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등록금 인상의 해법은 공공화다

  • 등록 2026.02.11 13: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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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 진보당 인천청년진보당(준) 운영위원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은 예외가 아니라 흐름이 되었다. 서울 주요 사립대 다수가 2%대 후반에서 3%에 가까운 인상률을 확정했고,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가에서도 2년 연속 등록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들지만, 체감은 단순하지 않다. 이미 식비·주거비·교통비 등 생활물가 전반이 오르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학생과 가계에 ‘추가 부담’이 아니라 이중의 압박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금액의 크기만이 아니다. 등록금 인상은 학기 초 목돈 지출을 통해 즉각적인 부담을 주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로 비용을 미룬다. 그 결과 등록금 문제는 재학 중의 고충을 넘어 졸업 이후의 부채 문제로 전이된다. 교육비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를 갉아먹는 부담’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흔히 “재정이 어렵다”, “물가 상승으로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일정 부분 사실이다. 학령인구 감소, 국고 지원의 한계, 인건비 상승 속에서 대학 재정이 녹록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대학 재정의 어려움은 왜 늘 학생과 가계의 부담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학생들 사회에서 “학생은 학교의 ATM이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들은 더 이상 등록금 인상 자체만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보다는 등록금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 인상된 재원이 실제로 교육 환경 개선과 학생 복지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왜 그 부담을 학생이 거의 일방적으로 떠안아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등록금 문제는 이제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거버넌스와 공공성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교육의 공공화’라는 오래된 화두를 다시 꺼낼 필요가 있다. 교육의 공공화란 단지 등록금을 낮추자는 구호가 아니다. 교육을 시장의 논리에서 분리해,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영역으로 재배치하자는 주장이다. 초·중등 교육이 이미 공공의 책임으로 운영되듯, 고등교육 역시 개인의 선택과 투자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논의가 공허한 이상론이 아니라는 점은 인천대학교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대는 비리 사학 체제에서 출발해, 치열한 투쟁과 시민사회의 연대를 거쳐 시립대를 거쳤고, 결국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립화 이후에도 등록금 인상과 재정 부담을 둘러싼 갈등은 반복됐고, 국립화 과정에서는 ‘법인화’라는 우회로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인천대의 변화가 교육을 공공의 책임으로 돌려놓으려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 가능했다는 점이다.

 

인천대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대학의 성격이 달라지면, 등록금과 재정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대학이 시장의 경쟁 주체이자 수익 창출 기관으로 남아 있는 한, 재정 압박은 언제나 등록금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대학을 공공기관에 준하는 성격으로 위치시킨다면, 재정 문제는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할 과제가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질문이 남는다. “공공화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교육 공공화는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진보적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은 명확하다. 등록금 인상을 통해 학생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신, 공공 재정의 직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조건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조건으로 한 재정 지원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교환이다.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국가는 운영비·인건비·교육 인프라에 대한 책임을 분담한다. 학생을 수익원이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수혜자로 전환하는 선택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재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다. 공공 재정이 투입된다면, 대학 역시 공공기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실질화, 예산 집행 내역의 공개, 학생·교수·직원의 실질적 참여 보장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다. “학생은 ATM이 아니다”라는 외침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대학 재정 운영 방식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다.

 

마지막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보편적 사회 투자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교육을 개인의 성공을 위한 사적 투자로만 바라보는 한, 비용 부담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에서 길러진 인력과 연구 성과는 사회 전체가 공유한다. 그렇다면 그 비용 역시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무상급식이나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될 때 제기됐던 논리와 다르지 않다.

 

등록금 인상 논란은 단순히 “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육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선택의 문제다. 학생에게 계속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교육을 공공의 영역으로 재배치해 사회가 함께 책임질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학생은 대학의 ATM이 아니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며,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모두를 위한 대학은 등록금 인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공공의 결단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최재봉 진보당 인천청년진보당(준) 운영위원(jbong9966@gmail.com)

대학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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