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편지] Innovation이 향하는 곳

2016.05.30 00:00:00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기분 나쁜 날. 수업을 듣다 다급한 진동소리에 힐끗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고는 망연자실해지고 말았다. ‘우리 학교 프라임 사업 선정됐대!’…망했다. 나는 팀원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이내 그 수업의 토론 주제는 학교 본부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거지같은가-가 되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토론은 아니었고 성토대회 정도로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찬반은 나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 몇 군데에 합격하고 어디를 가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던 나에게 담임 선생님은 이화여대 선배 한 명과 통화를 하게 해주셨다. 중앙대 등등에서 학과 구조조정이니 뭐니 하며 한참 시끄러워지고 있었던 때였다. 그 선배님은 이화여대는 인문대 탄압하고 뭐 그런 것도 없다며, 당신의 학교로 입학해서 당신과 밥 한끼 먹자면서 적극 영업하셨고, 그 말에 이끌려 나는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입학해 마주한 현실은 사뭇 달랐다. 다른 학교 이야기일 것이라며 생각하고 들어왔건만, 학과 구조조정은 어느새 이화여대의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총장은 누구처럼 혁신, Innovation을 외쳤고, ‘산업수요’라는 미명으로 별 연관도 없는 학과들을 묶어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했다. 

그러더니 올해에는 프라임(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_PRIME) 사업을 추진했고, 결국 이번 달 이화여대는 프라임 사업 소형에 선발됐다. 구조조정의 의도가 다분해보이는 정시 자유전공 모집도 기습 발표했다. 신산업융합대학의 일이 ‘산업수요’에 따라 과들을 뽑아 단대를 신설한 것 이 두가지는 앞으로 실질적으로 학교의 지형을 변화시킬 것이다. 앞으로 우리 학교가 내가 입학했을 때 예상했던 학교의 모습과 얼마나 더 달라질지, 솔직히 두렵다.

입학할 때에 받았던 합격카드를 꺼내본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총장 최경희. 합격 카드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면서 총장님께 절이라도 하고 싶어했던 지난 날의 내가 떠오른다. 자조 섞인 웃음이 나온다.ᅠ

김희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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