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2025년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5만3434명으로, 2024년 20만 8962명보다 만 명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학과 전문대학 학위과정에 재학하는 학생은 19만 명을 넘는다.
그러나 유학생 수의 증가는 강의실 안에서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공 수업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팀 프로젝트를 경험한 한국인 학생 A씨는 언어 차이로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 한국 학생들로만 구성된 팀보다 과제 진행 속도가 느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마감이 임박하면 일부 업무가 한국 학생들에게 집중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대학가 에서는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과 수업 참여도를 둘러싼 불만이 반복해서 제기된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지금, 문제의 원인을 유학생 개인의 부족함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대학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과의 팀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체감하는 어려움은 의사소통에 필요한 시간이다. 팀 프로젝트에서는 단순한 일상 대화를 넘어 과제의 방향을 정하고, 각자의 의견을 조율하며, 역할과 마감 일정을 나눠야 한다. 그러나 언어가 다른 학생들이 함께할 경우 회의 내용을 다시 설명하거나 번역해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해지고, 서로의 의견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팀보다 과제 진행이 늦어진다고 느끼는 경우가 생긴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역할 분담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 작성이나 발표처럼 높은 수준의 한국어 표현이 필요한 업무는 한국 학생들에게 집중되고, 유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언어 부담이 적은 업무에 배정되기도 한다. 그 결과 한국 학생은 자신이 더 많은 업무를 담당한다고 느끼는 반면, 유학생은 팀의 중요한 논의와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팀 프로젝트가 공동 결과물과 성적을 중심으로 평가된다는 점도 갈등을 키운다. 일부 팀원이 결과물을 다시 수정하거나 발표 준비까지 맡게 되면,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마감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특정 유학생과의 경험이 ‘유학생과 팀플하면 힘들다’는 집단 전체에 대한 인식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악순환을 유학생의 참여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같은 팀 프로젝트에서 유학생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을까.
일본인 유학생 B씨는 전공 수업에서 사용되는 어려운 한국어 용어와 빠른 수업 속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발표와 토론 상황에서는 의견이 있어도 이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어려워 발언을 망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B씨는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며 “한국어로 말하는 것에 긴장해 조심스러워지는 유학생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학생이 팀 프로젝트에서 말을 적게 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 반드시 과제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B씨 역시 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한국어로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했다고 말했다. 다만 함께한 한국 학생들이 내용을 설명해주고 의견을 말할 때 기다려준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참여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유학생의 참여 정도가 한국어 능력과 참여 의지뿐 아니라 , 팀원들이 대화를 진행하는 방식과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B씨가 느낀 언어적 부담은 개인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한국유학종합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대학 외국인 유학생의 언어능력 충족률은 31.2%였다. 이는 TOPIK 4급 이상이나 영어트랙의 공인영어 성적 등 정해진 언어 기준을 충족한 학생의 비율로, 외국인 유학생의 상당수가 학업 과정에서 추가적인 언어 지원을 필요로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부는 ‘Study Korea 300K’ 정책을 통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책에는 한국어 교육 강화와 학업·진로 지원도 포함되어 있지만, 유학생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입학 이후 실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도 외국인 신입생 대상 한국어 집중교육과 단기 한국어 학습지원, ‘고향친구’ 멘토링, 버디·언어교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6학년도 1학기 한국어 학습지원 프로그램은 4개 반, 총 40명 내외만 모집해 외국인 학위과정 학생 3천여 명의 약 1.3% 규모에 그쳤다. 모든 유학생이 해당 교육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학업·언어 지원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B씨는 유학생과 한국 학생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해도 괜찮은 분위기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이 중요하다”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학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국제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유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한국 학생들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국제화가 단순한 숫자의 증가를 넘어 실제 교육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송주하 기자 (juha.song@iclou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