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와 사라진 옛 풍경... 이문의 방향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 등록 2026.09.07 14:18:06
크게보기

이문동, 우리가 간과한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

*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41호: 틈'에 실린 기사로, 2026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외대앞역 개찰구를 나서면 정문까지 이어지던 정겨운 골목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김밥집과 커피집이 늘어선 그 상가, 그리고 역사 아래 있던 오래된 철도 건널목까지, 다소 불편하면서도 정겨웠던 이 풍경들은 이문동 하면 떠오르는 추억의 일부였다.
 

 

하지만 2026년이 된 지금, 이제 그 흔적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서며 상권의 중심축은 신축 단지 주변으로 옮겨갔고, 임대료 격차를 감당하지 못한 기존 상인들은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밀려났다. 재개발 이전부터 살아온 주민들 역시 상당수가 동네를 떠났다. 익숙했던 풍경들이 지워지는 사이, 이문동을 이문동답게 만들어 온 요소들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외대알리는 달라진 학교 앞 상권의 구조를 취재하는 한편, 재개발 전후의 모든 변화를 지켜본 한국외대 학생들과 이문동 주민을 만나 사라진 '이문동다움'의 의미를 짚어봤다.

 


외대 앞 뒤흔든 '신'상권의 그늘, 옮겨간 상권 중심축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입주가 시작된 지는 이제 겨우 2년 남짓. 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외대앞역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던 기존 구상권의 풍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의 원룸과 여러 상가를 중개해 온 부동산 자영업자 A씨는 "예전에는 학교 앞에서 외대역으로 가는 길목이 명실상부한 메인 통로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중심 상권이 신축 아파트 단지 주변의 신상권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상권 중심축이 바뀐 배후에는 인구의 급격한 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

 

  • 7,500세대: 이문동 자이 신규 입주 규모

  • 약 1만 5,000명: 2~3인 가구 기준 추산 유입 인구

 

이번에 '이문동 자이'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 세대수는 7,500세대로, 한 가구당 2~3인 기준으로 계산해도 동네 인구가 단번에 1만 5,000명 가까이 불어났다. 여기에 600~700 세대 규모의 신축 오피스텔 단지까지 가세했다.

 

취재 결과 해당 오피스텔은 초기에 월 100만 원이던 7평 남짓한 공간의 임대료가 현재 120만 원까지 치솟았음에도 공실 하나 없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들은 왜 '새로운 거리'로 향했나


 

이처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까지 유동 인구가 신상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인중개사 A씨는 "여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신축 건물의 보안 시스템을 보고 '안전하다'고 느껴서 제1순위로 찾는다"며 "제가 딸이 있어도 신축에 집을 마련해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바로 편의시설까지 붙어 있으니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 공인중개사 A씨

 

그는 "주변에 바로 편의시설까지 붙어 있으니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아파트 주민들과 신축 오피스텔의 유동 인구가 깨끗한 신상권 쪽만 애용하면서, 기존 대학가 골목들은 자연스럽게 활력을 잃고 소외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2배 뛴 임대료 장벽... 상인들 몰아내는 '구조적 내몰림'


 

진짜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구상권 골목을 지키던 영세 소상공인들이 마주한 현실적인 임대료 장벽이다. 아파트가 들어서며 동네 가치는 올랐지만, 영세 상인들이 높은 임대료 차이를 감당하며 신상권으로 넘어가기엔 역부족이다. 대로변 옆 구축 상가가 월세 150만~200만 원 선을 유지할 때, 새로 지어진 신축 상가는 최소 300만 원부터 시작해 거의 2배가 넘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구축 상가: 150~200만 원

  • 신축 상가: 300만 원 이상 (약 2배↑)

 

상가 임대료 격차에 대해 A씨는 "상가 분양가 자체가 워낙 비싸게 나오다 보니, 분양받은 임대인들이 수익률을 내기 위해 월세를 무리하게 끌어올린 탓"이라며 "기존 상가는 신축 상가와 건물 수준에 차이가 있어 임대료를 곧바로 따라 올리기는 어렵지만, 신축 상가의 높은 분양가가 결국 주변 상권의 임대료까지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존 구상권 상인들이 겪는 고충은 고스란히 폐업과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를 대기업 자본에 의한 물리적 축출이 아닌, 손님을 다 뺏겨 장사가 안되자 스스로 밀려나는 '구조적 내몰림'으로 바라본다.

 

“장사가 안돼서 가게를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권리금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 공인중개사 A씨

 

A씨는 "식당 하던 사장님들도 신축 상가가 오픈하고 나서는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을 많이 하신다"며 "소비자들이 새로 생긴 예쁘고 깨끗한 신축 상가와 매장을 선호하면서 기존 상권보다 신상권으로 발길이 몰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 장사가 안돼서 가게를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권리금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며 "나라에서 따로 상권 영업 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한 번 나간 상인이 다시 돌아오는 재입점 비율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개발의 온기에서 비켜선 이문동 구상권의 소상공인들은 아무런 보호막 없이 차가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깨끗해진 거리, 그러나 떠나간 사람들... 재개발이 바꾼 공동체


 

 

이문동 재개발은 지역의 주거 환경과 도시 경관 역시 크게 변화시켰다. 노후 주택과 좁은 골목길이 사라지고 신축 아파트와 정비된 도로가 들어서면서 생활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쾌적해졌다. 과거 겨울철 한파와 누수에 시달리던 노후 주택은 현대식 주거 공간으로 바뀌었고, 엘리베이터와 보안시설 등 생활 인프라도 크게 개선됐다.

