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1호: 틈'에 실린 기사로, 2026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 [알못 주제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기사를 쓰지 말자는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저희는 어설픈 '잘알'보다는 '알못'이 되기로 했습니다. 한 번의 경험에서 모든 것을 알 수 는 없겠지만, 한 번의 취재로도 당사자와 외부인의 어려움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알못 주제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쳤던 것들을 만나고 체험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조금이나마 알아가며 공감할 수 있도록 저희가 느낀 현장 그대로를 전달하겠습니다.
셔틀 없이 캠간 이중전공생이 되어봤다
7월 26일 오후 5시 31분, 외대알리 취재진은 글로벌캠퍼스 도서관을 나섰다. 목적지는 서울캠퍼스였다. 이날 하루만큼은 두 캠퍼스를 오가며 수업을 듣는 ‘캠간 이중전공생’이 돼보기로 했다.
취재진이 선택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은 광역버스와 지하철뿐이었다. 한여름 더위 속에서 긴 배차간격을 견디며 버스를 기다렸고, 버스에서 내린 뒤에는 다시 지하철로 갈아탔다. 버스에 올라탄 뒤에도 상당한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 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목적지까지는 멀어보였다. 유튜브 영상까지 시청했지만, 긴 영상을 다 본 후에도 버스는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금세 도착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좀처럼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듯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자 허리가 뻐근해졌고, 서울캠퍼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피로가 쌓인 모습이었다.
서울캠퍼스 정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 34분이었다. 글로벌캠퍼스 도서관을 출발한 지 2시간 3분 만이었다. 다시 글로벌캠퍼스 인근으로 돌아오는 데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두 캠퍼스를 한 번 왕복하는 것만으로 네 시간 넘게 대중교통 안과 정류장, 도로 위에서 보낸 셈이다.
취재진에게는 단 한 번의 이동이었지만, 캠퍼스 간 이중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주 반복되는 학교생활의 일부다. 셔틀버스 시간과 수업 시간이 맞지 않거나 셔틀이 운행하지 않는 날에는 학생들이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해 편도 두 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한다. 수업 한두 개를 듣기 위해 하루의 상당 부분을 이동에 사용하고, 버스 배차시간에 맞춰 식사와 일정까지 조정해야 한다.
문제는 두 캠퍼스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는 학생들에게 다른 캠퍼스의 이중·부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할 캠퍼스 간 셔틀버스는 학생들의 수업 시간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오전과 저녁 등 일부 시간대에 운행이 집중돼 있어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가거나 수업이 끝난 뒤 돌아오려는 학생은 셔틀을 이용하기 어렵다. 결국 부족한 셔틀버스가 학생들의 전공 선택을 왕복 네 시간의 통학 문제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캠퍼스 별 특성화가 학생의 전공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그 선택에 접근할 수 있는 이동 수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학생들은 제한된 셔틀버스 운행 횟수와 시간대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포기하거나, 편도 두 시간의 대중교통 이동을 감수하고 있다.
외대알리는 캠퍼스 간 이동을 직접 경험하고, 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캠퍼스 간 이중전공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현재 셔틀버스가 학생들의 수업과 이동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숫자로 확인한 셔틀의 빈자리
외대알리가 지난 7월 16일부터 21일까지 한국외대 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대인의 캠퍼스 간 이동 경험 조사’에서 응답자의 78.6%가 이중전공이나 부전공을 이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9.8%는 본전공과 다른 캠퍼스에 개설된 전공을 이수하고 있었다.
이번 설문에는 글로벌캠퍼스 학생 98명과 서울캠퍼스 학생 52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24.9%는 매주 정기적으로 두 캠퍼스를 오간다고 답했다. 캠퍼스 간 이동 사유로는 ‘이중·부전공 수업’이 59.5%로 가장 많았다. 학생들이 두 캠퍼스를 오가는 가장 주된 이유가 개인적인 약속이나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학교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교육제도였던 것이다.
