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금)

대학알리

책보다 굿즈로 향한 발길… 도서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묻다

서울국제도서전서 책보다 먼저 팔린 건 '한정판 경험’, 굿즈와 전시에 이목 쏠려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제대로도서전, 공공성 회복 외치며 대안 제시해
“흥행보다 중요한 것은 출판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책은 인류가 축적해 온 가장 오래된 기록이자 지식의 저장소다. 이 기록은 시대를 건너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왔다. 그리고 서울국제도서전(SIBF)은 책을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읽는 사람을 한자리에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왔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힙’ 열풍이 확산면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역대 최대 규모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현장의 풍경은 예전과 달랐다. 책보다는 굿즈가, 중소출판사의 조용한 부스보다 대형출판사의 화려한 이벤트가 더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같은 시기 노들섬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서울제대로도서전이 열렸다. 책 중심의 도서전과 공공성 회복을 내세운 이 행사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흥행을 넘어 모두를 위한 책 축제로 지속될 수 있을까.

 

'책보다 굿즈' 서울국제도서전 달라진 풍경

 

 

6월 24일 오전 10시,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을 앞둔 서울 강남 코엑스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들이 코엑스 동문부터 북문까지 이어졌다.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했고, 입장을 기다리는 표정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이들이 아침부터 서둘러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이유는 바로 희소성 높은 출판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긴 대기 줄 속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대학생 A 씨(20)에게 현장을 찾은 이유를 묻자 그는 “친구 따라 출판 굿즈를 사기 위해서 왔다”고 답했다. 또 다른 대학생 B 씨(23)는 “책은 서점에 가서 살 수 있고, 굿즈는 여기 아니면 못산다”고 말했다.

 

입장이 시작되자 관람객들은 곧장 각자 눈여겨본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국제도서전 내부에서는 개성 있는 이벤트와 굿즈를 내건 부스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관람객들은 한정판 엽서와 포스터, 스티커, 키링, 문구류 등을 유심히 살펴보며 품목을 고르거나 이미 점찍어 둔 굿즈를 빠르게 집어 들었다. 손에 책보다 굿즈 쇼핑백을 먼저 든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들도 과거와 달라진 도서전의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한 그림책 출판사 관계자 C 씨는 “관람객분들이 책보다 굿즈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대부분의 출판사가 굿즈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관객들은 크게 두 부류인 것 같다. 정말 책을 좋아해서 오는 분들과, 이런 페스티벌 같은 문화를 즐기러 오는 분들”이라며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은 분이 찾아 와주신다는 점, 그리고 굿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대건 <전국독립서점네트워크> 관계자는 “굿즈도 책의 한편이라고 생각한다”며 “굿즈를 통해서라도 책의 텍스트 안으로 들어오는 경로가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2030 여성들이 특히 많지만, 4050까지 세대가 확장되는 흐름도 보인다”며 “책 문화가 더 위축될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이곳에 와보면 출판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지만은 않겠다는 확신을 얻는다"고 말했다.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제대로도서전'… "공공성 살린 책 중심 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지 못한 출판사들은 6월 25일 서울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열었다. 전시장 안팎에는 가볍게 부스를 둘러보거나,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 손에 든 채 발걸음을 옮기는 관람객들이 이어졌다. 화려한 이벤트보다 책을 직접 소개하고 함께 읽는 프로그램이 중심이 됐다.

 

서울제대로도서전에서 독자 프로그램을 운영한 한 독서 모임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은 대형 출판사의 자본력과 다양한 마케팅이 특징"이라며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어린아이부터 장애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논란을 접한 뒤 대안 도서전을 찾다가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서울국제도서전과 서울제대로도서전을 모두 방문했다는 한 관람객은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은 엑스포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출판사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책을 만나는 지역 책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에서 독자 대표로 참여한 대학생 임소진 씨(22)는 "대학교에서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 가치가 실제로 구현되는 것 같아 의미 있게 느껴졌다"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전은 흥행보다 공공성이 우선"


한편, 서울제대로도서전 현장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운영 방식과 방향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개막식에서 주최 측은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 촉구’라고 밝혔다.

 

김향수 도서출판 <향> 대표는 "책은 공공성이 강한 문화 자산인 만큼 도서전 역시 독서문화 진흥이라는 관점에서 운영돼야 한다"며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은 이벤트와 굿즈 중심으로 흐르면서 본래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서전이 흥행한다고 해서 곧바로 책 문화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자들이 어떤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할 것인지 고민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참가 비용과 부스 운영 방식에서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서울국제도서전 한 부스 참가비는 232만 원 수준”이라며 “과거에는 정부 지원을 받을 때 훨씬 저렴했지만, 지금은 상업화되며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규모 확대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공공성 논란을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6월 23일 자 보도)에서 김태헌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운영상 공공성과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대화를 통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조직위원회 형태의 운영 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고 중소 출판사와 여러 출판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금은 텍스트힙 열풍으로 도서전이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언제든 관심이 식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며 "출판계가 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출협과 출판계가 함께 오래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아름 대학알리 기자 (areumgo@univalli.com)

윤시현 대학알리 기자 (yoonsihyun0402@gmail.com)
임주영 대학알리 기자 (juyoung.lim@unival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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