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7 (토)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시험이 된 국가공인 FLEX, 취업시장에서는 왜 보이지 않나

국가공인과 졸업시험 사이, 가치의 틈
학교가 만든 시험, 학교 안에 머물다
취업시장서 외면받는 국가공인시험 FLEX
굳이 FLEX여야 할까… 국가공인과 체감 가치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1호: 틈'에 실린 기사로, 2026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전경 <사진=한국외국어대학교 홈페이지>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어문계열 학생이라면 졸업을 준비하며 한 번쯤 마주하는 시험이 있다. 외국어능력시험 FLEX(Foreign Language Examination)다. FLEX는 한국외대가 외국어 능력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공인 외국어능력시험으로, 199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영어뿐 아니라 독일어·러시아어·스페인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학시험과 차별성을 갖는다. 2005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시행해 왔으나, 2025년부터 한국외대가 시험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FLEX는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과 졸업 요건 충족 여부를 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국가공인 시험이라는 제도적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것과 달리, 기업의 채용 과정이나 취업 준비 현장에서 FLEX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시험에 부여된 공적 지위와 사회에서의 실질적인 활용도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

 

 


졸업 요건은 왜 FLEX여야 하나


 

졸업을 위해 응시해야 하는 이 시험을 학생들은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외대알리는 스페인어과와 네덜란드어과, 독일어과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페인어과 모 재학생은 FLEX가 졸업 요건으로 꼭 필요한지부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솔직히 필요성이 크다고 느끼지는 않는다”며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서 스페인어 자격증을 따기보다는, 과에서 수강했던 강의를 토대로 한 주제를 정해 논문을 쓰거나 수강 과목을 종합한 학과 자체 졸업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부 시험이 아니더라도 학과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졸업 요건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은 학우(네덜란드어과·18)도 FLEX 이외의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CFL 네덜란드어나 CNaVT가 졸업 요건으로 인정되면 좋겠다”며, “FLEX의 문제 유형을 전면 개정하지 않는 한 CFL이 훨씬 실용적이고 유익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어처럼 국내 응시자가 적은 언어일수록 해당 언어권에서 활용되는 국제 공인 시험이 더 실용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취업 앞에서는 힘을 못 쓰는 FLEX


 

스페인어과 모 졸업생은 FLEX의 취업 활용도에 대해 보다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현재로서는 취업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스페인어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채용 공고에서는 DELE나 OPIc 등 다른 어학 자격을 요구하거나 우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공공기관이나 특정 채용 공고에서 FLEX를 어학 성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봤지만, 일반 기업이 FLEX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거나 우대하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페인어 관련 직무에서도 FLEX 점수보다는 DELE와 같은 국제 공인 자격이나 실제 회화 능력, 해외 경험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FLEX 점수가 학생의 외국어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기능할 수 있지만, 채용시장에서 그 점수를 받아주는 기업과 기관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FLEX에 응시하면서도 취업을 위해서는 다른 어학시험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진=한국외국어대학교 FLEX센터 홈페이지>

 


학교 단독 시행 이후 커진 우려


 

대한상공회의소와의 공동 시행이 종료되고 한국외대가 FLEX 운영을 전담하게 된 것을 두고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외부 인지도와 활용도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모 졸업생[1] 은 “외부 기관이 함께 시행하던 시험에서 학교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시험으로 바뀌면서 사회적 인지도와 외부 활용도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FLEX가 사실상 학교의 졸업시험으로만 기능한다면 학생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필요성에 의문을 느낄 수 있다”며 “시험의 외부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LEX에 세 차례 응시한 오정현 학우(독일어과·22)는 이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짚으며, “운영 주체의 변화가 FLEX를 ‘학교 안에서만 의미 있는 졸업시험’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강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관 변경 이후 연간 시행 횟수도 네 차례에서 두 차례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체 변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시험의 운영 규모가 축소됐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바뀌어야 한다면 이런 것부터”


 

