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을 잃은 성공회대의 나무들
2024년 새천년관 앞 느티나무 제거를 시작으로 울창한 성공회대학교의 모습은 현재까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재작년 공기는 새천년관 앞 중앙 정원이 관리 효율성을 이유로 석분으로 뒤덮인 일을 두고 애도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불과 1년 후, 성공회대학교 일만관 앞 나무에 가지치기가 진행됐다. 나무의 회복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가지치기였다.
이에 공기는 성공회대학교 시설관리팀과 소통을 시도했다. 시설관리팀에 의하면, 성공회대학교 안전관리 위원회는 일만관 앞 칠엽수 열매의 위험성 때문에 가지치기를 진행했다. 또한 정기적인 점검을 제외한 실질적인 조경과 컨설팅은 외부 전문가를 통해 진행된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수목 관리의 많은 영역이 외부에 위탁된 것이다.
공기는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시간이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표했으며, 현재도 학교 측과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만관 앞 나무 가지치기에 관한 방향 모색 △나무를 친구로 대하는 경험 공유 △생태계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여기기 위해 이번 특강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나무랑 친구 맺는 법
가로수 수목연대 활동 중인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최진우 박사는 나무 가지치기의 정확한 방법과 과도한 가지치기가 나무에 안 좋은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가지치기할 때 지켜야 할 ISA(International Society of Arboriculture, 국제수목학회)의 가지치기 규칙을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일만관 앞 칠엽수의 가지치기 방식은 나무의 재생과 회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형태이다.
나무는 가지치기 방식에 따라 상처에 침투해 나무를 썩게 만드는 부후균에 감염되거나, 얇고 긴 새 가지가 자라는 과정에서 비바람에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런 부작용을 낳는 과도한 가지치기 방식을 ‘강전정‘(強剪定, Topping)이라고 부른다. 최진우 박사는 국제수목학회(ISA)가 발표한 강전정을 하면 안 되는 이유로 나뭇잎 부족에 따른 양분 감소로 건강 약화, 햇볕 노출로 인한 화상과 생리적 쇼크, 병해충 취약성 증가, 새 가지의 연약성 등을 언급했다.
이어 최진우 박사는 나무 절단법(가지치기)의 세 가지 종류를 소개했다. 나뭇가지를 치는 목적에 가장 알맞은 방법은 ‘솎음절단법(제거절단)’과 ‘축소절단법(축소절단)’이다. 두 가지 방법은 각각 가지의 양 자체를 솎아 내거나, 가지의 길이를 축소한다. 두 방법 모두 가지와 수간(줄기)이 만나는 지점의 지피융기선과 가지깃을 기준으로 이를 손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일만관 앞 칠엽수는 두절형(頭切型, 나무의 원가지나 굵은 줄기를 잘라내는 강한 방식) 가지치기를 거쳤다. 솎음절단법이나 축소절단법과 달리 가지 보호 기준을 지키지 않은 가지치기 방식이다. 두절형 가지치기는 성공회대학교뿐 아니라 대한민국 조경 전반에 관행화된 악습이다.
2022년까지는 가지치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국내 제도가 없어 두절형 가지치기가 만연했다. 그러나 2023년 산림청이 개정한 ‘도시숲·생활숲·가로수 조성·관리 기준’의 ‘제4장 생활숲 및 가로수의 조성ㆍ관리 기준’의 ‘2-5. 가로수 가지치기(수관구조개선)’ 부분을 확인하면 ‘가지직경 10㎝ 또는 줄기 직경의 1/3 이상의 굵은 가지와 1, 2차 가지는 최대한 제거하지 않는다.’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무분별하게 골격이 되는 가지를 자르는 두절형 가지치기를 제한하는 법적 제도가 생겼다. 가로수 나무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생김에 따라 실질적으로 나무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진우 박사는 현재 시티트리클럽을 통해 시민과 나무를 연결하는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시티트리클럽은 서울 지역에 등록된 나무 중 지역별로 랜덤하게 ‘나만의 나무’를 배정받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맵이다. 웹페이지에 접속한 시민은 맵을 이용해서 직접 배정받은 나무를 만나고, 애칭을 지어주고, 나무의 상태를 관찰하고 기록해 온라인에 나눈다. 최진우 박사는 “우리가 나무와 친근하게 지내고, 감각적으로 사귈 수 있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공기가 바라는 나무와 친구 되는 세상
그렇다면 종을 넘어 나무와 친구가 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회대알리는 인터뷰를 통해 공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공기는 환경과 비인간 생명과의 공존에 연대하는 성공회대학교 실천환경네트워크이다. 지난해 동계 방학에는 <녹색 계급의 출현>(이음)과 <트러블과 함께하기>(마농지)라는 도서로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 <녹색 계급의 출현>은 자연을 논의의 주체가 아닌 이용 대상으로만 여기는 관점을 탈피해 지구 생명체가 유지되는 ‘거주 가능성’을 논의하는 ‘녹색 계급’이 많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구성원 나나무는 “(우리가) 녹색 계급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가 녹색 계급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녹색 계급과 닮기 위해 노력하는 공기는 어떤 불편을 마주하며 실천을 이어가고 있을까? 회대알리는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불편한 감각을 질문했다.
구성원 A는 최근 급격히 발전한 AI 산업에서 마주한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구성원 A는 AI를 사용하고 “편하긴 하다”고 말했으나, AI 사용 시 파괴되는 환경과 냉각수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고 공기 내부에서 생각을 많이 나누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AI를 사용할 때 ‘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요.”라고 덧붙였다. 구성원 수연은 택배 같은 것을 주문할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구매하는 친구를 언급하며 이와 같은 노력을 이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구성원 율은 분리수거가 전혀 되지 않는 환경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나도 다수의 사람들처럼 무지하게 살아가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알면 알수록 그만큼 제가 먼저 변화해야겠고 발 벗고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강조했다.
공기가 불편함을 다시 실천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수연은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결국 엄청나게 많은 다른 종에게 기대서 살아가기 때문에 너와 나의 문제를 나눌 수 없다”고 말하며, ‘너의 문제가 결국 같이 마주한 문제다’라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덧붙여, 종을 넘어선 평등을 위해 “다른 종의 고통을 알아채고, 나아가서 그들이 하는 말을 번역하고, 알리는” 것을 통해 완벽한 평등까진 아니라도 비슷한 장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구성원 은선은 ‘아무도 듣지 않는 것 같아도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절대 안 들을 것 같아도 계속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말하면 어느 순간 그 사람들도 관심을 가져주더라고요. 중요한 거는 계속해서 말하는 거예요.”라고 이어 말했다.
공기가 이어갈 길
공기는 5월 20일 진행한 ’모두의 도시락 텃밭식사‘에서 학우들과 비건 비빔면을 만들어 나누었다. 또한 5월 26일 18시 30분 새천년관 7307 강의실에서 <수선 바느질 모임>을 진행했다. <수선 바느질 모임>은 수선이 필요한 옷가지를 가지고 모여 수선 바느질을 하고 배우는 시간으로, 바느질을 배우고 싶지만 금전적인 이유로 고민하는 많은 학우를 위해 기획했다고 전했다. 추가로, 시티트리클럽 맵을 활용한 나무랑 친구 맺기 활동과 방학 중 독서 모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 있음을 알렸다.
공기 구성원은 ‘불편함’을 감각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마주하고 수용해서 실천의 에너지로 전환하려 한다. 공기가 걸어갈 길에 함께 해 더 많은 존재와 친구가 될 성공회대학교를 기대한다.
취재, 글, 사진 = 한지민 기자
디자인 = 한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