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들이 연애, 결혼 안 한다? 이제 가족 형태의 선택지를 넓힐 때입니다.

  • 등록 2025.10.15 15: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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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이하람

 

"여자친구는 있니?", "결혼할 생각은 있니?" 이번 명절에 연애하고 결혼하라는 집안 어르신들의 조언, 얼마나 들으셨나요? "제가 꼭 연애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겠습니다!" 하고 친척들이 원하는 모범 답안을 내놓으셨나요? 아마 그렇게 답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우리가 직면한 삶이 도저히 그 길로 이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반복되는 연애·결혼 이야기는 오늘날 청년의 삶과 큰 괴리가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적 결혼 제도에 맞춰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은 청년 세대의 다양한 삶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사는 청년보다 혼자 사는 청년이 이미 훨씬 많습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청년(20~34세)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000년 17.1%에서 2020년 51.5%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또, 청년 인구 중 결혼하여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경우는 14.7%에 불과하지만, 혼자 사는 1인 가구 청년은 23.3%에 달합니다(통계청, 2021). 이미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청년이 더 많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애와 결혼이 유일한 정답처럼 여겨져도 되는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청년의 삶을 결혼이라는 전통적인 틀에 더 이상 끼워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많은 청년이 ‘결혼 자금 부족’ 등 경제적 이유나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결혼하지 않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결혼이 부담스럽거나 불필요한 선택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 청년의 절반 이상(53.6%)은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의 어려움’을 가장 큰 곤란함으로 꼽으며, ‘정서적 고립감’ 또한 높은 순위를 차지합니다(여성가족부, 2023). 결혼이 아니더라도 청년의 안녕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제, 생활동반자법으로 청년이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선택하게 합시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이나 혈연 대신 원하는 사람과 생활동반자가 되어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합니다. 상호 합의를 통해 ‘생활동반자관계’가 되면 함께 살 집을 구할 때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어린이를 돌보기 위해 필요한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또, 아플 때 서로의 곁을 지키고,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되어 함께 하는 노후를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사람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때, 청년의 삶에 더 큰 가능성이 꽃필 것입니다.

 

“결혼이 아니어도, 우리가 서로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란 걸 국가가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 이용자의 말입니다. 도입 초기 ‘가족 해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는 수많은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낡은 제도가 청년에게 주는 박탈감과 패배감입니다. 결혼하지 않는 청년을 실패자로 만드는 대신 청년의 삶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다가오는 명절에는 가족들과 모여 내가 하고 싶은 것, 살고 싶은 삶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은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이하람(basicincome_youth@naver.com)

대학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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