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3 계엄의 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를 지켜낸 힘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서로를 향해 보낸 배려와 연대였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하나가 되었을 때, 우리는 거대한 불의를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 곁엔 여전히 혐오와 차별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주민에 대한 조롱, 특정 집단을 향한 근거 없는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권에서 시작된 '위로부터의 혐오'는 이제 우리 공동체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적 차별과 소외의 문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당시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치료비를 깎아주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탈모로 인해 겪는 일상의 위축, 취업 시장에서의 불이익 등 개인이 감당해온 사회적 편견과 고통을 국가가 '공적 영역'으로 끌어올려 응답했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광장에서 지켜낸 민주주의가 누군가에게는 외모로, 누군가에게는 나이와 정체성으로 인해 일상에서 부정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방어선을 치는 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대선 후보 시절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수차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생'과 '경제'를 핑계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나중으로" 미루고 있습니다. 헌법상의 평등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 무색하게도, 표 계산 앞에 멈춰 선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보수 세력의 반발 등 '사회적 합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머뭇거려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진보정책연구원의 조사 데이터는 지지층이 떨어져 나갈까 봐 전전긍긍했던 민주당의 걱정이 근거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할 경우 일부 지지층의 이탈보다 새롭게 유입되는 지지층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별금지법은 표를 깎아먹는 법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선점함으로써 더 넓은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확장적 법안'입니다.
인권은 민생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차별받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혐오에 노출된 청년들이 삶의 의욕을 잃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민생 문제입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22대 국회 최초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것은 더 이상 비겁한 변명 뒤에 숨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탈모 공약'에서 보여주었던 그 과감한 추진력과 감수성을 왜 인권의 영역에서는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이번 손솔 의원의 발의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가가 차별 시정에 직접 개입하는 실효적인 대안을 담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법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했던 '실용 정부'의 면모는 바로 이런 곳에서 발휘되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면, 차별금지법은 그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기초적인 도구가 될 것입니다.
차별과 혐오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입니다. 12·3 계엄을 막아낸 시민들의 위대한 승리는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십시오. 진보정책연구원의 데이터는 시민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치만 결단하면 됩니다. '나중'은 없습니다. 22대 국회는 손솔 의원이 제안한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즉각 응답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 정치가 그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할 때입니다.
최재봉 진보당 인천청년진보당(준) 운영위원(jbong9966@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