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대신 연대"…제1회 대학언론인 어워드 성료

  • 등록 2025.12.29 23: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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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학언론…사회변화 성과와 공동체 연대로 존재의미 증명
참가자 상호 심사·전지 응원 돋보여…"덕분에 기사 쓸 힘 얻었다"
대학알리 김태섭 편집장 [대학언론 대담] 시리즈 입선

 

"콘텐츠로 증명한다면, 대학언론이 앞으로도 대학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거란, 독자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얻었습니다."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대학언론인 네트워크와 <대학알리>가 주관하고 <라이프인>, <한국대학신문>이 주최하며 아름다운재단이 후원한 '제1회 대학언론인 어워드' 본선이 열렸다. 이날 대회는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기존 공모전과 결을 달리했다. 청춘의 시간을 공익적 가치에 헌신하면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대학언론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외로운 투쟁을 '연대'의 힘으로 승화시키는 축제의 장이었다.

 

"청춘의 시간을 바친 대학언론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대회를 총괄한 차종관 대학언론인 어워드 스태프는 개회사를 통해 행사의 가장 큰 목적이 '위로'와 '응원'임을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대학언론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론직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청춘의 시간을 헌신한 것에 비해 알아주는 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차 스태프는 "특히 대학 본부의 검열로 세상에 나오지 못한 기사들을 드러내고, 대학언론이 이끈 사회 변화와 공동체 연대감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수상 여부를 떠나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확인하고 서로 격려하는 따뜻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러한 취지는 심사 기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평가는 ▲소재의 참신성(10%) ▲콘텐츠의 완성도(20%) 외에도 ▲공동체 연대의식(30%) ▲변화성과 및 임팩트(40%)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대학 공동체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는지,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어떻게 이끌어냈는지가 핵심이었다. 참가자들이 서로의 보도를 평가하는 '상호 심사' 방식 또한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서 서로의 노고를 이해하자는 취지였다.

 

 

치열한 기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함의'

 

본선 무대에는 총 9개 팀이 올라 각자의 취재기와 그 속에 담긴 고민을 털어놓았다. 발표자들은 단순한 기사 소개를 넘어, 대학언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건국대학교 학원방송국 ABS>는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학사 구조 개편을 다룬 영상이 세 차례나 보도 무산된 아픔을 공유했다. 발표에 나선 손민정 국원은 "단순한 실패담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규 방송이 막혔을 때 숏폼이라는 대안을 찾아서라도 끝까지 학우들의 알 권리를 지키려 했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단비뉴스>는 '전국 4년제 대학 학보사 실태조사'를 통해 자료가 전무했던 대학언론의 폐간 현황을 직접 전수 조사하고, 이를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시각화해 분석했다. 전설 기자는 "대학언론이 사라진다는 것은 대학 공동체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언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학알리>는 '대학언론 위기 극복을 위한 대학언론인 인터뷰' 시리즈를 소개했다. 김태섭 편집장은 "거시적인 해결책보다는 현실적인 해결방안에 집중했다"며 "대담이라는 형식이 공론장 형성을 넘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모델로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는 학교의 일방적인 '에코 집중 휴무'로 인한 노동자 임금 삭감과 학생 불편 문제를 1년 7개월간 끈질기게 보도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가을 기자는 "단순히 소외된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을 넘어, 학생과 노동자가 서로의 문제에 공감하고 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며 "언론의 보도가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학생 사회 재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역설했다.

 

<연세애널스>는 유일한 영자신문사 본선 진출팀으로, 대학 랭킹 상승 이면에 가려진 유학생들의 소외 문제를 다뤘다. 이한결 기자는 "대학 랭킹은 오르지만, 정작 유학생들은 언어 장벽과 융화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양적인 국제화를 넘어,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융화되는 '진정한 국제화'와 질적 확장이 필요한 시점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대학보>는 '국내 마지막 총여학생회 포항공과대학교서 폐지'를 다루며 고립된 대학의 문제를 외부와 연결했다. 김나영 기자는 "서울 중심의 보도 문화를 탈피해 지역 대학의 목소리를 연결하고 싶었다"며 "총여학생회 폐지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학생 사회 백래시의 상징적 사건이기에, 외부의 연대와 공론화가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의 퀴어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보도한 최영서·서예나 기자는 학내 종교적 가치와 소수자 인권 문제를 심층 보도했다. 이들은 "반대 세력이 근거로 삼는 기독교 정신을 다시 파헤쳐, 오히려 기독교 정신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것임을 밝혀내고자 했다"며 "혐오에 맞서는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함을 기록으로 남겨 장기적인 연대의 기준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방송국 EUBS>는 '이화여대 교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숏폼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임수빈 국원은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로 느끼지 않으면 클릭하지 않는 현실에서, 숏폼 형식을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며 "단절되어 있던 구성원의 세계를 연결하고, 노동자의 삶을 '타자화'하지 않으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중앙문화>는 '계엄부터 탄핵까지 123일'을 통해 학내에서 벌어진 움직임을 기록했다. 김서현 편집위원은 "모두가 혼란스러워할 때, 중앙대 내의 유일하고 지속적인 기록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했다"며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개인의 용기와 연대를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언론의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대학보가 대학언론의 퀸이다"…전지에 핀 연대의 꽃

