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행복기숙사 새날관의 ‘의무식’ 제도를 둘러싸고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기숙사에 입사하려면 기숙사비와 보증금뿐 아니라 식비까지 함께 납부해야 하는데, 사용하지 못한 식권은 월 단위로 소멸하고 환급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숙사 입사하려면 식권 구매 필수… 미사용분은 월마다 소멸
세종대 2026년도 1학기 새날관 행복기숙사 신입생 입사 모집 안내에 따르면, 입사생은 식비 항목에서 150식(82만 5,000원) 또는 180식(95만 4,000원)을 필수로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미사용 식권 처리 방식이다. 공고에는 ‘월 기준 부과된 식수 중 미사용분은 소멸’되며, ‘미사용분 환급 불가’라고 명시돼 있다. 퇴사 시 잔여 식비는 위약금 10%를 공제한 뒤 환불된다. 학생들은 이를 두고 “기숙사 입사를 조건으로 원하지 않는 식권까지 사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행복기숙사에 거주 중인 A 씨는 “음식의 맛보다 환불 방식에 가장 큰 불만이 있다”며 “식권을 다 쓰지 못해도 월마다 미사용분이 사라지는 구조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숙사에 살기 위해 원하지 않는 식비까지 미리 내야 하는 점이 부담”이라고 했다.
세종대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도 행복기숙사 의무식과 환불 불가 규정을 문제 삼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지난해 12월 한 게시글 작성자는 총학생회에 기숙사 식당 문제 해결을 요청하며 “기숙사 측은 학생들에게 식권을 강제로 구매하도록 하고,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기숙사 측의 투표 방식과 환불 불가 규정 도입 과정도 함께 문제 삼았다.
공정위 “강제성 여지 있지만, 현행법상 경쟁 제한성 따져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과거 대학 기숙사 의무식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012년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기숙사 봉룡학사의 ‘식권 끼워팔기 관행’을 두고 공정위는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종대 행복기숙사 의무식 제도가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나 불공정한 경쟁 수단 여부도 위법성 판단에서 중요하게 고려됐다”며 “2012년 성균관대 기숙사 식권 끼워팔기 사례에서도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 침해가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 집행 기준에서는 ‘경쟁 제한성’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5년 이후에는 단순히 학생에게 불이익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을 인정하기는 어려워졌다”며 “현재는 기숙사 식권 의무 구매로 인해 학교 주변 식당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숙사생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식권을 구매해야 하므로 강제성이 인정될 여지는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제재로 이어지려면 그 행위가 외부 식당과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왔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해 “예를 들어 50식처럼 더 낮은 선택지가 마련된다면 학생들은 외부 식당을 이용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가격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의 개선은 학생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외부 식당과의 경쟁 제한 우려도 낮추는 방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환불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개별 기숙사의 환불 기준을 직접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분쟁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나 운영위원회 차원의 기준 마련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학생회나 학교 차원에서도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 낮은 식수 선택지, 예외적 환불, 미사용 식권 처리 방식 등을 제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의무식 구조, 학생에게 운영 부담 전가”
대학 복지 관점에서도 현재와 같은 의무식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기숙사는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복지 시설”이라며 “현실적으로 식당 운영을 위해 일정 수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운영상의 리스크를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부담시키는 방식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사용 식권이 월 단위로 소멸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임 연구원은 “요즘 일반 소비시장에서도 환불, 이월, 포인트 처리 등 소비자가 이용하지 못한 권리에 대한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배려 없이 미사용 식권을 일괄 소멸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불리한 위치를 이용한 왜곡된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무조건 자율식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학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대학 구성원으로 보고, 학생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소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학생과 운영사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하고, 기숙사 차원의 위원회나 학생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다인 대학알리 기자 (hongdain7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