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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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하되 책임지지 않는 권력의 뻔뻔함

정치권이 지하철 시위 두고 소수자 혐오, 시민 갈등 부추겨
"이동권은 생존권이다"
장애인단체 시위,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과업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하철에서 시위를 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향해 ‘선량한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다수 시민의 불편을 초래했다며 ‘언더도그마(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는 인식)’, ‘시민볼모’, ‘비문명적’ 등의 공격적 언사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해당 발언을 하기 전에 그들이 왜 시민의 앞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른바 <교통 약자법>은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 교통약자법은 2004년 이미 제정됐고, 2007년부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실제 도입률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 2차와 3차 계획까지 반복됐다. 즉 이번 장애인 단체 시위는 20년간 가까이 반복된 약속과 파기 속, 그간 누적된 권력에 대한 불신과 변화에 대한 ‘절박함’이 담긴 것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승강기를 100% 설치하고, 2025년까지 서울 시내 저상버스를 100%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지하철 승강기는 1-8호선을 기준으로 275개 역 가운데 254개 역이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92.4%의 설치율을 보이며 실제로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저상버스 도입은 지난해까지 75% 달성이 목표였지만 66%에 그쳤고, 지역별 차이도 크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30%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충남 10%, 전남 11.5%, 경기 14.1%, 강원 14.1%, 경북 16.2%로 20%를 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이동권은 생존권이다’

2월 전장연이 ‘휠체어 리프트를 엘리베이터로 교체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승강장 시위를 시작했고, 이는 그들의 생존권을 위함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이동권이 보장돼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자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다면 그만큼 비장애인의 복지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도 지하철을 타는 삶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나의 존재가 ‘잘못’이나 ‘손해’는 아닌지 되물어야 하는 입장에 한 번이라도 서본 일이 있던가. 물론 각자의 편의와 자산은 중요하다. 그러나 누군가를, 혹은 누군가의 아픔을 배제하며 지키는 가치가 존엄하고 인간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정치인이 그 차단과 배제의 현상을 생산하고 견인하고 있다는 현실은 위험천만하다. 이 대표는 끊임없이 소수 집단을 갈라치고 표적화하고 있다. ‘혐오사회’의 저자 카롤린 엠케는 “혐오와 증오는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양성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하철 시위에서의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여 시민들의 도덕적 브레이크까지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저상버스 도입을 포함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제 지난 20년간 반복되어 온 약속과 파기의 쳇바퀴를 깨고, 진정으로 장애인 권리 보장 문제를 검토하고 책임져야 할 시간이다. 더이상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선량한 시민’과 ‘독선적인 장애인 단체’의 갈등으로 규정해 시민을 갈라치기해서는 안된다. 

'배리어프리'한 세상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그들의 시위를 지지한다.

 

류효림 기자 (andoctob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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