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9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사이버관 대강당에서 ‘총장과의 대화’가 열렸다. 현장에는 박정운 총장, 김춘식 서울캠퍼스 부총장 그리고 김광호 기획조정처장이 자리했다. 진행은 나민석 총학생회장(정치외교∙22)과 이지연 서울캠퍼스 학생•인재개발처장이 맡았다.
이번 총장과의 대화에선 사전질문과 현장질문을 합해 총 14개의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특히 박정운 총장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현장 학생들의 모든 질문을 다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오후 7시 30분 경 종료 예정이었던 총장과의 대화는 오후 9시를 넘겨 끝났다.
이번 총장과의 대화에서 주요 의제는 △교수회관 석식 배식과 인문과학관 김밥메뉴 판매 중단 △학생 공간 부족과 개선책 △송도 캠퍼스 세금 납부 재원 △등록금 인상 등이었다.
“교수회관 석식과 김밥 판매 중단 가슴 아파… 명확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으나 최선 다할 것”
Q. 이번 학기부터 교수회관 석식 판매가 중단되고, 인문과학관 김밥 메뉴 판매가 중단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과 재개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학생들이 학생 식당에서 김밥을 제공받지 못하고 교수회관 석식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총장으로서) 굉장히 가슴 아프다.
지난여름 교수회관 식당에서 네 분, 학생 식당에서 네 분 정도 학교를 그만두셔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외대학보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 직원 선생님들의 정규직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의 경우, 우리 학교의 호봉 체계상 연차가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연봉이 1억이 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식당 선생님들께 연봉을 1억씩 지급하면서 식당을 운영해 갈 수 있을지 우리 학교의 미래를 고려하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계약직 충원 건의 경우, 우리 학교 계약직 임금이 낮아서 식당 선생님을 충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특정 계약직(식당 선생님들)에 대한 임금만을 올리는 건 학교에 재직 중이신 다른 영역의 계약직 분들과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쉽지 않다.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미 교수회관과 인문과학관 식당에 약 4억 6천만 원을 학교 재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식당에 이 정도 규모의 학교 재원을 투입하는 대학은 거의 없고, 학교의 재정 사용이 우선시되는 곳이 많다는 점에서 더 이상 식당에 재정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학생 식당의 김밥 파트 복원과 교수회관 석식 운영을 위해 학교에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수학습개발원 지하, 본관 8층 등 이용해 학생 공간 확충할 것, 다만 학생들도 공유 공간 개념을 고민해 볼 필요 있어”
Q. AI 융합대학 신설, 무전공 모집 제도 도입 등 지속되는 학제 개편으로 인해 공간을 필요로 하는 단체가 늘어나고 있는데,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학생 공간의 확대 계획에 대해 질의드립니다.
A. 우리 학교는 주요 대학 중 크기가 작은 편에 속해 늘 공간과 관련된 이슈가 있다. 최근 신설 학과들이 생기면서 학생들이 필요한 공간이 많아졌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수학습개발원 지하층이 매우 노후화되어 안전 문제가 있었다. (지금 공사 중인 상황) 이곳이 정리가 되면 공간이 조금 나올 것이다.
지금 국제학사에 큰 규모의 조리 시설(과거 학생식당)이 있는데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이곳을 활용하기 위한 공사(리모델링) 예산을 편성했고 곧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학생 서비스 공간 등 학생을 위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존 본관 8층에 위치해 있던 한문원(외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곳)이 연수원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 곳에서도 공간이 나올 것이다.
현재 조금 덜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 오바마홀 애플라운지 등 몇 군데 있다. 이런 공간들도 활용해 학생 공간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다만 학생들도 ‘공유 공간’ 개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HD 현대의 사례를 보면, 배정된 자기 자리가 없고, 출근해서 앉으면 자기 자리가 되는 공유 공간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I 교육을 위한 GPU, 데이터 센터 설치 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학생 공간만을 설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영어대학 교수 재직 당시, 영어대학 도서관의 경우에도 시험 볼 때 정도만 사용되고 나머지 시기에는 거의 비어 있는 상태이다. 이런 공간들을 ‘공유 공간’ 개념을 통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문원의 연수원 이전의 경우에도, 한문원은 주로 낮에 사용하고, 연수원은 주로 야간과 주말에 공간을 사용하는 특징을 가진 점을 이용해 (공유 공간 전환을) 오랫동안 설득했고, 결국 공유 공간 개념으로 한문원이 연수원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20~30층 건물을 지어 공간을 만들면 좋겠지만, 학교의 재정 여건상 어려운 상황이다. 공간 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생들도 ‘공유 공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 진지하게 논의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송도 캠퍼스에 부과된 세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
Q. 송도 캠퍼스에 부과된 79억의 세금에 대한 상환이 교비 회계로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습니다. 그러면 “양 캠퍼스에서 인상된 등록금이 그대로 송도 캠퍼스에서 증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데 이 사항에 대해서 질의드립니다.
A. 학생들의 우려는 이해한다. 그러나 올 1월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송도 캠퍼스 개발에 들어가는 재원은 재단이 담당한다는 회의 결과가 있다. 결국 서울, 글로벌 캠퍼스에 재정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특히 건설과 관련된 모든 부분은 재단이 무조건 담당한다.
문제는 세금 부분이다. 재단에서는 세금은 대학이 감당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총장으로서 그 부분은 어렵다고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사장님도 찾아뵙고 재단 이사회에도 전달했다.
아직 재단의 최종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지만, 재단이 세금 문제도 감당하지 않을까 추정한다. 여러분의 등록금이 송도 캠퍼스 세금 문제에 안 들어갈 것이라고 믿고 있고, 확신한다.
