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9월 발행한 회대알리 19호 지면에 수록한 기사입니다.
18년 만의 연금개혁, 무엇이 달라질까?
2026년 1월 1일부터 국민연금 보험료가 인상된다. 지난 3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4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18년 만의 연금 개혁이 공식화됐다. 이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연금 제도 개편이자, 1998년 이후 무려 27년 만에 보험료율이 인상되는 조치다.
국민연금은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공적 연금 제도다.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납부하면, 일정 연령 이후 국가로부터 매달 연금 형태로 수급액을 지급받는다. 직장인의 경우 사업장(기업 등)이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지만,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다. 계속되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현 구조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경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험료를 더 걷고,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연금의 미래를 보전하겠다는 개혁안을 추진했고, 이번에 그 법안이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 노후 소득 수준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인상 (안 제88조, 제51조)
개정안에 따라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2026년부터 매년 0.5%p씩 올려 2033년에 13%에 이르는 구조다.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인 1988년에는 보험료율이 3%였으며, 이후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어 왔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로, 제도 도입 초기인 1988년 70%였으나 1999년 60%, 2008년 50%로 점차 하향됐다. 기존에는 매년 0.5%p씩 감액되어 2028년 40%에 도달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2026년부터 43%로 고정된다.
정부는 이번 조정과 기금운용 수익률을 1%p 제고(4.5% → 5.5%)하는 병행 노력이 함께 이루어질 경우, 기존 2056년으로 예측됐던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 2071년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② 연금 지급 보장 법률 명문화 (안 제3조의2)
개정안은 국민의 불안 해소와 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연금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법률에 명확히 명시했다. 기존에는 국가가 안정적 지급을 위한 시책을 수립할 의무만 있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국가가 연금 급여 지급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명문화되었다.
③ 출산 크레딧 확대 (안 제19조)
출산 크레딧이란 자녀 수에 따라 가입 기간을 추가 산입해 주는 제도로 이에 따라 가입 기간이 늘어나면 노후에 받을 연금 수령액 또한 증가한다. 기존에는 둘째 자녀부터 12개월, 셋째 이상은 18개월씩 인정되었으나, 개정안을 통해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의 가입 기간 인정이 가능하도록 변경될 예정이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던 50개월 상한 규정도 폐지하며 출산에 따른 소득공백 보완과 다자녀 인센티브 확대가 기대된다.
④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안 제18조)
군 복무에 대한 보험 가입 인정 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확대된다. 군 복무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활동 제약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청년층의 가입 기간 확충 효과도 기대된다.
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 (안 제100조의 4)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저소득 지역 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지원 대상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보험료 납부를 재개한 저소득 지역 가입자에 한해서만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였으나, 지원 대상을 저소득 지역 가입자 전체로 확대한다. 구체적인 소득 기준에 대해서는 추후 세부적으로 규정할 계획이다.
'더 내고 덜 받는다', '더 내고 더 받는다' 무엇이 맞을까?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2026년부터 매년 0.5%p씩 인상돼 2033년에는 현행 9%에서 13%로 올라간다. 반면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0%에서 43%로 상향 조정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은 약 309만 원이다. 현재 보험료율 9%를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매달 약 27만 8천 원을 전액 부담하고 있으며, 사업장가입자는 사업주와 절반씩 부담해 약 13만 9천 원을 납부하고 있다. 개정안이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지역 가입자의 월 납부액이 약 1만 5천 원 늘어난 29만 3천 원이 되며, 사업장가입자는 이의 절반을 부담하게 된다.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하는 2033년에는 지역가입자의 납부액이 월 12만 원 이상 증가하고, 연간으로는 약 148만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납부액도 함께 늘어난다.
정부는 제도 개편을 통해 납부자에게 돌아가는 연금 수령액도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특히 평균 소득(약 309만 원) 기준으로 2026년 국민연금에 신규 가입해 40년간 납부하고 25년간 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 납부 보험료는 약 5,413만 원 증가하고, 수급 연금액은 약 2,170만 원 늘어난다.
증가분에 더해 같은 기간 전체 금액을 평균 소득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납부할 보험료는 약 1.8억 원, 수령액은 약 3.1억 원으로, 약 1.7배 이상 돌려받는다. 물론 소득별 납부액 비율 등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체 납부액이 수령액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연금 제도 특성상 저출산 고령화 사회일수록 미래세대에 더해지는 부담이 계속해서 불어나는 구조이기에, 현재 청년 세대가 연금을 수령하게 될 4~50년 뒤에도 이와 같은 기준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그 이유
보건복지부 조규홍 전 장관은 “이번 연금 개혁은 세대 간 연대를 실천하기 위해 국민과 오랜 시간 숙의한 끝에 달성한 역사적 성과”라며, “합의된 내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향후 연금 특위 논의 과정에서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 구조개혁 과제도 충실히 반영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번 개혁에 대해 청년세대는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개혁안 통과 나흘 뒤인 3월 24일, 전국 대학 총학생회는 ‘국민연금 개혁 대응 공동 행동’을 출범시키며 “청년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도 개편이 청년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당사자들과 충분한 소통이나 공감대 형성 없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3월 25~27일 전국 만 18살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3.0%, 전화 조사원 인터뷰) 결과를 보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18~29살 응답자 중 ‘찬성한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5%에 불과했지만, ‘반대한다’는 답변은 58%에 달했다. 30대 역시 찬성 26%, 반대 64%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서도 “더 내고 덜 받는다”, “기성세대 연금 지키려고 미래세대에게 떠넘긴 개혁”이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의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 그리고 빠르게 줄어드는 인구 구조 속에서,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사실상 청년이 책임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또한 개혁안이 출산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장기적으로 출산율이 1.2명까지 회복된다는 전제하에 설계했다. 그러나 인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경우, 연금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다시 청년세대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이번 개혁이 긍정적인 평가를 전혀 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국가의 지급 보장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는 점과 18년 만에 이뤄진 연금제도 개편이라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일정 부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 점 등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모두를 위한 국민연금이기에
노후의 빈곤은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예기치 못한 변수와 삶의 고난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으며, 한 번의 실패가 평생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노인빈곤율이 매우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6세 이상 노인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이 대상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을 함께 부양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마련된 제도가 바로 국민연금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 대비책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공동체적 장치다. 따라서 연금 개혁 논의는 단순히 숫자나 재정 균형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과 그들이 살아갈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고령화와 인구절벽이라는 복합적 위기 속에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한 제도라면, 청년 역시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즉 동등한 이해당사자로 대우받아야 하는 것이다. 목소리가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결정된 개혁은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신뢰가 무너진다면 국민연금은 본래의 사회적 목적을 잊고, 단순히 ‘누가 얼마나 내고 받는가’를 따지는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대 간 갈등과 분열이 아닌 연대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만, 모수 조정이든 구조 개혁이든 제도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단지 재정 장치가 아니라,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사회적 약속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취재, 글, 디자인 = 이재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