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도, 최저임금도 없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로 바라본 청년 노동 실태

  • 등록 2025.11.05 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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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사장 나오라고 막 소리치는데, 사장님한테 가서 이야기하니까 그냥 무시하라고 하면서 끝까지 안 나오더라고요. 사장님이 음식 순서를 잘못 내보냈는데, 사장님은 무시하라고만 하니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이 계속 죄송하다고만 했죠.” _ 국민대학교 조현지(가명) 학생

 

“학생 몇백 명 시험을 전부 수기로 채점하고 입력하다 보면 실수할 수밖에 없잖아요. 실수한 건 잘못이지만, 틀릴 때마다 너무 심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_ 한국외국어대학교 곽지영(가명) 학생

 

 

런던베이글뮤지엄이 20대 남성 직원 과로사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 가운데, 20대 청년들이 주로 근로하는 단시간근로(아르바이트) 등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20대 ‘쉬었음’ 청년이 전월 대비 3만 6천여 명 감소하며 청년 고용 시장에 활력이 도는 가운데, 아르바이트 단계부터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이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정효원 주임(26세/남성)은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입사 14개월 만이었다. 유족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으로 단정할 지병이나 수술 이력이 없다며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에 과로에 따른 산재를 신청했다.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과 스케줄표 등을 기반으로 업무량을 복원한 결과 사망 직전 2~12주 동안 한 주 평균 58시간, 사망 직전 1주 동안 80시간을 근무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만약 유족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한 근로기준법 제50조 위반에 해당한다.

 

논란이 가중되자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28일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지문인식기기의 오류로 인해 사고 직전 고인의 실제 근로 기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으나, 직전 일주일 함께 근무한 동료 직원들의 근로시간은 분명 평소 근로시간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사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과 서울 종로구 본사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합정의 카레집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국민대학교 조현지(가명) 학생는 “원래 두 명을 고용해 한 명은 주방 업무를, 한 명은 홀 업무를 맡기로 했는데 당일에 한 명이 오지 않아서 혼자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고용 당시 이야기했던 휴식이나 식사 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주의 갈등은 많은 경우 휴게와 관련된 사항에서 발생한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27.2%의 갈등 사례가 열악한 휴게 공간, 휴게시간 미준수 등 ‘휴식’을 이유로 발생했다. 휴일 및 휴가를 위반한 경우도 15.2%에 달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다수 존재했다. 경상북도 경산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구대학교 최은지(가명) 학생은 “총 2곳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한 곳은 8천 원, 다른 한 곳은 9천 원의 시급을 받고 일했다”며 “대학 상권이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이 대부분 대학생이고, 그래서 시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구대학교 권여운(가명) 학생 역시 “일은 힘들지 않았지만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처음 한 달은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의 절반만 지급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장애인 근로자나,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된다.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수습기간으로 설정한 최대 3개월까지 최저임금의 90%만을 지급할 수 있지만, 한국표준직업분류상 숙련 향상 필요성이 낮아 수습기간 운영이 불필요한 단순노무업무의 경우 최저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단순 포장, 배달, 청소, 경비, 패스트푸드 판매 등 단순노무업무로 분류되는 직무 외에는 수습기간 최저임금 90% 지급이 불가능하다.

 

2025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간당 10,030원이다. 카페나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한국표준직업분류상 단순노무업무인가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단순노무업무로 분류한다고 하더라도 현행 최저임금의 90%인 9,027원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고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3일 유가족 측은 런던베이글뮤지엄과 공식 합의하고 산업재해 신청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4일, 고용노동부는 기존 근로감독 대상이었던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일부 법 위반 정황이 확인되어 감독 대상을 전 지점 및 계열사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산재 여부와 관계 없이 위법적인 사업 운영 방식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취지다.

 

곽지영 학생은 “청년의 아르바이트는 결국 생계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그만두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과로 등으로 쓰러지는) 일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일이 닥치기 전까지는 결단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 해결을 넘어 건전한 청년 노동 환경을 확립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주기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

 

김태섭 기자 taesub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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