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업과 간병 사이, 선택을 강요받는 대학생 간병청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본관, 대기 의자에 앉은 청년들의 시선이 노트북 화면과 병실 문 사이를 오간다. 모니터에는 대학교 비대면 강의가 재생되지만 이들은 강의보다 환자 호출 벨 소리와 보호자 출입 통제에 더 자주 반응한다. 이처럼 전국의 수많은 대형 병원 복도는 가족이나 친지를 간병하기 위한 청년들, 이른바 ‘영케어러’들로 가득하다. 영케어러는 부모나 조부모 등 가족을 돌보는 34세 미만의 청년을 뜻한다. '간병 지옥'이 삼켜버린 청춘의 궤적 대학생 조 씨(25)는 사고로 입원한 아버지와 지병 치료를 받는 어머니를 동시에 돌봤다. 다른 학생들이 학점 관리와 취업 스펙 쌓기에 분주할 때, 조 씨는 보호자 간이침대의 협소한 공간과 소음을 버티며 전공책을 읽고, 사이버 강의를 듣는 중에도 때마다 환자의 소변 통을 비워야 했다. 그는 “하려던 일과 인생 계획을 모조리 포기하고 간병에 뛰어들어야 했다”며 “준비할 시간도 없이 피보호자에서 가장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년 넘게 이어진 간병 뒤 조 씨의 삶은 사뭇 바뀌게 됐다. 조 씨는 본래 체육계 진로를 꿈꾸고 있었으나 부모님의 간병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연습을 할 수 없게 됐다. 떨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