학생들이 체감한 가장 큰 불편은 긴 이동시간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41.4%가 이를 선택했다. ‘셔틀버스 배차 및 좌석 부족’은 30.0%, ‘시간표 구성의 어려움’은 28.6%로 뒤를 이었다. 한 글로벌캠퍼스 학생은 자유 서술 문항에 “하루에 강의 하나를 들으러 가면 하루를 통으로 날리는 기분이다”라고 적었다. 셔틀버스의 제한된 운행 시간과 수업 시간이 맞지 않으면 학생들은 수업 한 과목을 듣기 위해 하루 일정 전체를 비워야 했다.
교통비 부담 역시 정기 이동자에게 집중됐다. 캠퍼스 간 교통비는 모든 학생에게 막연히 발생하는 비용이 아니라, 이중·부전공 수업을 위해 매주 이동하는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부과되는 비용이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캠퍼스 간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문항에서 전체의 61.9%가 셔틀버스 운영 개선을 요구했다. 교통비나 이동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까지 더하면 전체의 76.2%가 캠퍼스 간 교통 문제를 우선적인 개선 과제로 지목했다.
학생들이 요구한 것은 단순히 버스 몇 대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 수업 시간에 맞춰 이용할 수 있도록 운행 시간대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였다. 한 응답자는 서울캠퍼스에서 글로벌캠퍼스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아침과 저녁 시간대로 나뉘어 있어 서울캠퍼스 학생이 글로벌캠퍼스 수업이나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셔틀버스는 글로벌캠퍼스 학생뿐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는 서울캠퍼스 학생의 수업 선택도 제한하고 있었다.
다른 글로벌캠퍼스 학생은 “적어도 같은 외대로 이원화됐다면, 우리 등록금으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이동이 수월하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학생은 “심리적 거리감 해소는 물리적 거리감 완화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해달라”고 적었다. 학생들에게 두 캠퍼스 사이의 거리는 지도 위의 거리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이동이 어렵고 불편할수록 다른 캠퍼스의 수업과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캠퍼스의 경계를 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이동 수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제한된 셔틀버스 운행 횟수와 시간대는 학생들의 수업과 이동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순간 학생들은 편도 두 시간의 대중교통 이동과 추가 교통비를 감당하거나, 결국 원하는 수업을 포기해야 한다.
학생들의 시간표에 남은 거리
설문에서 확인한 이동 부담은 인터뷰로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캠퍼스 간 이중전공생 8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적게는 주 1회, 많게는 주 2~3회 서울캠퍼스를 오가고 있었다. 이들이 캠퍼스를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중전공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한 어려움은 두 캠퍼스의 수업을 하루에 함께 배치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캠퍼스 사이 이동시간 때문에 연강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수업 사이에 긴 공강을 두거나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에 가는 요일을 아예 나눠야 했다.
EU전공을 이중전공하는 글로벌캠퍼스 3학년 A씨는 시간표를 짜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EU전공 수업은 하루에 한두 과목만 개설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수업은 2학점이어서 필요한 학점을 채우기도 쉽지 않고 했다.
A씨가 서울캠퍼스에서 수업 두 개를 듣는 날에는 오전 9시쯤 집을 나서 오후 8시가 돼서야 돌아왔다. 수업 외에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데 약 2시간이 들었다. A씨는 수업 두 개를 듣기 위해 사실상 하루 전체를 써야 했고, 수업 시간보다 이동과 대기에 드는 시간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통계학을 이중전공으로 수강하는 서울캠퍼스 3학년 B씨도 캠퍼스 간 연강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글로벌캠퍼스에 가는 날에는 이동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캠퍼스의 본전공 수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캠퍼스의 수업을 선택하기 위해 다른 캠퍼스의 수업을 내려놓아야 했던 것이다.
학생들의 이동 부담은 수강신청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이동할 수 있는 수업과 포기해야 하는 수업을 나눠야 했다. 셔틀버스 운행 시간이 수업 시간과 맞지 않으면, 학생들은 캠퍼스별로 요일을 나누거나 원하는 강의를 미리 포기했다.
셔틀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면 캠퍼스 간 이동에 약 1시간이 걸리지만, 광역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면 약 2시간이 필요했다. 셔틀 운행 시간과 수업 시간이 맞지 않는 순간 학생이 감당할 이동시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캠퍼스 간 이중전공 제도가 학생들에게 열려 있다면, 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학생들이 셔틀 시간에 맞춰 수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맞춰 셔틀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의 답은 ‘특성화’, 그래서 셔틀버스는?
