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 제13대 총장후보 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이번 선거는 총장 선출 규정 개정으로 교직원과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이 각각 12%로 확대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이에 따라 후보자들은 학생과 교직원을 아우르는 정책 공약을 강화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외대알리는 각 후보가 제출한 공약집을 토대로 교육, 재정·인프라, 행정·복지 등 세 영역에서 제시된 핵심 공약과 대학 발전 구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재정은 모든 혁신의 배경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를 뒷받침할 재원이 없다면 지속될 수 없다. 총장의 재정 운용 능력과 인프라 확충 의지는 대학의 생존력과 직결된다. 특히 법인의 재정 운용 불투명성 등 고질적인 재정 문제를 겪는 한국외대에서, 재정 확보 및 관리에 대한 명확한 비전은 총장의 필수 역량으로 꼽힌다. 각 후보가 내놓은 재정·인프라 분야 공약은 무엇일지 함께 살펴보자.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재정 확충과 캠퍼스 인프라 현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학 운영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핵심 가치는 ‘Sustainable University(도약)’로, 재정 안정성·구성원 복지·신뢰 행정을 축으로 한 발전 전략을 내세웠다.
또 장 후보는 ‘5-MIX 재정 확충 전략’을 통해 다양한 수익 구조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5개 항목은 △오픈형 플랫폼 확장 △캠퍼스 유휴자산 활용 △커리어 포워드 인증 프로그램 △기부 시스템 선진화 △법인 전입금 상향 등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더불어 ‘HUFS 오픈형 지식자산 플랫폼’과 ‘HUFS ON 시리즈’ 등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상용화를 약속했다. 사이버외대 총장 재임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버외대의 지식자산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수익형 학습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무료·유료 구독 모델을 통해 학습 접근성을 높이고, 대학의 자체 수익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법인의 전입금 증액을 통해 재정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밝히며, 사이버외대 경영 경험을 강조했다. 이어 ESG 캠퍼스 구축과 함께 이문·충무로·세곡동·삼성역 등 주요 부지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교육·연구·창업이 연결되는 다핵형 캠퍼스 모델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도 캠퍼스별 독립 경영제 도입, 노후 시설 리모델링 및 공간 재설계, 기부 활성화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재정 운영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대학의 재정 구조를 다변화와 캠퍼스 인프라 현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윤 후보는 등록금 의존도를 현 61%에서 56%로 낮추고, 발전 기금 4대 우선 펀드·명명권 패키지·매칭펀드(600억 원 규모) 등으로 외부 재원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외국인 전용 단과대 신설(연 500명), 해외 법인·캠퍼스 설립(미주·몽골 등), 에너지 절감형 수익 사업 도입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캠퍼스 인프라 개선 계획도 언급했다. 서울캠퍼스에는 차 없는 그린캠퍼스, 혁신성장빌딩과 250명 규모 신 기숙사를 조성하고, 글로벌캠퍼스에는 신 도서관·중앙광장·공대 1층 플레이그라운드 구축을 추진한다. 송도캠퍼스에는 약학대학·바이오 클러스터·1,000실 규모 국가전략 연수원을 건립해 제3캠퍼스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윤 후보는 탄탄한 재정과 현대적인 인프라를 기반으로 외대의 미래 경쟁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차 없는 그린캠퍼스 조성 구상이 제시됐지만, 이에 따른 주차 공간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재정 운영과 관련해 법인의 역할이나 협력 방안이 명시되지 않아, 실행 단계에서의 현실적 지원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역시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학교 재정의 구조적 자립 없이는 어떤 개혁도 지속될 수 없다’라며 ‘HUFS FinHub(재정 저수지)’ 구축을 제안했다.
FinHub는 기부를 투자로 전환해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연결하는 발전재단형 모델이다. 최 후보는 기업 및 동문회와 협력해 연 250억 원 규모, 4년간 1,000억 원의 재정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학교 기업·기술지주회사·상장기업 육성을 통해 자립 재정 기반을 강화하고, 통번역센터를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시켜 상장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서울캠퍼스의 인문과학관 리모델링과 교수연구동 재건축, 기숙사 복합건물 신축 추진을, 글로벌캠퍼스는 중앙도서관 신축, 자연과학관 리모델링, 공대 건물 개선, 잔디광장 조성 등을 제시하며 교육 시설의 질적 도약을 약속했다.