“외대의 생존 위해 변화 필요한 시점, 학생들도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Q. 올해 등록금이 인상된 이후 총학생회가 여러 차례 학생 요구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투자나 학생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등록금이 인상됐는데 학교는 작년보다 긴축재정인 이유에 대해 질의드립니다.
A. 우선 학생들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학생들이 요구해 온 것이 있고 학교는 최대한 그것을 반영하겠다. 우선순위에 있어서는 학생과 학교 간 의견 차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교수학습개발원 엘리베이터보다 다른 부분에 먼저 공사가 실행된 것이 대표적이다. 학생들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선순위가 다른 것일 뿐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에 관해서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학교 등록금 환원율이 인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비교했을 때 순위가 낮다. 등록금 부분에서 환원되는 부분은 괜찮다. 그러나 산학협력기금(교육혁신지원사업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에서 받는 돈이 타 학교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적다. 예를 들어 서울대는 1조, 고려대는 7천억 원을 받지만 외대는 고작 400억이다.
(이과 중심으로) 변해가는 시대에서 문과만 84%인 우리 학교가 지원금을 받을 명분이 없다. 교육부에서도 문과는 산학 기금이 1~2억 정도만 돌아간다. 반면 이과의 경우 한 과에서 400억 이상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의대 또한 없기에 낮은 지원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70년 전 외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만 한다면 우리 학교는 위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외대라는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총장이 되고 가장 힘든 과정 중 하나는 서울, 글로벌 캠퍼스 유사 중복학과 통폐합이었다. 이를 통해(통폐합) 해당 인원으로 반도체 학과를 만들고 1년 만에 75억 상당의 프로젝트를 받아냈다.
이제 총장 선출의 시간이 왔다. 학생 여러분께서도 후보자들이 어떤 미래 비전을 내놓는지 보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우리 학교의 위상을 발전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없다면 우리 학교는 점점 대외적인 위상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어 위주 학사 구조로는 생존 어렵다… 해결 위해 구성원 모두와 공유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
Q. 총장님께서는 처음으로 학생들이 참여한 선거로 선출된 총장님이기에 가장 학생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셨습니다. 총장님께서 임기 중 잘하셨다고 생각하는 일, 아쉬웠던 일 하나씩을 꼽아주시겠어요?
A. 좋은 점을 찾기보다는 아쉬웠던 점에 집중을 해 보고 싶다. 총장 생활을 하며 우리 학교가 가지고 있는 이슈의 핵심은 (외국어 위주) 구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84%가 문과다. 문과 중에서도 언어 영역이 무려 60%를 차지한다.
현재 (문과 중심의) 대학의 구조는 (이과 중심의) 변화하는 시대를 견뎌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총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앞으로 대학의 교육은 AI, BD 바이오테크놀로지, ROBOTICS 영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이런 부분이 굉장히 취약하고 우리 학교가 현재 직면한 상황을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했어야 했는데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어떤 사람을 총장으로 만들어야 미래를 끌고 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학의 변화는 구성원들이 한뜻이 되어 10~20년을 견뎌내야 한다. 정말로 하나가 되어야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을 100% 끌어내지 못한 것이 마지막 아쉬움이다.
“계열 모집 관련한 어려움 있다면 누구라도 의견 달라… 해결 위해 최선 다할 것”
Q. 작년부터 본교는 무전공 및 계열 입학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계열 입학제 시행으로 인해 특정 학문, 학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학과 쏠림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계열 모집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질의드립니다.
A. 현재 진행되는 1유형과 2유형 무전공 모집은 교육부에서 요구했다. 고등학생들이 어떤 진로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전공 모집은) 대학에 들어와서 자신이 어떤 진로를 가질지 모색하고 내 전공을 설계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교육적인 시각에서 찬성하는 편이다.
학교는 총력을 기울여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컨설팅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기존 학과 중심 문화와 무전공 문화 두 가지가 공존하는 상황이라 무전공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특정 학과 쏠림은 학생들이 그 과에 자신이 살 길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도록 그쪽에 교수님들도 많이 모시고 강의도 많이 배정해서 소화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보충 질의) 말씀하신 것처럼 1유형 자유전공은 선배 멘토링, 교수 상담, 교육혁신원 주관 OT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2유형 자유전공의 경우에는 1유형 자유전공에 비해 이런 지원이 부족해 여러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질의드립니다.
A. 여기 계신 학생 누구라도 학교의 자유전공이나 특히 2유형 자유전공(계열 모집) 운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 학교에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 (계열 모집 제도 정착을 위해) 학교가 노력하고 있지만 의도치 않게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의견 수합을 위해) 교무처에 한번 연락을 하라고 요청하겠다. 의견을 주신다면 수합해서 학과 교수님들과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입학처 통해 신입생 입학 성적 하락 문제 알아보고 더 좋은 방법 있으면 구현 위해 노력할 것 ”
Q. 본교의 입학 성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외대알리에서 지난 8월에 기사를 통해 지적해듯이 현재 본교의 신입생 선발 방식은 입학 성적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취재를 해보니 입학처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대학 본부와 관련 학과들 설득이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지속적인 입학 성적 하락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대안이 있으신지, 현행 학생 선발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질의드립니다.
A. 질문의 취지가 입학처의 선생님들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 대학과 구성원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상황이라고 말씀하신 걸로 이해한다. 실제로 입학 성적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선발된다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 입학처를 통해 좀 더 알아보고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본 기사는 명확한 내용 전달을 위해 일부 편집과 단어 조정이 이루어졌음을 밝힙니다.
강승주 기자(math.sang.ju@gmail.com)
박진태 기자(pjt30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