggwan.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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