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7 (토)

대학알리

대학생활

“강의 시간에 술 마실 사람”, 지식을 넘어 ’세상‘을 가르치는 대학교양

주도부터 미식까지, 책상을 벗어난 ’체험형 교양’
학문 이상의 강의실 밖 가치를 배우다

 

 

치즈와 와인이 함께하는 수업 시간


7월 11일 오후, 사각 칠판과 책상으로 이루어진 강의실 대신 경기 성남시의 한 격식 있는 레스토랑이 학생들로 채워진다. 손에 든 것은 전공 서적이나 노트북이 아닌 와인잔과 포크다. 이 날 테이블 앞에 모인 인원은 열 두 명, 준비된 주류는 약 10가지다. 중앙대학교의 대표적인 이색 교양 강좌 <술의 세계와 주도> 수업 현장이다.

 

이 날 강의에서는 주류 시음과 안주 시식이 진행됐다. 국내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페일 에일 맥주로 시작해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으로 넘어가면서 와인의 역사와 제조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됐다. 모인 학생들은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식사를 즐기고, 좋아하는 주류와 미식에 대한 경험을 나누면서 하나의 ‘수업’을 만들어 갔다. 캠퍼스 안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일이 이 강의에서는 이뤄지고 있었다.

 

대학 교양이 ‘이론’에서 ‘체험’으로 향한다면


<술의 세계와 주도>를 이끄는 손진호 교수는 프랑스 농촌 현장에서의 체류 경험에 힘입어 이 강의를 개설했다. 손 교수는 프랑스에서 ’식탁의 힘‘을 온 몸으로 느꼈다고 강조했다. 모든 가족이 음식 준비에 참여하고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며 오랜 시간 식사하는 프랑스 문화는, 바쁜 일상에서 각자 식사하고 어머니에게 대부분의 음식 준비가 일임되는 국내 문화와는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손 교수는 진정한 외식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업계 종사자뿐만이 아니라, 소비자인 대중이 그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이 수업은 단순한 ‘음주 실습’이나 흥미 위주의 주류 공부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는 테이스팅과 함께 고대 신화부터 문명사, 세계사에 이르는 인문학적 배경 지식까지 촘촘하게 익히게 된다. 손 교수는 주도(酒(주)道(도))의 핵심으로 ‘배려’를 지목했다. 식탁에 마주 앉은 상대를 동등한 개인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다. 와인과 미식은 매개체로, 그 테이블에 앉은 타인과 소통하는 화술이 이 강의에서 배울 수 있는 특별한 부분이다. 식탁에 스테이크가 곁들여진 리가토니 파스타가 오르자 학생들이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된 소재는 스테이크 조각을 어떻게 나누어 먹을 것인지였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나자 테이블 위는 여러 목소리로 다채로워졌다.


가진 주량부터 시작해 이제까지 마신 주류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수강생 이 모씨(27)는 ”화이트 와인을 가장 좋아하지만 지금은 너무 취할 것 같아 더 이상 마실 수가 없다“며 테이블 전체에 웃음을 자아냈다. 학생들은 식사가 끝난 뒤 연락처를 교환하고 교수님 없는 ‘2차’에 나섰다. 이들 또한 새로운 인연을 맺은 것이다.

 

언제까지 전공책 달달 외우기만? 이제는 ‘강의실 밖’의 시대


체험형 교양은 새로운 형태의 강의 패러다임으로도 제시될 수 있다. 과거의 대학가는 학생에게 지식을 단순히 주입하는 데 열중했다. 그러나 현대의 학생들은 굳이 교육기관에 가지 않아도 언제든 방대한 양의 지식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험에는 곧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의의가 포함된다. 손 교수는 인터뷰에서 “책을 달달 외우는 지식 교육은 이제 AI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끝나는 시대”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제 대학은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이 가진 모든 기관을 활용해 체화하는 소양의 전달자로 부상해야 한다“라 강조하기도 했다.


해당 시음회에 참여한 수강생 김 모씨(23)는 “학기 중에도 부모님께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면서 평소 나누지 못했던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손 교수의 ‘식탁 위 인문학’ 실험은 2학기에도 계속된다. 2026년 가을편 시음회는 많은 인기에 힘입어 9월 19일과 오는 10월 3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삶의 품격을 가르치고자 하는 대학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한유진 대학알리 기자(gksdbwls1117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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