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누구나 자유로운 캠퍼스 생활을 꿈꾼다. 고등학교와는 달리 출석이나 수업 방식에서도 자율성이 보장되며, 각자의 일정과 리듬에 맞춰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고등학교와 유사한 수준의 엄격한 학사 규정을 운영하며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라는 별명이 붙은 학교가 있다. 바로 서강대학교(이하 ‘본교’)다.
특히 본교의 학사 규정 중 △지정좌석제 △FA제도(출석유급) △유고결석 인정 기준은 타 대학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서강고등학교’라는 자조 섞인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러한 본교의 학사운영은 실제로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다른 대학과 비교했을 때의 차별성과 장단점은 무엇일까.
I 본교의 3가지 학사규정

첫 번째, 본교의 지정좌석제는 개강 1주일 후 곧바로 시행되며, 각 강의실 내 좌석을 학생별로 고정 배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학생이 본인의 지정 좌석에만 착석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수업의 질서와 집중도를 확보하고 출석율을 높이는 취지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개강 직후 선착순으로 자리를 선택하거나 배정받게 되며, 이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해당 좌석을 유지해야 한다. 지정 좌석에 착석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출석은 인정되지 않는다. 수업 중간에는 조교가 빈 좌석을 재차 확인해 무단 이탈, 이른바 ‘출튀’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해당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소개할 규정은 FA(Failure because of Absences) 제도이다. 이 제도는 학생들의 출결을 관리하는 제도로 수업 별로 할당된 결석 허용 한계를 초과해 결석할 경우 그 수업의 성적을 낙제, 즉 FA처리하여 F학점에 준하는 성적을 부여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결석 허용 횟수는 한 학기를 통산하여 주당 수업시간의 두 배까지이다. 학생들의 결석 횟수는 본교 포털 ’세인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결석허용 한계를 초과하기 전 교내 메신저로 경고 메시지가 발송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규정은 유고결석의 인정기준이다. 본교 유고결석의 인정기준은 다른 학교에 비해 매우 엄격하다. 특히 흔한 결석 사유인 질병의 경우, 단순 진단서가 아닌 ‘등교가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어야만 인정된다. 모든 유고결석은 결석 사유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춰 제1전공 소속 행정팀에 결석계를 제출해야만 한다.
I 본교만의 학사 철학? 주요 대학 운영 기준과의 거리
본교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엄격한 학사 운영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유럽문화학과 24학번 A 학생은 “수업의 결석 횟수를 정해두면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게 된다”며 FA 제도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같은 과의 24학번 김 모 학생도 “좌석이 고정되니 교수님이 학생 얼굴을 기억하게 되고, 책임감도 더 생긴다”며 지정좌석제가 집중도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보았다.
반면 같은 과 24학번 B 학생은 “결석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지정좌석제는 다양한 학우와의 소통을 제한하고 유고결석 절차도 지나치게 복잡하다”며 제도의 경직성을 지적했다. C 학생은 “생리결석조차 인정되지 않고, F를 피하려 억지로 출석하는 구조는 자율성을 해친다”고 말하며, 학사 운영이 학업 성취보다는 통제에 초점을 맞춘다고 비판했다. 유문과의 D 학생은 “수업을 빠지지 않았다고 해서 학점이 더 높지는 않다”며, 단순 출석 기준이 아닌 학업 성취 중심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조교 실수로 출결 혼란을 겪은 경험을 언급하며, 운영의 미흡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본교의 FA 제도와 유고결석 기준은 국내 주요 대학과 비교해도 엄격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는 수업의 3분의 1 이상 결석 시 F 처리라는 비교적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며, 지정좌석제를 시행하지 않아 대부분 수업에서 자율 좌석제를 운영한다. 생리결석도 한 달에 한 번까지 유고결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4분의 1 이상 결석 시 FA 처리하며, 주 2회 수업일 경우 7회, 1회 수업일 경우 3회까지 결석을 허용한다.
실제로 연세대 산업공학과 23학번 김 모 학생은 “9번 결석하고도 A+을 받은 과목이 있었다”며, 출결에 따른 성적 평가가 교수 재량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학내에서 수업 운영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I 엄격한 학사제도, 통제인가 성장의 기반인가
이처럼 본교의 학사 규정은 학생들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는 제도의 경직성을 비판하며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반면, 다른 학생들은 자기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본교의 학사 규정은 엄격한 통제를 기반으로 하며 이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본교는 학사 제도의 강점을 유지하되, 반복 지적된 불편 요소는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생리결석 인정 확대, 출석시스템의 오류 방지 등이다. 이러한 방안들을 적극 검토함으로써, 통제와 자율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지현 기자 (wxxitte@gmail.com)
소민교 기자 (sohminkyo02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