FLEX가 학교 밖에서도 인정받는 시험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학생들은 기업·기관과의 협력, 국제 기준과의 호환성, 시험 접근성 확대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모 졸업생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FLEX 점수를 실제 채용 기준이나 우대 사항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FLEX를 인정하는 기업과 기관이 어디인지, 각 기관이 어떤 점수부터 인정하는지를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안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은 학우(네덜란드어·18)는 “유럽언어공통기준과 호환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응시 횟수를 늘려 시험 접근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오정현 학우 역시 “외대생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시험을 알릴 수 있도록 홍보와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시험 운영 주체의 안정성과 운영 규모 측면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러한 문제 제기는 실제 채용시장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외대알리가 2026년 7월 28일을 기준으로 국내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최신 공개 채용 지원 자격을 살펴본 결과, FLEX를 영어 공인시험으로 명시한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곳이었다. 삼성물산과 삼성SDI도 FLEX를 인정 시험 목록에 포함했지만, 영어가 아닌 중국어 우대 항목에서였다.

 

반면 다수 기업은 OPIc과 TOEIC Speaking을 대표적인 영어 말하기 시험으로 인정하고 있었으며, 일부 기업은 TOEIC과 TEPS 등 필기시험까지 폭넓게 인정했다. 학생들이 인터뷰에서 말한 “취업 앞에서는 힘을 못 쓴다”는 체감이 채용 공고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그림=국내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FLEX 인정 현황, 자료=각 기업 채용 공고, 그래픽=외대알리>

 


센터는 “달라진 것 없다”지만


 

FLEX센터는 한국외대가 FLEX의 출제와 채점, 시험 운영과 성적 관리를 총괄하기 위해 운영하는 기관이다. 2025년 대한상공회의소와의 공동 시행이 종료된 뒤에는 시험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외대알리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채용시장 조사 결과에 대해 센터가 어떻게 설명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FLEX센터는 서면 답변에서 “시행 주체가 바뀌어도 시험의 성격이나 공신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듣기·읽기 영역의 7개 언어가 모두 국가공인 자격이며, 교육부의 지도·점검과 재공인 심사를 거쳐 공인 자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관 이후 외부 응시자 규모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센터의 설명대로 FLEX의 국가공인 지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FLEX는 현재도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과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어학성적 사전등록 대상 시험에도 포함돼 있다. 학생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운영 주체의 변화만으로 ‘국가공인 자격’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FLEX가 국가공인 시험인지 여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가공인이라는 제도적 지위에 걸맞게 그 성적이 학교 밖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지, 학생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응시할 만큼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센터 역시 이 지점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센터는 마지막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FLEX가 “안정적 재원 구조, 정책적 연계성, 제도적 인지도 측면에서 여전히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언어를 두루 평가한다는 FLEX의 강점이 시장 수요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운영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즉, 학생들이 인터뷰에서 지적한 낮은 인지도와 제한된 활용처가 FLEX센터 측의 답변에서도 구조적인 과제로 언급된 것이다.

 


틈은 시험 밖에 있다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시험 형식과 문항 개선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 국제 기준과의 호환성이나 문제 유형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인터뷰 전반에서 반복된 요구는 시험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업·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달라는 것이었다. 시험을 더 어렵게 만들기보다 “학교 밖에서 이 점수를 인정하는 곳”을 늘려 달라는 요구에 가까웠다.

 

현재 FLEX에 필요한 것은 자격의 존속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쓰임을 확대하는 일이다. 학교는 어떤 기업과 기관이 FLEX를 인정하는지 학생들에게 충분히 안내하고 있는지, 시험 성적이 더 다양한 채용과 선발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외부 기관과 협력하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그 틈을 메우는 책임이 매 학기 응시료를 내고 시험장에 앉는 학생에게만 돌아갈 수는 없다. 국가공인이라는 이름과 학생들이 체감하는 가치 사이의 간격을 누가, 어떻게 좁힐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필요하다. 그 답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학생들이 던진 “굳이 이 시험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세권 기자 dhwlddj0518@naver.com

윤혜림 기자 limsself1151@gmail.com

이루원 기자 cruwxn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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