더불어 자연대·공대·AI데이터융합학부를 통합한 ‘HUFS-Tech’ 브랜드를 설립해, 산학협력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2028년까지 연구비 300억 원, 산학 과제 100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최 후보는 태양광 발전 사업,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평생 교육원 다변화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함께 FLEX와 TEPS의 통합으로 국내 최고 권위 어학 시험의 브랜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호 4번 이상환 후보는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 혁신 체계 확립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 행정·운영 혁신△캠퍼스 균형 발전과 송도 글로벌 거점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재정 혁신 체계 확립을 위한 요인으로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 방안으로 재정 및 자산관리 ERP 도입, 재정관리자문위원회 운영을 제안했다. 또한 카카오·네이버 등과의 산학 연계를 통해 특허 및 기술이전 확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2028년 500억, 2030년 700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AI 인프라 구축과 학생 개인별 학습 데이터 분석을 통한 학생 맞춤형 학습 및 진로 상담 지원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 및 강의실 리모델링과 AI 기반 수강 신청을 제시하며 수요자 중심의 인프라 구축을 제시했다.
더불어 캠퍼스 균형 발전을 위해 글로벌 캠퍼스 인프라 개선도 언급했다. 총장 직속 공간위원회를 운영하여 글로벌 캠퍼스 내 대학 건물, 도서관 등 노후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AI 기반 행정과 수강 신청 시스템의 도입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나, 과거 데이터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AI 특성상 새로운 강의나 비주류 전공이 배정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 데이터 편향으로 인한 차별적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지적되는 가운데, AI 기반 수강 신청 시스템 도입은 학생의 자율성과 자기주도성을 보장하는 대학 교육의 특성상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호 5번 임대근 후보는 학생을 위한 34가지 약속에서 공간·시설과 관련해 도서관 24시간 개방, 카페형 강의실과 테마파크형 강의동 확대, 학생 식당 시설 현대식 개선 및 메뉴 다양화, 재학생 전용 캡슐호텔 게스트 하우스 운영 등을 제시했다.
또 ‘K-컬처와 콘텐츠로 새로운 미래를 엽니다’라는 비전 아래 송도캠퍼스 K-컬처대학을 만들겠다며, 자족형 캠퍼스, 외국인 전용 학부 신설, 내국인과 외국인을 위한 국제전략대학원 신설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서울, 글로벌, 송도 캠퍼스의 삼각 캠퍼스 구성을 위해 셔틀버스를 증편하고 정기노선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 다각화를 위한 전담 부서 설치 및 인큐베이팅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다. 학교 기업을 매년 2~3개 설립하는 등 학교 기업 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2029년까지 연간 예산을 4,430억 원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플랫폼 사업으로는 한국어 교육, HUFS Contents, HUFS Report, 영화·드라마 촬영(촬영소 구축 등), HUFS Wellness(시니어 건강관리 위탁 등), 태양광 발전 플랫폼 등을 제시했으며 사업 기대 수익은 연간 220억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캠퍼스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은 혁신적 이미지를 위한 상징적 시도로 보이지만, 실질적 효용성과 예산 우선순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산업 중심의 재정 확충 방안 역시 현실 가능성과 수요 측면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재정 자립과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HUFS Holdings’ 설립을 중심으로 산학협력 기반의 수익 구조를 만들고, 4년 내 재정 규모 3,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강 후보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 확대(200억 원 확보)와 함께 태양광 발전 임대, 외국인 의료서비스 플랫폼(K-MED@HUFS), 글로벌 K콘텐츠 온라인 교육사업 등 신규 수익원을 제시했다. 또한 ‘Branded Scholarship’ 100개 유치를 통해 장학·기부 펀드를 확충하고, 연구·교육·복지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서는, 서울캠퍼스에는 인문과학관 뒷편 기숙사 증축과 복합문화공간 ‘HUFS 멀티플렉스’ 건립을 추진하고, 글로벌캠퍼스에는 도서관·공학관 리모델링, 글로벌 스퀘어 조성을 약속했다. 송도캠퍼스는 8개년 마스터플랜에 따라 R&D 허브 구축과 기숙사·강의동 신축을 추진한다.