 

발표가 끝날 때마다 행사장 뒤편에 마련된 전지에는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쓴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가득 채워졌다. 경쟁자가 아닌 '가장 열렬한 독자'가 되어 건넨 응원의 메시지들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주최 측은 심사 전에 포스트잇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과 위로를 나눴다. <이대학보>의 퀴어 보도에 대해서 "대학언론의 퀸이다", "답이 없어 보이는 주제를 적절히 풀어낸 용기 있는 기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포항공대 총여학생회 폐지 보도에는 "타 대학 사안을 '여성'이라는 연결성 하나로 다룬 것이 멋지다", "고립된 현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보도가 무산된 <건국대학교 학원방송국 ABS>에게는 "여러분의 투쟁기를 보며 '나도 더 싸워볼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멋졌다", "송출 여부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는 뭉클한 위로가 전해졌다. 노동자의 삶을 조명한 <이화여자대학교 방송국 EUBS>에게는 "울컥했다. 이런 게 언론의 힘이구나 싶다", "숨겨진 분들을 발굴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있었다. <중앙문화>의 기록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현장에서 발로 뛴 노고가 느껴진다", "사료적 가치가 있는 기록, 존경스럽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언론계 선배들의 제언…"기사 뒤의 치열한 고민 확인한 자리"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선배 언론인들도 후배들의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화령 라이프인 편집인은 "기사를 보면서 그 뒤에 어떤 치열한 고민과 과정이 있었는지, 글 쓴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확인하게 되어 감명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미디어는 계속 흘러가는 존재이기에 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대가 필수적"이라며 "오늘 보여준 고민들이 현장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김준환 한국대학신문 부국장은 "기자 생활을 오래 하는 비결은 열심, 뒷심, 그리고 초심"이라며 "후배들이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확인한 치열한 기획과 협업의 경험들이 훗날 어떤 자리에 있든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대학언론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선배로서 국회나 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등 구조적 해결책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대상 수상한 이가을 기자…"우리의 기사는 모두의 결과물"

 

시상식에서는 수상자와 비수상자 구분 없이 서로를 축하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영예의 대상은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 이가을 기자에게 돌아갔다. 이 기자의 '에코 집중 휴무' 보도는 변화성과와 임팩트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타 작품과 압도적인 점수 차를 기록했다. 그는 "이 기사는 나 혼자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기록하고 버텨준 여러분의 결과물"이라며 "대학언론이 위기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단비뉴스> 전설 기자는 "이 자리가 대학언론이 아직 건재하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계속 만나자"고 전했다. 우수상을 받은 <이화여자대학교 방송국 EUBS> 임수빈·강찬양·조예빈 국원은 "이번 기획이 '효녀' 노릇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효녀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재치 있는 소감을 남겼다.

 

<대학알리> 김태섭 편집장이 연재하는 대학언론인 인터뷰 시리즈 '대학언론 대담' 역시 입선에 성공했다. 김태섭 편집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많은 대학언론인들이 대학언론의 위기에 공감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대학언론 대담'을 연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콘텐츠로 증명했다…함께 대학민주주의 지키자"

 

차종관 스태프는 "오늘 경쟁 PT를 지켜보며 동료 대학언론인들이 대학 사회와 학생 자치의 변화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학 소멸과 예산 삭감 등 위기가 크지만, 결국 우리는 콘텐츠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각자의 위치에서 외롭게 싸우지 말고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하자"며 "언론 탄압과 검열에 맞서 대학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한 '대학언론법' 제정, 비민주적 학도호국단 학칙 폐지의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현장 참가자들은 "오늘 우리가 나눈 연대의 마음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가자"고 소감을 나눴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제1회 대학언론인 어워드 수상 명단]

• 대상: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 (이가을) - 학생·노동자 의견이 배제된 에코집중휴무와 소통 부재

• 최우수상: 단비뉴스 (전설) - 전국 4년제 대학 학보사 실태조사

• 우수상: 이화여대 방송국 EUBS (임수빈·강찬양·조예빈) - 이화여대 교내 노동자들의 목소리

• 입선:

◦ 중앙문화 (김서현·석기범·강시현) - 계엄부터 탄핵까지, 중앙문화와 함께하는 123일

◦ 이대학보 (김나영) - 국내 마지막 총여학생회 포항공과대학교서 폐지

◦ 건국대 학원방송국 ABS (손민정·임성민·홍혁재·김연우) - 학사구조 개편 과정의 의사소통 부재

◦ 대학알리 (김태섭) -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학언론인 인터뷰

◦ 연세애널스 (이한결) - 교내 국제화의 현실

◦ 이대학보 (최영서·서예나) - 기독교의 퀴어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

기하늘 기자 sky41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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