캠퍼스 체제와 특성화 방향에 대한 학교의 설명은 구체적이었다. 전략기획팀에 따르면 송도캠퍼스는 교육부로부터 ‘위치변경’ 승인을 받은 만큼 규모와 관계없이 ‘분교’가 아닌 ‘캠퍼스’에 해당한다. 글로벌캠퍼스 역시 1980년 설립 당시에는 분교였지만, 2014년 교육부의 본·분교 통합 승인을 거쳐 현재의 캠퍼스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학교는 두 캠퍼스의 역할을 구분하고 각각의 특성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도 지속해 왔다. 1980년대 용인캠퍼스의 이공계 편제를 시작으로, 2000년대에는 통번역 분야를 중심으로 차별화를 추진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외국어계열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반도체·기후변화·디지털콘텐츠 등 첨단 분야 학과를 신설했다. 국가전략언어대학 통합과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 운영, 2024년 AI융합대학 신설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답변을 관통하는 핵심은 ‘특성화’였다. 서울캠퍼스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한 어문·사회 교육을, 글로벌캠퍼스는 첨단기술에 기반한 실용·융합 교육을 지향한다. 두 캠퍼스는 중복을 줄이고 각자의 교육적 색채를 강화해 왔다. 학교가 오랜 시간 추진해 온 캠퍼스 특성화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캠퍼스의 역할이 세분화될수록, 그 사이를 오가는 학생들을 위한 연결 체계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외대알리는 매주 두 캠퍼스를 이동하는 학생들을 위한 셔틀버스 증편 계획을 학교 담당 부서에 문의했으나, 관련 답변은 받지 못했다.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가장 시급한 개선 사항으로 꼽은 항목 역시 셔틀버스 증편으로, 응답자의 61.9%가 이를 선택했다. 왕복 네 시간가량을 이동에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교통 문제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수업 선택과 학습권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성화가 정교해질수록 학생들이 캠퍼스를 오가야 할 필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2027년 송도캠퍼스가 더해지면 한국외대의 캠퍼스 체제는 서울과 인천, 용인을 잇는 구조로 확장된다. 캠퍼스마다 고유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과 각 캠퍼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함께 추진돼야 할 과제다.
학교가 지금까지 캠퍼스를 어떻게 나누고 성장시킬지 고민해 왔다면, 앞으로는 그 사이를 학생들이 어떻게 오갈 수 있도록 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특성화의 성과가 학생들의 교육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캠퍼스 간 물리적 거리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학생들은 그 출발점이 될 셔틀버스 증편에 대한 학교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길 위로 사라진 시간의 틈
서울캠퍼스 정문에 도착했을 때, 취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시 글로벌캠퍼스 방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휴대전화로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해는 이미 저물고 있었고, 오래 앉아 있던 허리는 뻐근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보다 같은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는 피로가 먼저 다가왔다.
그날 취재진은 수업을 듣지 않았다. 출석 시간도, 과제 마감도, 다음 강의도 없었다. 그런데도 두 캠퍼스를 오가는 일만으로 몸은 지쳤고 하루는 빠르게 저물었다. 실제 이중전공생들은 그 이동 앞뒤로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다음 날의 일정을 준비한다. 취재진이 하루 동안 경험한 불편은 이들의 일상에서 가장 가벼운 일부에 가까웠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은 먼 거리를 없애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두 캠퍼스가 떨어져 있다는 현실을 알고도 이중전공을 선택했다. 다만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는 시간에 셔틀버스가 있고, 수업이 끝난 뒤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교통편이 있기를 바랐다.
특성화가 정교해질수록 학생들이 다른 캠퍼스의 수업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2027학년도 1학기 송도캠퍼스가 개교하면 한국외대의 교육 공간은 서울과 용인, 인천 세 지역으로 확장된다. 캠퍼스마다 고유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만큼, 학생들이 각 캠퍼스의 교육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세 캠퍼스가 지도 위에서만 같은 학교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의 일상에서도 하나의 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이대연 기자(eodus0617@naver.com)
이루원 기자(cruwxn1@gmail.com)
안재민 기자(jaemincool3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