강 후보는 대학의 재정 기반을 다변화하고, 확보한 재원을 교육 혁신과 연구 역량 강화에 재투자해 “수익이 순환하는 대학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기호 7번 박흥선 후보는 재정 건전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안정적인 수입 구조 확립과 기부 문화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재정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박 후보는 대학-지자체-지역 상인 간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 연계를 통한 수익 기반을 넓히고, ‘외대인의 밤’을 활성화해 건축·발전 기금 조성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소액 기부 채널 ‘만 원의 기부금’을 신설해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부 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등록금을 2026학년도 신입생부터 법정 한도 내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글로벌캠퍼스 내 ‘HUFS 피트니스센터’ 설립, 기숙사 수용률 확대(1학년 80%, 2학년 50%) 등 생활환경 개선이 포함됐다. 서울·글로벌캠퍼스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중단된 글로벌캠퍼스 스마트 도서관 증축도 재개할 예정이다.
기호 8번 유달승 후보는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위해 ‘국책 사업 수주 확대’ 및 ‘발전 기금 조성 확대’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유 후보는 총장 직속 국책전략기획단 설치, 우수 산학협력중점 교수 확보, 국책 사업 성과급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국책 사업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400억 발전 기금 조성을 목표로 기금 모금과 운용을 전담하는 발전위원회를 총장 직속으로 설치한다. 발전위원회에는 재무, 기부 문화, 자산관리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자문단으로 참여한다. 또한 기부 모금을 다변화하기 위해 동문과 기업 및 단체 연계 강화뿐 아니라 학부모 대상 참여형 기부도 추진한다. 이에 더해 1만 원 정기 기부 캠페인, 기념일 기부 문화 조성 등으로 소액 기부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한국외대 건강검진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글로벌 헬스케어센터→ 글로벌 헬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확대 추진해 외대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학생들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춘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서울캠퍼스의 경우, 미래관 신축(현 농구장 부지), 교수회관·교수 제1연구동 리모델링, 경영대학 독립관 신설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글로벌캠퍼스는 도서관 신축, 식당·복지 시설 개선, 제1공학관·자연과학관 리모델링, 제2공학관·자연과학관 신축을 추진한다. 이어 강남캠퍼스 건립을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 후보의 기부 활성화 계획은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서울·글로벌·송도 등 3개 캠퍼스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대학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강남캠퍼스 건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기호 9번 박흥수 후보는 ‘글로벌 유학생 유치’와 ‘버클리음대 유치’를 재정 부문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버클리음대의 아시아 허브를 글로벌캠퍼스에 유치해 버클리 음대의 교재·지적재산권 관리, 실용음악 캠프, 입시 전형료 등을 통해 대규모 수익을 확보하고, 유학생 전용 단과대학을 설립하여 외국인 학생을 2029년 8,200명까지 확대·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박 후보는 교내 관련 지원팀 신설, 인센티브 지급을 통해 정부 재정지원 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법인과의 협력을 강화해 법인 전입금 확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서울캠퍼스의 인문과학관 뒤쪽 공간에 강의동 별관을 건축하고, 이전 계획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일부 부지와 건물을 제2서울캠퍼스로 편입하는 안을 추진한다. 또한 글로벌캠퍼스의 시설 노후화 해결을 위해 공대·자연대·중앙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다만 버클리음대 유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지 편입 등의 공약은 보다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필요하다. 버클리음대 유치의 경우, 아직 양 대학 간 MOU 체결 등 실질적인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현재 외대의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부지 및 건물 매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강승주 기자 (math.sang.ju@gmail.com)
윤혜림 기자 (limsself115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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