 

좁은 골목으로 이삿짐 차량조차 들어오기 어려웠던 불편함과 주차 문제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특히 어르신과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게는 이전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발이 바꾼 것은 '거리'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문동 재개발이 바꾼 것은 단순히 상권과 인프라 개선만이 아니다. 오래된 골목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공동체, 구성원들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이문동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던 주민들은 개발 이후 동네의 모습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까지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문동 재개발 이전 오랜 기간 거주했던 주민 C씨는 "원래 이문동에 살던 분들 중 이문 자이 등에 재입주한 사람은 열에 한두 분 될까 말까"라며 "대부분은 석관동이나 의정부, 양주 등의 교외로 이사를 갔고, 장사하시던 분들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기억 속 이문동,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외대알리는 재개발을 가까이서 지켜본 고학번 B씨와, 오랫동안 이문동에 자영업을 하며 거주했던 C씨를 만나서 재개발 전과 후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개발 전후, 무엇이 가장 아쉬웠나


 

먼저 B씨는 "예전 외대 앞의 작고 아담한 대학가 같은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거 같다. 특히 김밥집과 커피집이 모여있던 골목들이 가끔 생각난다"며 과거 대학 시절에 자주 봤던 건물과 분위기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C씨는 건물과 분위기보다 공동체, 사람들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예전에는 문만 열고 나가면 오래 알고 지낸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골목길이 사라지면서 오랫동안 쌓여온 사람들의 온정과 친밀함도 함께 없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동네 어귀의 작은 구멍가게와 평상에서 이웃들과 나누던 소소한 인사가 아직도 그립다"며 재개발 전의 공동체와 일상들을 추억했다.

 


재개발 이후, 이문동의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나


 

B씨는 "예전에는 이문동이 동대문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대학가 동네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정돈된 도심 마천루 속 작은 캠퍼스 동네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C씨 역시 "예전에는 조금 고즈넉하고 어둑어둑해도 서울치고 시골 마을 같은 소박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길이 넓어지고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훨씬 깨끗해지고 도시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놓치고 있는 것'


 

한편, 두 사람 모두 재개발, 도시화 과정에서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이문동만의 개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가 놓쳐가고 있는 이문동라는 동네의 정체성에 대해서 말했다.

 

C씨는 "사람들은 새 아파트, 부동산 가격만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동네를 평생 만들어온 원래 주민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건축 신규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와 추가 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한 기존의 주민들은 결국 자신들이 평생 살아온 정든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도시화 속에서 우리가 쉽게 놓쳐왔던 또 다른 현실적인 그늘을 언급했다.

 


“도시는 새로워졌지만, '이문동다움'은 남아야 한다”


 

'지금의 이문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B씨는 "예전과 다르게 엄청 도시화된 동네"라고 답했다. C씨는 "자식들을 다 키워낸 고향 같은 동네였는데, 이제는 너무 세련돼 낯설어진 남의 동네가 됐다"고 표현했다.

 


앞으로의 이문동에 바라는 점은


 

B씨는 "재개발 이후, 서초구나 강남구처럼 이문동만의 특색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재개발 속에서도 이문동만의 특색, 정체성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 속에서도 남아야 할 것


 

C씨는 "이미 거대하게 변한 아파트 단지를 바꿀 수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면서도 "새로 이사 온 주민들과 남아 있는 주민들이 함께 정붙이고 살아가는 따뜻한 동네가 됐으면 한다"며 "부동산 가치만 높은 곳이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옛날 이문동이 가졌던 정서가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문동의 사람들을 만나 보며 느낀 재개발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건물과 상권의 문제가 아니었다. 깨끗해진 거리와 편리해진 인프라 이면에는 이문동만의 개성과 정서, 그리고 그 동네를 오랫동안 만들어온 사람들의 자리가 함께 지워지고 있었다.

 

새 아파트값과 분양가만 이야기되는 사이, 정작 그곳을 떠나야 했던 원주민들의 사정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흘러갔다. 이문동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하지만 도시화된 풍경 속에서도 이문동만의 색깔과 정서, 그리고 사람 사이의 온기가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도시는 새로워졌지만, '이문동다움'은 남아야 한다.

 

 

박진태 기자 (pjt30212@naver.com)

오세권 기자 (dhwlddj0518@naver.com)

박대현 기자 (pdaehyun0318@hufs.ac.kr)

박진태,오세권,박대현 pjt30212@naver.com/dhwlddj0518@naver.com/pdaehyun0318@hufs.ac.kr
Copyright @대학알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