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전보다 더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상당 부분 벗어난 지금, 과연 우리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 신데렐라 증후군이나 피터팬 증후군 같은 용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럿 정신적인 증후군이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신체적 건강의 위험이 정신적 건강의 위험으로 변질된 것. 우리는 그러한 증후군 중에서도, 4월, 10월만 되면 대학생들 사이에서 심각하게 유행하고 있는 한 증후군과 그에 대한 증세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해 보았다. 이름하여, “중간고사 신드롬”

ⓒNASA

너도나도 잠 못 드는 시험의 밤이 오면, 우리는 졸음과 함께 밀려오는 새벽감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중간고사 1주일 전부터 시작되는 감수성 레이스. SNS에는 여러 가지 눈물 섞인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학생회관에 위치한여러 밴드 동아리실에서 울려 퍼지는 그들의 목소리엔 평소보다 더 농도 깊은 애절함이 녹아있다. 특히 이러한 공부감수성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시험 직전 학생회관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늑대가 울부짖음으로써 시작되는 늑대들의 눈물겨운 하모니를 연상케 한다.

# 특징 : 증가하는 감수성은 앞으로 나올 유형들의 가장 기본 특징. 감수성만 없다면 현재 인류의 이과적 지성은 보다 월등히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앉아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을까?
저번에 쟀던 내 몸무게는 몇이었으며, 그 많던 내 학점은 어디로 갔을까?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기만 하면 온갖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삼라만상에 대한 고뇌와 고민이 시작되는 유형이

다. 이때만큼은 나는 세계 최고의 논리왕이며 바닥을 기던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른다. 자아와 세계에 대한 질문을 하다 보면, 오늘 아침 양말 한 짝 사라졌다고 어머니께 분노한 자신의 모습까지 떠올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펴 놓은 책 위에 먼지가 쌓일 때까지 성찰과 반성을 반복하다 보면 궁극의 경지인 영웅이 될 수 있다.

나는 음악이 없으면 공부를 못해

시험 기간만 되면 이어폰과 한 몸이 되는 유형이다. 행여나아침에 바빠 이어폰을 두고 온다면 그날 하루 종일 음악금단증세*에 시달리게 될 것. 이런 유형들에겐 음악만이 공부스트레스를 잠재워 줄 수 있는 유일하게 허락된 마약이다.

*음악금단증세란?

항상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이 사라짐으로써 몸이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증세. 항상 듣던 음악이 이명과 함께 환청으로 들리며, 두통, 집중력 저하, 주의력 산만 같은 증세가같이 일어난다. 심하면 삶에 대한 무기력감과 우울증으로인하여 그날의 일정을 포기하고 집에 가 이어폰을 찾아오거나, 돈을 지불하여 새로 구입한다.

# 특징 : 감수성형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시, 독서실에서 갑자기 악상이 떠오를 수 있다. 제2의 모차르트가 될지 모르는 인생, 항상 악보 공책을 지니고 다녀보자.

책상에 앉아 글을 읽는 순간, 잠들어있던 예술혼이 깨어난다. 지우개가루마저 그의 작품이 된다. 한 번 깨어난 예술혼은 쉽게 멈출 수 없기에, 당신이 주변의 모든 사물을 치워버린다 하더라도 교재 속에 나오는 어떠한 그림이나 글자 또한 당신의 작품이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마치 행사용 바람 인형처럼 위대한 예술혼에 나의 몸을 맡겨 춤추는 것이다. 예컨대 당신이 뼛속까지 예술가형이며 당장 사법고시를 도전한다면, 당신은 아마 수년 후에 세기의 예술가가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 스펀지밥

하기 싫은 일을 하려고 하면, 숨만 쉬어도 천 칼로리는 소모되는 법. 공부와 밥은 항상 같이 가야 한다. 그렇기에 도서관은공부를 하는 곳이면서, 중간고사 특별 코스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식당이기도 하다. 도서관에서는 음식을 섭취할 수 없으니오해하진 말자. 그저 그곳에서부터 음식에 대한 열망이 시작되는 것이다.

# 코스 : 의자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로 인한 졸림 - 커피 한 잔후 건대로 외식 - 쥬시 - 열심히 공부할 동안 지칠 나를 위한 간식 - 책상 위에 놓여진 빵빵한 질소과자를 베개 삼아 몰려 오는 잠을 시원하게 원샷

#그외 유형들#

셀프교수님형

중얼중얼중얼... 내면의 자아와 공부를 함께한다. 간혹가다, 친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러 와 놓고선 깨어난 또다른 자아(교수님)에 의해 스스로 답을 터득하고 다시 돌아가는 현상도 목격할 수 있다.

잠만보형

ⓒ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 포켓몬 피리를 불어 깨울 순 있지만, 갑자기 덮쳐올수 있으니 주의.

지금까지 총 일곱 가지의 중간고사 신드롬 증세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이 모든 유형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당연 커플. 공부는 혼자 하도록 하자.

하지만 이런 유형들을 초월해 중간고사 신드롬을 앓지 않는 궁극의 경지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영웅이다.

ⓒ드라마 수호전